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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의 2백승 달성
“뒤늦은 2백승 기쁘지만 쑥스럽다”
87년 기수생활을 시작한 13기 정평수 기수.
그가 드디어 고대하던 2백승 고지를 달성하며 새해벽두 시원한 출발을 알렸다.
90년대부터 시작된 13기의 돌풍은 서울경마공원 ‘최대·최고’ 기수집단으로 자리잡은지 오래고, 상당수의 동기들이 부산·경남경마장 조교사로 진로를 변경했지만 아직도 서울경마공원의 주축임에 틀림없다.
박태종, 김효섭, 임대규 기수 등 내로라하는 동기들에 대활약과 비교해 뒤늦은 2백승이 쑥스럽지만 한분야에서 18년째를 맞이한 시점에서 거둔 2백승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선후배를 잘 챙겨 많은 기수들과 두루 친분을 쌓고 있는 그는 주위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스타일로 튀지 않지만 꾸준하게 노력하는 기수다.
한국 경마를 뒤흔드는 스타 동기들에 빛이 가렸지만, 꾸준히 제 길을 달려가고 있는 정평수 기수를 만나 2백승 달성 소감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새해 벽두에 찾아온 2백승
지난 17일(토) 마지막 11경주에 출전한 정평수 기수.
2백승에 불과 -1승만을 남겨둔 상태였지만 경마팬들의 반응은 반신반의였다. 경주흐름 자체가 설연휴를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였고, 높은 인기를 기록한 마필이 2두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기승한 ‘캐릭터’와는 직전경주에서 인기 1위에도 불구하고 2위에 그치는 실망을 안겼던 기억 때문이기도 하다.
좋은 출발을 보인 정평수 기수의 ‘캐릭터’는 게이트 이점을 살리며 치고 나온 1번‘주말의전당’과 잠시 선두경합을 펼쳤으나 곧바로 선두로 나서며 경주를 주도해 나갔다. 이후 4코너를 선회하면서 높은 인기를 보인 ‘아이원트’와 ‘그랜드파워’의 도전을 받았지만, 재차 힘을 내기 시작한 정기수와 ‘캐릭터’는 후속마와 1마신차의 거리를 유지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오랜 기다림이 있었기 때문일까? 2백승을 달성한 우승이후에도 정평수 기수는 별다른 제스처 없이 묵묵한 자세를 유지했다.
묵묵한 자신의 17년간 발자취 속에서 2백승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굳이 도드라지게 특별한 경주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뒤돌아 보면 2003년말 17년의 기수생활을 지낸 후 눈앞에 다가온 2백승을 정복하기까지 아홉수는 너무나 긴 인내를 요구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였지만 막상 1승을 거두기까지 무려 55일, 경마주간으로 5주간이란 시간을 가슴 졸이며 보내야했다.
지난해 11월 23일 일요경마에서 1경주‘천지제패’와 7경주‘복동아’로 2연승을 거두며 199승을 기록했을 때만하더라도 주위에서 정평수 기수의 연내 2백승 달성이 무난하리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아홉수의 징크스는 늦깎이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결국 주위의 기대와 달리 2위 4회로 아쉬움을 남기며 해를 넘겨야 했다. 특히 12월 경마에서 인기 1위를 기록했던 ‘캐릭터’와 ‘금산대왕’의 2위는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 경주다. 마음속으로 2백승에 대한 별다른 부담감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인기마에 기승했을 때 조급함은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정기수는 기수생활을 하며 항상 주어진 경주에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로 출발부터 결승선까지 힘찬 모습으로 경주에 임해왔고, 2백승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도 욕심보다는 예전과 똑같이 경주에 임했다고 한다.
·최선 다하는 꾸준함을 보이겠다
새천년이 시작되던 지난 2000년 정평수 기수가 현재의 48조(김대근 조교사)로 소속조를 옮기면서 한해 20승을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하는 기수들이 있기 때문에 전성기라고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그에게는 좋은 성적이었다.
당시 소속조에 기대마들이 선전을 해주고 보유마필도 33두 정도를 유지하면서 이듬해인 2001년에도 24승을 거두며 따뜻한 봄날(?)을 보였다.
하지만 기대마의 급추락과 신마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어려움 속에서 자신을 믿어준 김대근 조교사와 마방식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제 어느정도 앞날의 계획들이 그려지면서 기대치를 높이고 있는 상태다.
새롭게 시작된 갑신년 새해. 기다리던 2백승 돌파로 상큼한 마음으로 시작을 한 만큼 정평수 기수는 소속조가 올 한해 꾸준하게 상금을 벌 수 있길 바라고 좋은 분위기가 지속되길 빌어본다. 그리고 더불어 부상의 염려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경마팬 앞에 서겠다고 다짐한다.
〈정평수 기수 인터뷰〉
- 새해를 맞이하여 아홉수를 벗어나며 2백승을 달성해 좋은 출발로 보인다. 2백승 달성 소감은
▲ 홀가분한 기분이다. 통산 2백승이라고 하지만 하나의 경주를 놓고 보자면 단지 1승을 추가했을 뿐이다. 2백승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지 않으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특별하게 다른 느낌은 없었다.
- ‘캐릭터’로 아쉬움을 남겼다가 우승을 했는데, 기대를 했었나
▲ 솔직히 연말에 2위에 그친 것은 부담감을 가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면서 레이스를 잘못 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우승은 솔직히 경주전에는 기대를 높게 가지지 못했다. 경주를 하면서 4코너를 선회하면서 아홉수를 끊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한동안 소속조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는데
▲ 지난해 상반기까지 개인적으로나 마방이나 모두 어려웠던 시기를 보냈다. 물론 현재도 마필 두수가 적기 때문에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다만 현재 신마수급이 이뤄지고 있어 하반기에는 기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열심히 하다보면 차츰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 기수들의 바램중 하나가 부상이 없는 것이다. 그동안 부상이 잦은 편이었는데
▲ 곰곰이 생각해 보니 부상으로 인해 병원에 있던 시간이 전부 합치면 3년정도나 되는 것 같다. 큰 부상은 아니더라도 잦은 부상으로 공백기가 적지 않았다. 올해도 훈련중에 낙마를 했는데 불행중 다행으로 큰 부상을 피할 수 있었다. 올해는 부상없이 꾸준하게 기승하는 것이 최대 목표다.
- 새해를 맞아 계획이 있다면
▲지난해 부산조교사 시험을 치뤘다가 아쉬움을 남겼는데, 올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응시할 생각이다. 하지만 말을 타는 순간만큼은 안 다치고 꾸준하게 기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계획이다. 또한 우승도 많이 하고 경마팬에게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