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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가을 내음속 빛나는 추억 만들기
(이성환 프로필)
소속조 35조(하재흥)
생년월일 1979/09/13 (26세)
데뷔일자 2001/07/06
기승중량 48Kg
통산전적 815전(44/45/60/81/74) 승률 : 5.4% 복승률 : 10.9%
최근1년 249전(16/18/26/33/23) 승률 : 6.4% 복승률 : 13.7%
지난 주 오랜만에 서울경마공원에서 1백배가 넘는 고배당이 연속해서 경마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맞춘 사람은 맞춘 사람대로 못 맞춘 사람은 못 맞춘 사람대로 할 얘기가 많았던 경주다. 1백배가 넘는 두 개의 경주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성환 기수가 꼭 끼워져 있다는 것이다.
고배당의 포문을 연 8경주에서 이성환 기수는 타조(47조 김병용 조교사) 마필인 ‘골든챔피언’에 기승했다. ‘골든챔피언’은 지난해 7월 2위 입상을 기록한 이후로 단 한번도 입상을 하지 못한 상태라 전혀 인기를 모으지 않았다. 경주 조건에서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상태라 해당마필에 첫 기승을 하게 된 이성환 기수도 큰 기대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경주거리가 1400m로 줄어들면서 선행을 해보라는 지시를 들은 채.
발주기 문이 열리고 빠르게 앞으로 나선 ‘골든챔피언’에 이성환 기수는 강한 추진을 시도했고 선행으로 경주를 이끌게 됐다. 성적이 좋았던 마필이 아니라 4코너 이후 발걸음이 무뎌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결승선 직선주로에서도 생각보다 마필의 움직임이 좋았다. 결승선을 앞두고 마필의 발걸음이 무뎌졌지만 이미 후속마들은 거리차를 극복할 여력이 없는 상태로 이성환 기수에게 우승을 안겨준 것이다.
이성환 기수의 우승에 이어 해당경주에서 인기 9위를 기록했던 이동국 기수의 ‘늘기쁨’이 2위 입상을 하면서 배당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복승식 237.1배, 쌍승식 438.5배 경마팬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고배당에 할말을 잃어 버렸다.
경마팬들의 놀라움은 이어진 9경주에서 극에 달했다.
이성환 기수가 2조(김재복 조교사) 마필인 ‘웨스트슬루’에 기승하고 연속 출전했지만, 눈여겨 보는 경마팬은 거의 없었다. 결국 ‘웨스트슬루’는 출전마중 가장 낮은 인기도를 보였다.
하지만 경주중반까지 가장 후미에 있던 ‘웨스트슬루’가 차츰 선두그룹쪽으로 이동을 했고, 4코너 이후 직선주로에서 추입을 감행하면서 2위를 결승선을 통과하고 말았다.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인기 최하위 마필로 입상을 기록하면서 복승식 142.4배, 쌍승식 395.1배라는 고액배당을 또다시 선물했다. 물론 배당이 높은 만큼 그의 선물을 받은 경마팬 수는 적었겠지만.
이성환 기수는 2001년 20기로 경주로에 데뷔했다. 문세영, 조경호, 이신영 기수까지 참으로 유명한 기수들을 동기로 두고 있는 것이다.
적지 않은 수에 유명세를 탄 동기들이 많았던 것은 좋은 점도 있지만 주목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안겨 주었을 것이다.
현재 이성환 기수가 거둔 성적은 지난 6월 수습딱지를 떼어내고 3승을 추가해 44승을 기록중이다. 1백승을 훌쩍 뛰어넘고 군입대를 한 문세영 기수나 지난해 최고의 해를 보내고 올해 마카오에서 활약을 하고 있는 조경호 기수에 비교가 되지 않는 초라한 성적이다.
하지만 이성환 기수는 그 잘나가는 문세영, 조경호 기수보다 훨씬 앞서서 첫 승을 기록한 바 있다. 동기중 가장 먼저 첫 승을 기록한 심승태 기수와 여성기수로 주목받은 이신영 기수에 이어 세 번째를 차지한 것.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성적은 동기생들에 비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각자 사정에 따라 성적이 좌우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나타난 성적의 차이는 크게 보였다.
2003년 처음으로 한해 16승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기승수가 현저히 줄면서 우승 수는 반절로 줄고 말았다.
이성환 기수의 성적을 살펴보면, 다른 계절보다 봄시즌에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올해도 역시 3월부터 6월까지 8승을 거두면서 봄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진정한 기수로 거듭나기 위해선 언제 어디서나 안정적인 기승술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 주 기승정지로 휴식을 취하게 됐지만, 올해 자신의 최다승 경신을 노려볼 절호의 기회를 맞이해 심기일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기수라는 직업에 대해 잘 몰랐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척분의 권유로 기수를 선택하게 되었다. 기수라는 직업이 어떠하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지만 마사회에서 근무를 한적이 있는 친척분이 신체조건이 기수를 하기에 적당하다고 추천했을 때, 기수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게 됐고, 서부영화에서나 봤음직한 말을 탄다는 것이 그 당시는 상당히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현재의 이성환 기수가 있게 했다.
이성환 기수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내심 당혹감을 나타낸다. 바로 곧바로 대쉬를 하려는 당찬 눈빛을 감당하기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얘기를 나누다보면 그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바로 진지한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매사에 진지한 자세를 잃지 않는 그는 처음에는 다소 긴장감을 가지게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어내게 하는 남을 위한 접대용 우스개를 양념처럼 곁들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기수들이 성적이 좋고 잘 타는 기수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얘기하는 것이 바로 성실함이다. 이성환 기수도 항상 성실을 먼저 얘기한다. 그리고 단순하면서도 명쾌하게 ‘처음의 마음가짐을 변치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한다.
초심(初心)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한 만고의 진리인 듯 싶다.
오색찬란한 가을의 정점을 지나 빛을 바래고 땅으로 추락하는 낙엽이 지천으로 깔리는 지금, 서울경마공원을 반짝 빛내준 이성환이라는 작은 보석이 가을의 진한 추억으로 영원히 기억되길 기대해 본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