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경마인생 ‘이종구 조교사’

- 15세 청운 안고 경마인생 시작
- 역경속 40년 경마생활 ‘이종구식 노하우’ 마련

마주협회장배와의 남다른 인연
4월 27일(일) 마주협회장배 시상대에 오르는 이종구 조교사의 감회는 남달랐다. ‘부움’으로 유일하게 동대회 2연패를 차지한 것도 있지만, ‘울프사일런서’부터 시작해 3연패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사실 ‘울프사일런서’가 2연패 도전에서 코차의 아쉬움만 남기지 않았다면 그와 마주협회장배 경마대회는 하나의 전설을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이 조교사가 바라본 ‘부움’의 마주협회장배 2연패는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다. 힘 하나는 결코 뒤지지 않는 ‘부움’이었지만 미국산 신예마의 욱일승천하는 기세와 가장 높게 나온 부담중량으로 인해서다.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이겨 의외라고 얘기하는 이 조교사는 마주협회장배와의 특별한 인연이 만들어지기 위한 것 아니냐고 한다.
‘부움’은 특이하게도 오른쪽 다리가 평발이다. 때문에 상대가 강한 경주에 나서게 되면, 발바닥 영향으로 인해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외곽으로 사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팬들의 오해를 덜기 위해 교정을 시도했지만 ‘부움’의 발통이 워낙 커서 교정을 할 수 있는 편자가 없었다.
결국 지난해 그랑프리에서도 이 때문에 사행으로 인해 순위변경을 당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제2의 ‘부움’을 찾는다
이종구 조교사가 ‘부움’의 마주협회장배 우승이 기뻤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중량 높은 상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꾸준한 모습을 보이며 호성적을 이어왔으나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나니 ‘부움’의 인기는 다른 마필에 비해 높지 않았다. 바로 가장 높은 부담중량 때문이었던 것이다.
‘부움’이 입사했을 당시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던 마필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다가 낮에 ‘부움’의 마필 운동을 직접 시키는 과정에서 싹수(?)를 알아봤다고 한다. 큰 덩치에 비해 걸음이 좋고 부드러워 1군까지는 무난히 발전하리라 생각했단다.
이종구 조교사는 내년 제2의 ‘부움’을 찾을 생각이다. 올해 멜번컵에 초청을 받아 갔을 때 뉴질랜드에서 ‘부움’을 관리하던 조교사를 만났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 ‘부움’은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으로 가망이 없다고 판명돼 한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한국에서 ‘부움’의 성적을 전해들은 그 조교사는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부움’과 씨수말,씨암말이 일치하는 동생이 있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이종구 조교사는 만사를 제치고 ‘부움’동생에게로 달려가 확인을 했다고 한다. 이제 1살짜리 망아지인 ‘부움’동생을 내년 구매할 생각이 있다고 얘기하는 그는 제2의 ‘부움’을 꿈꾸고 있는 듯 하다.

힘이 되어주는 최인재 마주
‘부움’의 마주인 최인재 마주에 대한 이종구 조교사의 평가는 간단하다. “마주로서 갖출 것을 다 갖춘 사람”이라는 것이다.
경마가 시행되기 위해선 마주부터 조교사, 기수, 관리사, 시행체 등등 다양한 사람들의 노력이 깃들여져야 한다.
그리고 하나의 경주가 마치고 나면 1위부터 꼴찌까지 냉혹한 결과가 남는다.
당연히 상금이 걸려있기 때문에 관계자들간 불편함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최인재 마주는 단 한번도 경주결과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매주 월요일이면 출근도중 마방에 들러 자신의 말들을 살펴보고 갈 정도로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관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다.
최인재 마주의 생각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그랑프리 이후의 일이다. 기대를 가지고 출전한 그랑프리에서 부진과 순위변경이라는 고전을 했지만 최인재 마주는 오히려 마방식구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며 위로를 했다고 한다.
매년 자신에게 할당되는 수급 두수를 꼬박꼬박 챙겨 마방의 원할한 운영에 큰 보탬을 주고 있는 최인재 마주에 대해 이종구 조교사는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
그리고 41조 다른 마주들 역시 적극적인 신마 구매에 나서는 등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마방에선 개인마주제 전환이후 타조로 옮겨간 마주가 없다”는 이종구 조교사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서 41조와 마주간 유대감을 잘 느낄 수 있다.


배추밭의 조랑말에 반해 경마장 투신
1963년  청운의  꿈을  안고  상경,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우연히 뚝섬 유원지에 들렀던 이종구 조교사는 마침 배추밭에서 조랑말을 타고 있던 뚝섬 경마장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평생을 투자할 천직을 만나게 되었다.
당시 조랑말 경마만이 있던 때라 그다지 크지 않은 말을 가지고 배추밭에서 말을 타고 있는 모습이 왜 그리지 좋아 보였는지.... 이종구 조교사는 현 한일영 조교사의 형님에게 달려가 말타는 법을 배워보고 싶다고 사정을 했다. 마침 당시 경마장의 여건이 좋지 않아 사람이 필요한 때인지라 무보수로 일을 해주는 조건으로 기승술을 배우게 되었다.
이후 어려움속에서 6년간 기수생활을 했다. 성실함과  천부적인  소질과  노력으로  화려한  기수  생활을 만들었으나 유혹에  의해  깨진  청운의 꿈은 깨어지고 경마장을 떠나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를 극복하고 권인덕 조교사가 관리하던 1조에 조교보 역할로 복귀하면서 지금의 우창구 기수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잠시 외도 아닌 외도가 있었지만 이종구 조교사가 경마장에서 보낸 시간은 40여년에 달하고 있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15세의 나이에 경마장과 인연을 맺은 그는 벌써 정년을 얘기하는 고참중에 고참 조교사 대열에 있다.
40년의 경마장 생활에서 쌓인 노하우를 가지고 좋은 매듭을 짓기 위해 아름다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종구 조교사는 앞으로도 경마팬에게 좋은 경주를 보여줄 것이 틀림없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진 이종구 조교사
“조교사로 전환하기 전 꼭 이종구 조교사님만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라는 말로 우창구 기수는 이종구 조교사에 대한 존경을 표시한다.
물론 한번 이종구 조교사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 것에서 그의 됨됨이를 알 수 있지 않느냐는 우기수의 말이 당연 옳다.
모든 면에서 자상함과 자신 만의 중심을 가지고 있는 그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우기수는 굳이 단점이나 아쉬움을 얘기하자면 조교사협회 부협회장직을 맡으면서 이전보다 마방에 신경을 덜 쓰는 것이라고 한다.
영예기수 대열에 올라 이미 기수로서 검증(?)을 받은 우기수가 배우고자 하는 이종구 조교사만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이 조교사는 그것을 40년간 몸에 익혀온 경험이 쌓인 것이라 얘기한다.
글이나 말로써 표현하기 힘든 노하우라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하고 있지만, 이종구 조교사도 경마에 온생을 바치고 있는 경마인으로서 경마발전을 위해 자신의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방법을 찾고 있을 것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