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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년의 꾸준함으로 5백승 달성
― 어려움 속에서 미래를 설계한다
― 꾸준하게 경마팬 뇌리에 남는 조교사 되는 게 목표
1922년 조선경마구락부라는 이름으로 이 땅에 경마를 시작한 이래 한국경마는 80년의 세월을 지내왔다.
초기 열악함을 이겨내며 그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거듭하면서 한국경마도 이제는 연륜을 갖춰가고 있다. 그 연륜 속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기록중에는 한국경마 사상 처음으로 9백승을 넘어선 기수가 있는가 하면 영예기수의 기본 조건인 5백승을 넘어선 기수도 벌써 7명에 달하고 있다.
5백승이라는 승수는 영예기수라는 타이틀을 위한 조건이라는 점보다는 수십년의 세월속에서 꾸준함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축하받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마의 연륜은 비단 기수 부분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조교사 부분에서도 500승을 넘어서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기수만큼 관심을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한 마방을 관리하며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며 거둔 조교사의 500승 또한 결코 적지 않은 성과임에는 틀림없다.
기수양성소 1기 출신으로 지난 83년 조교사로 전업한 이후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최근 500승을 일궈낸 하재흥 조교사.
희노애락을 경험하며 보내온 경마장 생활과 현재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를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하면서 500승의 위업을 달성한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성실’하나는 지켜왔다
72년 기수양성소 1기 출신으로 경마장을 밟았다.
선구자란 항상 외롭고 힘든 길인가 보다. 24명의 동기들이 함께 시작을 했지만 스파르타식의 엄격하고 힘든 교육을 거치면서 태반이 중도포기를 하고 결국 11명이 졸업을 하고 정식 교육을 받은 기수로 첫 출발을 했다.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수석졸업이라는 결과물을 받고 시작한 기수생활 동안 하 조교사는 83년 조교사로 전업하기 전까지 수득상금 순위 5위 이하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유망한 기수생활을 했다. 물론 기수생활중 군입대로 인해 3년의 공백을 가져 실질적으로 기수생활을 한 것은 7-8년 정도.
지금 서울경마공원을 주름잡는 기수중 많은 수가 10년이상의 경력임을 생각하면 많은 햇수는 아니지만 그 기간동안 하 조교사는 국내에서 개최되던 ARC경마대회에서 인도네시아 트로피를 차지한 경험도 있고, 일본 니이가타에 출전한 일도 있다.
오히려 기수생활을 할 때가 경제적으로 더 윤택했다고 웃음을 짓는 그가 조교사로 전업을 하게 된 것은 체격이 커진 현재에 비하며 그리 큰 키가 아니었지만 쉽게 체중이 빠지지 않는 겨울을 보내기가 너무나 힘들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지금은 40살이 넘어서도 당당히 기수생활을 하는 기수들이 많아졌지만 당시만 해도 40살을 넘긴 기수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모든 조교사가 기수출신으로 조교사가 되는데 별다른 망설임이 없었다.
한국마사회에 소속되었던 당시, 처음 마방을 열었던 그에게 주어진 마필들은 대부분 부진마였다. 기존의 마방에서 2두정도를 얻었기 때문에 당연히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있게 말하는 ‘성실’로 곧 정상권에 근접하는 성적을 이뤄낼 수 있었고, 96년 무궁화배와 페케남컵, 99년 스포츠서울과 JRA트로피 경마대회 우승을 안았다.
·가장 큰 어려움에 선 현재
500승 달성 기념패를 받는 자리에서 하 조교사는 다소 섭섭함을 느껴야 했다. 비단 자신이 500승을 달성한 것에 대해 주위 사람들이 덜 관심을 가져서가 아니다.
한국경마 사상 수많은 조교사들이 거쳐갔지만 500승을 달성한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교사의 500승 의미가 너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자기 말을 가지고 우승한 횟수를 따지는 것이 별 의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기수가 500승을 달성했을 때는 상금까지 주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면서도 조교사의 500승에 대해 냉담하기까지한 모습에 섭섭함을 느낀 것이다.
하재흥 조교사는 조교사가 되고 난 이후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최근 마방 상금수득에 큰 몫을 하던 마필들이 부상으로 퇴사를 한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지난해부터 신마수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한다. 마방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선 최소 10두정도의 마필이 교체되어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수급된 신마가 4두에 불과하다보니 나가야할 마필이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되고, 하위군에서 받쳐주는 마필이 부족해진 것이다.
물론 올해는 신마수급이 비교적 원활했다. 하지만 신마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서 연속적인 타격을 입게 된 것.
비록 수급과 퇴사가 원활하지 않아 마방이 다소 어려운 시기지만 하 조교사는 35조 마방 식구들을 최고로 생각하고 있다. “모두 잘 한다”고 웃음 지으며 큰 걱정이 없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는 것은 바로 마방 식구들과 신뢰로 이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 조교사는 국산마 경매와 외국산마 개별거래가 시작된 이후 고가의 마필을 사본 적이 없다. 말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좋은 말’을 갖고 싶다는 당연한 욕심을 가지고 있지만, 결코 비싼 말은 가지고 싶지 않다고 얘기한다.
어려움 속에 있는 하 조교사는 그러나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하고 나아가 밝은 내일을 설계하는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꾸준하게 경마팬 뇌리에 남는 조교사 되겠다
50살을 바라보는 하 조교사는 자신의 직업이 천직이라며 끝까지 조교사로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몸에 밴 성실을 바탕으로 하는 그는 성적에 대한 욕심은 경마장 식구라면 당연한 것이라고 얘기하고, 더불어 성실하게 생활하고 열심히 좋은 성적을 보이며 오랫동안 남아서 기억에 남는 조교사가 되는 것이 미래의 목표라고 한다.
그리고 마필구입 부분에선 국산마의 경우 조금은 가격을 높여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과거 일괄구매후 추첨을 통해 마필을 수급하던 때는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을 했지만 이제는 시작부터 경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산마 개별거래에 대해선 아직 다소 부정적이다. 구입두수 자체가 많지 않고 외국에서 봐서 싸구려 말을 구입하는데 외화를 낭비해선 안된다는 말이다. 물론 전체적인 경마의 질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일정 금액을 정해 그 수준의 말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30년의 세월을 한국경마와 함께하며 그 속에서 자신의 성실을 꾸준히 지켜왔던 하 조교사.
최근 그의 말대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곧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와 한국경마를 이끌어 나가는 선도에 서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