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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耳順)의 나이에 이른 장두천 조교사가 지난 10일 굿데이배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는 얼굴 가득 웃음이 사라지질 않는다. 축하의 인사를 건네는 주위사람들에게 “돼지를 잡을테니 꼭 와요”라고 초대를 한다.
지난 2000년 장 조교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과 기대를 아끼지 않았던 ‘비산’이 마주협회장배 경마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후 꼭 3년 4개월만에 다시 거머쥔 경마대회 우승이기에 기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신감과 초조함이 교차한 시간
우승이라는 결과를 받았기 때문에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굿데이배 경마대회를 준비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장두천 조교사는 밝힌다.
직접 마필의 새벽훈련을 하면서 다른 마필과의 전력비교를 심도있게 해본 결과는 바로 ‘태양의빛’의 우승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았다. 다만 3군마로 2군경주에 출전한 ‘주상’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과 ‘주상’의 직전 기록이 좋았던 것이 다소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주위에서 부담중량이 높은 것에 대해 염려를 했지만 이미 극복했던 중량이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스스로도 최선을 다해 경마대회를 준비했고, 기승기수를 믿었기 때문에 운만 따라준다면 우승이 가능하리라고 믿었고, 결국 시상대에 설 수 있었다.
기수로 시작한 경마장생활 37년
제주도 함덕이 고향인 장두천 조교사는 말을 키우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말과 친했다. 당시 김덕승 당시 마사회장과 박원선 조교사를 비롯한 검수단이 그의 목장으로 왔고 그의 체구를 보고 기수직을 제의한 것이 경마장과의 첫 인연이 되었다.
기수도 모자라고 지금처럼 전산화도 이뤄지지 않아 한 경주 출마표에 자신의 이름이 동시에 오르는 일도 있었다. 그럴 때는 경주 직전에 어느 말을 탈지 결정해야 했다. 그는 당시 인기마보다는 악벽마를 선호했었다고 한다. 누가 타든 우승이 유력한 인기마보다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악벽마가 더 매력적이었기 때문. 그는 66년 3월에 데뷔해서 74년 4월까지 뚝섬에서 기수생활을 했다. 전반적인 경마여건도 어려웠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당시 기수들은 경마일에는 말을 타고 평상시에는 말을 관리해야 하는 일인삼역을 해야만 했다.
요즘에야 말들이 먹는 사료도 다양화되고 외국에서 수입도 해오지만, 그때는 한강변에서 풀을 직접 베다가 먹였다. 풀을 베러 나갈 때면 현재 무역센타가 있는 부근까지 풀베기를 나갔던 적도 있다.
대부분 풀베기를 할 수 있는 시간대가 비슷했기 때문에 한가한 때를 골라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짝을 맞춰 한강변을 훑고 다녔다. 어찌보면 참으로 고된 일이라고 생각되겠지만 그때는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말과 함께 해야한다는 생각이 앞섰던 시기였기에 가능했다고 회고한다.
기수생활을 접고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에서 목장일을 하던 그는 관리사로 다시 경마장을 찾았다. 당시는 일손이 모자라 관리사가 유도마에 기승하던 시절, 그도 81년부터 3년간 유도마를 타며 관리사 생활을 했다. 그리고 85년 7월 조교사로 데뷔한다. 오랜 목장 생활과 기수, 관리사 등 경마장에서 안 해본 일이 없었던 터라 사람 관리, 말 관리에 별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던 그는 단일마주제 시절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조교사로도 상한가를 올렸다. 하지만 개인마주제로 전환된 이후에는 마주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언제나 넉넉지 않은 관리두수를 기록하고 있다.
‘3두 정도는 항상 내 몫’
환갑의 나이에도 장두천 조교사는 직접 경주마의 새벽훈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경주마 전체를 하지는 못하지만 3두 내외에서 빠짐없이 훈련을 담당하고 있다.
주위에서 나이 때문이라도 아랫사람들에게 맡기라고 얘기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체력이 허락하는 한 새벽훈련을 계속할 생각이다.
자신이 탁월하게 새벽훈련을 잘해서도 아니고 아랫사람들을 믿지 못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한 마방의 수장으로서 솔선수범하겠다는 생각과 37년간 몸에 밴 습관 때문에 오늘도 새벽공기를 뚫고 경주마에 몸을 싣고 경주로를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20두 내외로 유지되는 위탁관리마가 적지 않느냐는 질문에 장 조교사는 “더 많았으면 좋겠지만 그러면 내가 할 일이 더 늘어나지 않겠느냐?”며 조금은 농이 섞인 답변을 한다.
정년까지 얼마남지 않은 시간동안에 그는 20여두의 마필을 유지하며 최소한의 자원속에서 최대한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생각이다.
기억에 남는 말은 ‘적극성’,‘비산’
경마장의 산증인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장두천 조교사의 기억을 차지하고 있는 경주마는 과연 어떤 말일까?
바로 그에게 첫 경마대회 우승을 안겨주었던 ‘적극성’이란 마필과 객관적인 전력상 한 수 아래란 평가를 뒤집고 마주협회장배 우승을 차지한 ‘비산’이라고 한다.
선행마보다는 추입마를, 인기마보다는 비인기마로 우승을 차지할 때 쾌감과 보람이 크다는 장 조교사는 ‘적극성’이 기억에 남는 것은 당시 김명국 기수(현 42조 조교사)가 기승해 인기를 모은 마필이지만 출발부터 가장 뒤에서 꼴찌로 경주를 펼치다가 결승선에서 멋진 추입으로 역전을 일궈냈기 때문이란다.
‘비산’은 출전마중 가장 인기가 없던 마필로 역시 후위그룹에서 경주를 펼치다가 결승선에서 당시 최고의 경주마였던 ‘새강자’‘포트오먼’‘스트라이크테러’를 모두 물리치고 코차승을 거둔 것이다. 당시 ‘비산’의 단승식 배당이 67배에 달할 정도로 이변경주가 되었다.
3년여의 한정된 시간속에서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한층 자신의 고삐를 조여 당기는 장두천 조교사는 제2의 ‘적극성’과 ‘비산’을 탄생시키는 꿈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