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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명콤비로 상호 신뢰 구축”
5주 경마로 길고 길었던 3월 경마에서는 김일성·임대규 콤비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한 마방에서 조교사와 기수가 나란히 3월 MVP에 선정됐다.
지난 3월 각각 조교사, 기수 부문에서 다승 1위에 오른 김일성 조교사와 임대규 기수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압도적인 인기 우위를 보이며 3월 MVP에 올랐다.
김 조교사와 임 기수는 각각 마사회가 선정하는 월간MVP에 선정된 경험이 있지만 아쉽게도 지금까지 둘이 같은 시상대에 선 경험은 없다.
경마팬이 선정하는 인터넷 경마문화신문 월간MVP에 함께 선정된 둘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좀더 욕심을 내서 마사회에서 선정하는 MVP까지 함께 선정돼 경마팬 앞에 서고 싶다고 밝힌다.
평소 무뚝뚝하고 인터뷰를 피하기로 유명한 김일성 조교사는 경마팬이 선정하는 3월MVP 선정을 맞아 기꺼이 인터뷰에 응했다.
조교사와 기수가 함께한 자리에서는 13년간 변함없는 호흡을 맞추고 있는 명콤비답게 서로를 칭찬하기에 바빴고, 상호간 굳은 신뢰가 구축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권순옥 기자 margo@krj.co.kr】
“14조 작전은 팬에게 실망시키지 않는 것”
김일성 조교사는 지난해 10월 이후 올해 초까지를 슬럼프였다고 얘기한다. 물론 드러난 성적만으로 본다면 그다지 나쁜 성적을 올린 것은 아니다. 평년작은 했다고 보지만, 그가 어려웠다고 하는 것은 아마도 전적으로 신임하는 임대규 기수의 공백과 더불어 소속조 마필들이 단체로 감기에 걸리는 일이 발생하면서 자리를 비운 사람의 자리가 커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경마문화에선 첫 월간MVP에 선정된 김 조교사는 “한조에서 같이 수상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밝히면서 14조의 모든 식구들이 묵묵하게 각자 할일을 다했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임대규 기수가 경마팬에게 좀더 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그는 14조의 모든 작전을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당당히 밝힌다.
지난 3월 마지막주 고공비행을 하며 몰아치기 6승으로 대역전극을 그려냈던 임대규 기수도 김 조교사와의 공동 수상을 기뻐하면서, 자신과 소속조 모두가 따뜻해지면서 성적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밝히고, 특히 이번에는 체력관리와 마필에게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지속될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신뢰로 뭉친 명콤비’
91년 제도변화가 생기면서 기수들의 마방 재배치가 이뤄졌다. 김일성·임대규 콤비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임 기수는 당시 14조에 선임 기수로 있던 윤치운 기수(현 24조 조교사)가 그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여유있는 후임생활이 가능했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물론 13년을 지내면서 항상 좋았던 때만 있던 것은 아니다. 임은 나쁜 상황에서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교사나 자신, 그리고 마방식구들이 모두 솔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얘기한다. 불만이나 갈등이 있을 경우에는 서로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를 함으로써 바로바로 원인을 없애온 것이다.
외부에는 무뚝뚝하게 비치지만 임 기수가 바라보는 김일성 조교사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특히 기수들 사이에선 인기투표를 하면 3위내에 들 수 있다고 자부한단다. 기수생활을 거친 선배로 아버지 같기도 한 김 조교사는 기수에게는 자유롭고, 기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스타일이란다.
“기수도 사람이다”
마필 고장없이 계속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 겸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는 김 조교사는 경마대회 출전 계획에 대해선 고정된 대회에 말을 맞추기보다 상황을 보면서 생각해 보겠다고 한다.
기수들 입장에서 기수를 바라본다는 김일성 조교사. 경마팬에게 부탁이 있다고 한다. 기수도 사람이라는 것을 생각해 달라는 것이다.
예시장에서 임대규 기수를 응원하는 서포터들을 바라보면서 흐뭇함을 느꼈다고 하면서 그러나 아직도 승부에서 졌다고 야유하고 욕을 퍼붓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열심히 해서 진 선수에게 같은 말이면 위로가 될 수 있는 응원을 부탁한다.
14조는 세습 준비중?
사진촬영을 위해 잔디밭에 선 김 조교사가 임대규 기수의 어깨가 자연스럽게 손을 올린다. 서울경마공원에는 54개 마방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1백여명의 기수들이 존재한다. 그들도 우리가 사는 일상처럼 서로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매년 여름이 되면 조교사, 기수는 각기 바쁜 일정을 보낸다. 콤비를 구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많은 콤비들이 새롭게 구성되고 해체를 거듭해 왔다.
그러나 김일성·임대규 콤비는 13년이란 세월을 당연한 것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왔다. 상호간에 구축된 굳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임대규 기수는 공식적으로 14조 마방을 물려받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그리고 김일성 조교사 역시 자신의 전부인 14조를 임대규 기수에게 물려주고 싶어한다.
“김일성家는 세습체제”라고 농담조로 말하는 임대규 기수의 눈빛에서는 자신과 김 조교사의 열정과 땀이 배인 14조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램이 엿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