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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사랑 가득한 아일랜드”
― 2개월동안 전반적인 경마 연수
임대규 기수와 김동철 기수가 경마의 탄생지인 영국과 아일랜드의 선진 경마를 배우고 왔다.
지난 8월 16일부터 2개월 일정으로 ‘더 레이싱 아카데미&센터 오브 에듀케이션’에서 연수를 받으며 경주마 훈련, 순치 훈련, 경마시설 방문 및 견학의 기회를 가졌다.
‘더 레이싱 아카데미&센터 오브 에듀케이션’은 아일랜드 터프클럽의 공식 경마학교로 기수 및 조교사 양성소다. 지난 73년 개교 이래 일본 홍콩 영국 등 세계 각국의 경마관계자를 양성하는 최고 권위의 경마교육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98년에 김택수 조교사, 김창옥·천창기 기수가 연수를 한 경험이 있다.
전반적인 마필 관리를 배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던 임대규 기수는 2개월 동안 포기했던 상금이 하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얻은 것이 많다고 밝혔고, 김동철 기수는 적응이 될만하니까 돌아오게 됐다며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한다.
한국경마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두 명의 기수가 외국 경마연수를 통해 많은 얻음이 있었다는 것은 정말로 축하할 일이다. 바로 그들의 성장이 한국경마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짧지만은 않았던 임대규, 김동철 기수의 아일랜드 생활을 들어보자.
【권순옥 기자 margo@krj.co.kr】
‘보이는 건 말과 초원 뿐’
설레임과 기대감을 가지고 도착한 ‘더 레이싱 아카데미&센터 오브 에듀케이션’은 그러나 첫 인상은 다소 의외였다.
이름난 만큼 제법 번화한 도시는 아니더라도 도시에서 인접한 곳이 아니었나 했는데, 아주 시골 변두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사방으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목장과 잔디, 그리고 약 50m마다 만날 수 있는 말들......
직업이 기수이다보니 하루종일 말들을 보고 살지만 아일랜드에서의 2개월동안은 서울경마공원에서 몇 년 동안 볼만큼의 말을 보았다.
처음 1주일간 레이싱 아카데미에서 그들이 한 일은 전반적인 학교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의 스케줄 등을 익히는 것으로 별다른 일은 없었다.
그들이 배우게 되는 과정에는 두 그룹이 있었다. 한 그룹은 13-4살의 아일랜드 학생들로 구성되었고, 또다른 그룹은 외국에서 온 연수생들로 구성되었다. 둘을 포함한 6명의 외국연수생 구성은 프랑스인 1명, 일본인 3명 등이었다. 일본인 중에는 동경대를 다니다가 말이 좋아서 왔다는 친구도 있었고, 4대째 조교사 집안이라 일을 배우러 온 경우도 있었다.
외국에 나가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언어의 어려움이라고 했지만 임대규 기수의 능란한 회화로 인해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7시간의 강훈련’
아일랜드 생활 2주째를 맞이하면서 그들은 본격적으로 말과 함께 하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새벽 6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이어지는 7시간의 강도 높은 아침훈련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마방운영 시스템에 대해 배웠다.
아카데미에서 추천해준 ‘존 옥스’란 조교사가 운영하는 마방에서 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존 옥스’란 조교사는 아일랜드는 물론 미국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조교사라고 한다.
말이 마방이지 한국의 마방을 생각하면 절대 오산이다. 하나의 목장이라고 하기에도 너무나 넓은 마방시설은 결코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새벽훈련이라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인 훈련은 그 곳에서 보유한 140두를 모두 소화하고 있었는데, 한번에 기승 훈련자만 20-30명이 될 정도였다.
마방에서 트레이닝장까지 이동하는데만 30분이 걸리는 어마한 장소도 놀랐지만, 조교사가 직접 훈련하는 말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며 시간과 훈련 강도를 지시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마필훈련을 하면서 한국에서 활동하는 말들과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직선코스로 된 오르막길을 끝까지 물고서 끌어대는 말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오기로 시도한 장애물’
교육 중간중간 시간이 날 때마다 인근 경마장을 찾아 아일랜드의 경마도 구경을 했다. 아일랜드 더비와 G1경주도 6회정도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행기로 1시간 정도가 걸리는 영국의 뉴마켓에 들러 영국경마학교도 견학하기도 했다.
아일랜드 경마에서 색다른 점은 장애물 경주를 하는 것이었는데, 한경주에 1명 정도는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보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껴야 했다.
에피소드 한가지.
교육도중 하루는 15명의 교육생이 숲속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에는 3단 장애물이 설치된 곳. 서스럼없이 장애물을 뛰어넘는 14세의 아일랜드 교육생들을 보면서 대단함을 느끼는 한편, 오기가 생겼다. 장애물이라고는 후보생 시절 잠깐 해보기는 했지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결국 둘은 대한남아의 명예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장애물에 도전했고, 깨끗한 성공으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레저시설이라고는 경마장밖에 보이지 않는 그곳에선 가족단위로 경마장을 찾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였고, 스탠드에서 경마를 관전하며 맥주도 마시고 음식도 먹으면서 그야말로 즐기는 모습이었다. 또한 큰 경주가 있을 때는 텔레비전에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란 모자를 쓰고 양복을 입는 등 축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도 부러움을 느끼게 했다.
자유시간이 많았지만 대부분 숙소에서 보냈다. 적은 마을까지 가려해도 기차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이고 저녁 6시만 되면 인적을 찾기 힘들 정도인 그 곳은 몇 안되는 상점마저 문을 닫기 때문에 다소 한적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한번은 맥주집은 들렀는데, 작은 공간에서 맥주를 들고 서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대부분 얼굴이 익은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평소에도 자전거를 애용하며 운동을 열심히 하는 임기수의 권유로 둘은 하루 보통 3-4km의 거리를 뛰며 하체단련을 했고, 웬만하면 걸어다니는 것으로 한국에서보다 운동량을 늘렸다.
어느덧 2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귀국길에 오른 그들은 빨리 말을 타고 싶다는 생각과 좀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함께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 아일랜드 연수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임) 한국에서 포기한 것 이상을 얻었다고 본다. 우선 가장 큰 것은 말에 대한 아일랜드 사람들의 사랑을 알게 되었다.
(김) 좋은 것 많이 보고 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말들을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 아일랜드 경마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임)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마필 관리가 인상적이었다. 또한 과학적인 훈련과 훈련후 수의학적인 접근을 통해 말에 대한 이상유무를 확실히 체크하는 것도 좋게 느꼈다.
(김) 털 하나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모습과 말들에게는 천국이랄 수 있는 그곳의 환경이 인상적이었다.
- 연수 이후 혹시 자신에게 변화를 줄 생각이 있나?
(임) 아일랜드에서 말을 타면서 한국에서보다 등자길이를 짧게 하는 등 변화를 주었었다. 하지만 현지 여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과 경주에서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김) 연수 이후 새벽훈련시 등자길이를 다소 짧게 해보았다. 아직은 확실치 않지만 연수기간 배웠던 것을 토대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도움이 되는 부분은 변화가 가능하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