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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사 면허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스트레스와 긴장감이었습니다. 조교사 면허를 합격하고 나니까 그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다 사라지고 지금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입니다” 경마공원의 엘리트, 김호 조교보(26조, 37세)의 조교사 면허 합격 소감이다.
영예기수들이 대폭 늘어나고 조교사 면허 응시자가 늘어나면서, 요즘 서울 경마공원의 조교사 면허 시험은 고시를 방불케 한다. 1차 필기시험부터, 2차 실기시험(기본마술, 응용마술, 실무능력), 3차 면접시험까지. 이번 서울 조교사 면허시험도 영예기수 5명을 제외하고 30여명이 응시해 1차 필기에서 14명, 2차 실기에서 5명만이 합격하며 치열한 경쟁 속에 선발됐다고.
이미 지난해부터 조교사 면허 시험에 대비해 꾸준히 준비해왔다는 김호 조교보 역시 1차 필기시험은 무난하게 좋은 점수를 받고 합격했지만, 이후 실기시험에서 고전의 연속이었다고. “마방실무 시험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뻔히 아는 것이라도, 이론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죠. 사실 말 끄는 것 하나 못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근데 그것도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해보라고 하면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게 시험이죠.”
실기시험에서 혹시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많았다는 김호 조교보. “그래도 실무시험에서 혈통문제가 많이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예전에 조교승인과 조교보 시험에서는 한 두번씩 떨어졌는데, 조교사 면허는 정말 운이 참 많이 따랐던 것 같습니다”며 겸손해한다.
- 2조 김재복 조교사 아들… “아버지는 든든한 후원자”
김호 조교보는 2조 김재복 조교사의 아들이다.
경마공원 입사 당시 반대도 많았다는 김 조교사는 지금은 김호 조교보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조교사 면허에 합격했다고 했을 때, 아버지 김재복 조교사가 더 기뻐하고 흥분했다고. “평소에 말이 없으신 편이지만, 늘 마음속으로 많이 응원해주시죠. 든든합니다.”
현역시절 뚝섬 경마장에서 명 기수로 활약했던 김재복 조교사는 조교사로도 매년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3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내, 이제 정년을 불과 3년도 남겨두지 않은 최고참이기도 하다.
3년 뒤 2조로 발령 받는 것이 어떨 것 같느냐는 기자의 질문. “그럴 수도 있지만… 그게 뭐 제 맘대로 되나요? 2조로 발령 받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기는 합니다”며 웃음을 짓는다.
- 잊을 수 없는 경주마 ‘무비동자’
김호 조교보는 지난 87년 경마공원에 입사해 97년 26조 조교보로 발령을 받았다.
그가 26조 조교보로 발령을 받고 함께 26조 입사한 경주마가 바로 ‘무비동자’. 처음에는 말이 왜소해서 특별한 관심이 없었지만, 실전 경주에서 엄청난 근성을 발휘하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자기 능력보다 더 뛰어주는 경주마 같아요. 근성이 정말 엄청난 놈이죠”
‘자당’과 ‘새강자’와 같은 시대에 뛰는 바람에 경마대회에서는 번번이 2위, 3위를 많이 했다는 것이 ‘무비동자’에겐 가장 큰 아쉬움이었다고.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 지난주에는 8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다시 경주에 출전했지만, 경주 결과는 12두중 11등에 그쳤다. “이젠 나이가 먹어서 뛰는 것만 해도 대견합니다. 사실 거세마라서 생산에 투입도 안되고, 퇴역하고 좋은 주인을 만나야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비동자’와 김호 조교보의 인연은 조교사 면허시험까지 이어져 결국 그는 ‘무비동자’에 기승해 실기시험을 합격했다. “26조에 와서 최근에 ‘기쁜우리’를 비롯해 좋은 말들을 많이 만났지만, ‘무비동자’ 만큼은 앞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 같습니다”
- 우리 실정에 맞는 혈통서적 발간이 꿈
김호 조교보는 건축공학을 전공한 경마공원의 소문난 엘리트다.
뚝섬 경마공원에서 군 입대전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마필 관리사가 결국 직업이 돼 건축공학도로서의 꿈은 포기했지만, 그의 업무 처리는 경마공원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실제로 26조 안해양 조교사는 김호 조교보에게 대부분의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다고 밝힐 정도로 그를 신뢰한다고 여러 번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김호 조교보는 “안 조교사님은 장점이 무척 많습니다. 특히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고, 믿음을 주는데 인색하지 않죠. 많이 배워야할 것 같습니다”고 밝힌다.
앞으로 조교사로 발령이 떨어질 때까지 꾸준히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김호 조교보. “최근에는 젊은 관리사들이 주축이 돼 혈통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인 만큼 혈통에 대해서 배우려고 하는 자세가 굉장히 높아서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이들과 함께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혈통서적을 발간하는 게 꿈입니다”
경마공원의 최고 엘리트 김호 조교보, 그의 계속된 열정으로 그 꿈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김중회 기자 rin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