 |
|||
|
|
||
|
|||
― 9백승 돌파하며 1천승에 성큼!!
― 라이벌 ‘김효섭’복귀로 심기일전
9백승 돌파!!
리딩자키를 뛰어넘어 이제는 한국경마의 우상으로 자리한 박태종 기수가 9백승을 돌파했다.
1승을 거둘 때마다 한국경마사의 신기록을 달성하고 있는 박은 지난 2000년 7월 700승을 돌파한 이후 그해 10월 14일 7백23승으로 한국 최다승 기록마저 바꿨다.
이후 1년 2개월만에 8백승 돌파, 9백승까지는 1년여의 기간이 걸렸다. 현재의 추세라면 적어도 내년 9월까지는 무난히 1천승 고지를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석 휴장을 앞둔 지난 14일(토) 제3경주에 타조마필인 ‘원터치’(47조 김병용 조교사)에 기승한 박은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외로 초반부터 선행에 나서며 경주를 주도한 끝에 넉넉한 우승을 일궈내며 9백승 돌파라는 새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기록을 달성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하는 박은 응원과 성원을 보내준 경마팬에게 감사를 하는 한편, 다른 기수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단다. 자신이 많이 기승하면서 다른 기수의 기승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
솔직히 그가 9백승을 생각했던 것은 8일(일) ‘대마루’경주다. 제대로 선행만 나서면 우승을 한다고 생각했고, 2코너에서 굳히기가 가능하다는 생각에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러나 결승선상에서 추입을 허용하고 결국 9백승 달성을 1주 늦추는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일등공신은 ‘아내의 내조’
9백승 경주를 마치고 채 가쁜 숨을 고르기도 전에 9백승에 대한 인터뷰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박은 “집사람이 내조를 잘해줘서…”라는 멘트를 잊지 않았다.
경마팬 사이에선 다소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박기수가 부인의 고마움을 인터뷰를 통해 얘기한 것은 이미 전부터 9백승을 달성하면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말이다.
부인 이은주씨에 대해 박은 “정신적인 내조는 물론 건강면에서도 내조를 잘해준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박기수가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순간에도 그를 다잡아 주었다. 평상시 모형마를 타면서 연습을 할 때 곁에 있으면서 자세를 교정해주고, 지난 경주의 동영상을 보며 앞으로 기승할 마필에 대한 연구도 함께 한다.
최다승 기록을 돌파할 당시에도 심한 부담을 느껴야했던 그를 위로했고, 곁에서 신기록 달성을 응원하겠다는 말로 그에게 힘을 불어 넣었다.
이렇듯 그는 아내에게서 정신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었고, 나태해지는 자신을 바로 세우고 부족함을 메울 수 있었다.
경마일이면 하루 7두에서 10두에 이르는 기승을 하는 그에게 체력은 필수다. 그의 아내는 좋다는 보약을 수시로 먹게 한다. 특별히 선호하는 것은 없지만 이것저것 다양한 보약을 두루 섭렵했다.
아직은 체력이 떨어지지 않아선지 특별히 좋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하지만 하루가 달라진다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기본체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아내의 정성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선의의 라이벌 ‘김효섭’
박기수가 월등한 기승수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성적이 좋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에게 맡기면 마필의 최선을 알 수 있다는 믿음이 더 크게 작용을 한다.
기승술에 관한 부분도 있지만 결승선상을 지나면서도 한치의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는 그의 자세를 보면 더 이상의 요구를 생각해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 그에게도 모자란 면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특히 90년 중후반대에 그와 더불어 라이벌로 불리던 김효섭 기수에게선 배우고 싶은 점이 너무 많다고 한다.
한동안 경마공원을 떠나있던 김효섭 기수가 복귀할 때 그는 고락을 함께 하던 동기의 복귀를 기뻐하는 것 이상을 느꼈다.
박은 김기수가 경마장을 잠시 떠났을 때 지면을 뒤덮었던 ‘박태종의 독주’라는 말이 너무나 듣기 싫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매경주 서로 경쟁을 해야하는 무수한 동료기수들을 느끼지만 심적으로 다소 허전함을 느껴야 했다.
라이벌이기 이전에 동기임을 강조하는 그는 김기수의 복귀와 더불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투지를 새롭게 가졌다고 한다.
이전부터 라이벌로 지목을 받으면서 김기수에게서 기승자세와 라스트에서의 말몰이는 꼭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고 하는 그는 앞으로도 서로를 이끌어주는 선의의 라이벌의 활약에 긴장하고 자신을 곧추 세우고 있다 .
체력 닿는 한 계속 달린다
“1천승은 무난히 달성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그의 최종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바로 체력 닿는 한 계속 기수생활을 하는 거란다.
가장 많은 기승을 하고 있는 그가 아직까지 체력이 딸린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고 하는데, 과연 언제까지 될지 자신도 장담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성적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니다. 경주에 나서면 일단 성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마주나 조교사가 좋은 성적을 거두길 원해 자신을 선택했기 때문에 거기에 보답을 해야 한다고 다부지게 밝힌다.
기수숙소에 마련된 체력단련실의 붙박이로 통하던 그가 최근에는 체력단련실을 찾지 않는다. 그저 몸을 풀기 위해 모형마 훈련을 하는 정도가 기수숙소에서 하는 운동의 전부다.
그렇다고 그의 운동량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바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에 걸쳐 스포츠센터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
이전처럼 무작정 근육을 키우고 땀을 흘리는 체력단련에서 이제는 전문트레이너가 마련해주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한 계획은 없다. 부상없이 잘 넘겼으면 좋겠고 꾸준하도록 노력하겠다”는 그에게 3개월여를 남겨놓은 2002년은 1천승을 향해 조금더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은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