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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위 격려 쇄도했지만 실력 부족 느껴......
‘우승 후 안장 풀고 줄행랑’
시체말로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첫 승을 했지만 이명화 기수는 얼굴을 붉히며 한사코 첫 승에 대한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경주가 끝나고 후검량을 위해 안장을 들고 나왔을 때, 김춘근 조교사가 ‘축하한다’며 말을 건넸지만 피곤하다는 핑계를 대고 급히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비록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은 맞지만 자신의 실력이 아닌 마필의 실력으로 이긴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
결승선을 통과하고 난 이후 경합을 펼쳤던 김효섭 선배가 “네가 이긴 것 같다”고 얘기했지만 실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하통로로 접어들면서 마방식구들의 환한 웃음이 그녀를 반기자 ‘첫 승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실 경주전 출전을 준비하면서 조교사에게 “2위는 해야죠”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당일 자신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는 사이, 김 조교사가 먼저 선행을 갈 수 있으면 가고 2위는 와야지라고 말을 건넸다고 한다.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여럿이 어울리지 못하는 이명화 기수는 아직도 경마일을 앞두고 부담감 때문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물론 밤새 자신이 기승할 마필에 대해 생각하고 경주장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우승은 했지만 기대치가 높은 마필이기에 경주전 기승술이 뛰어난 다른 기수를 기승시키는 것을 부탁하려는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이렇듯 여린 마음의 이명화 기수지만 말에 대한 욕심은 다른 기수보다 높다. 새벽훈련 때라도 많은 말을 타보고 싶다고 얘기한다.
“땀 흘리는 것 자체가 좋아요”
서울에서 태어난 이명화 기수는 여성으로는 유별나게 운동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집안의 반대로 특별히 운동에 전념하지 못한 그녀가 기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은 고3이 되고난 이후 집안에서 그녀가 좋아하던 운동을 반대했던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할 무렵, 친척분이 기수모집 신문공고를 보고 추천을 해서다.
특별한 운동 종목을 좋아하기 보다 땀 흘리는 자체가 좋아서 운동을 좋아해 주저없이 기수를 선택할 수 있었다.
비록 마음속에선 부족한 실력에 첫 승을 차지했다는 것이 못내 찜찜했지만.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할아버님이 첫 승 소식을 듣고 “평생가도 못할 줄 알았는데 대견하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큰 위안을 얻었다.
데뷔할 때 모든 신인들이 그랬지만 이 기수도 빨리 첫 승을 하겠다는 꿈을 키웠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부족한 자신을 너무나 잘 알았기에 ‘언젠가는 하겠지’라고 편하게 마음을 먹었고, 몇 번의 인기마 실패 이후에는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라며 첫 승에 대한 기대를 잊었다고 한다.
“저희 조교사님 5백승을 내 힘으로 채워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많이 바꾸고 있다고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명화 기수는 운동과 컴퓨터 게임으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거 체중으로 인해 고전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소 러닝으로 꾸준하게 체중조절을 하고, 스쿼시와 째즈댄스,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배우고 있다. 스쿼시와 째즈댄서를 배우는 것은 평소 자신의 기승자세를 보고 주위에서 너무 딱딱하는 지적이 있었기에 유연성을 기르기 위함이고,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면서 무게중심을 잡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
지금 당장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바로 김춘근 조교사의 5백승을 자신의 힘으로 채워주는 것이다. 498승에서 본인의 힘으로 1승을 추가해 5월 둘째 주 1승을 추가하면 그의 바램대로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부족한 자신을 아껴준 조교사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은 것이다.
하루 빨리 1백전을 채우고 싶다고 개인 소망을 말해 보지만, 실질적인 그녀의 바램은 따로 있다. “꿈은 말하고 나면 사라진다”며 혼자 맘속으로 간직하고 싶다는 이명화 기수의 꿈은 바로 경마팬에게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