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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경마대회 6관왕 경신 목표로 매진
‘경마장의 리옹’천창기 기수가 코리안더비를 거머쥐며 경마대회 사냥에 박차를 가했다.
올해 초 부상이라는 암초에 걸려 지난해 최고의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4월 경주로에 복귀한 이후 부상의 터널에서 벗어나며 스포츠조선배 우승에 이어 코리안더비를 석권하면서 경마대회 2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경마대회 6관왕의 위용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이다.
천창기 기수는 내친 김에 올해 목표를 지난해 6관왕을 뛰어넘는 기록을 세우는 것이라고 당당히 밝힌다.
이제는 서울경마공원에서 특급기수로 인정받는 그이기에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올해 초반의 아쉬움에 대해 “내 탓이려니 하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천창기 기수의 한마디가 곧 그의 생활관을 말해준다. 그다지 친근한 첫 인상은 아니지만, 조금만 말을 하다보면 끊임없이 나오는 그의 다양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
87년 13기로 데뷔한 천 기수는 96년까지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성적이 아주 저조했던 것은 아니지만 20승 내외의 성적을 거두는 그가 박태종, 김효섭, 임대규 등으로 대표되는 동기들에 비해 관심을 받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그러나 97년 그는 한해 35승을 거두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었고, 이후 99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하게 30승을 넘어서는 성적으로 경마팬 앞에 우뚝 섰다.
이러한 천 기수의 변화에 촉매제가 된 것은 바로 96년 3개월의 짧은 기간이지만 아일랜드로의 유학이었다. 물론 꼭 경마유학이 변화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스스로도 “경마를 보는 눈을 넓힐 수 있었다”는 얘기를 할 정도로 새로운 계기를 제공한 것이 사실이다.
55세까지 경마팬이 인정할 수 있는 기수로 남겠다고 거대한 포부를 밝히는 천 기수는 그때까지 자신의 체력과 기승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또 한번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다.
얼마남지 않은 5백승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그는 “5백승을 한다면 기쁘겠지만 그것보다는 1승 하나 하나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1승 1승이 모여야만 5백승도 가능하다는 이유다.
스포츠조선배 우승으로 인터뷰를 한 뒤 얼마되지 않은 시간이지만 또다시 인터뷰에 나서는 천창기 기수의 얼굴은 여전히 진지하기만 하다.
특히 대통령배 경마대회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했다는 기쁨으로 충만한 그는 또다른 경마대회 사냥을 위해 오늘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코리안더비를 준비하던 천창기 기수는 내심 대통령배의 설욕을 다짐했다고 한다. 물론 대통령배 경마대회에서 최선을 다했고, 경주에서도 최적의 레이스를 했기에 후회는 없었지만 지난해 경마대회 6관왕의 자존심은 투지를 불살랐다.
결국 그의 말대로 기가 막히게 대통령배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조경호 기수의 당일 최고 인기마 ‘서니마운틴’을 따돌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나중에 경주동영상을 보니 ‘서니마운틴’이 4코너에서 두 번이나 막히는 불운이 있었기에 우승이 가능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하는 천창기 기수는 자신의 우승의 요인은 바로 3코너를 지나면서 한발 앞서 승부타임을 가져간 것에 있다고 밝힌다.
전반적인 경주내용은 스포츠조선배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타우드’와 비슷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물론 ‘새벽동자’가 다른 마필들에게 휩싸여 경주를 했다는 점이 다르지만 승부타임을 가져간 것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큰 경주를 앞둔 천창기 기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짓말이겠지만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마필에 비해 큰 인기를 얻지 않은 것도 작용했겠지만 인기마에 기승했더라도 큰 긴장을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최선을 다하고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지론을 펴는 천 기수는 1∼2분의 승부를 위해 장시간 정성을 드린 만큼 긴장보다는 어떻게 최고의 내용을 보여줄까에 몰입을 하다보면 긴장감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일찍 승부 타임을 가져간 그가 우승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결승선을 불과 20m정도 앞둔 거리였다. 미리 치고 나갔기 때문에 당연히 뒤에서 올라올 마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던 것이다. 그러나 결승선을 5m정도 앞두고는 우승을 확신하고 마필의 추진을 멈출 수 있었다.
2002년 ‘미러클윈’의 굿데비배 우승으로 생애 첫 경마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경마대회 우승 기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된 천창기 기수는 그 해에만 4개의 경마대회를 석권하며 바야흐로 천창기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이후 코리안더비까지 그가 시상대에 선 것이 모두 14회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이번 코리안더비 우승으로 처음 더비 우승을 차지하면서 지금까지 석권하지 못한 다른 경마대회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고 표현한다.
20여개에 달하는 경마대회를 전부 석권한 기수는 아직 없다. 물론 기수생활을 하면서 최종적으로 모든 경마대회를 석권해보겠다는 욕심이 없지 않지만, 천창기 기수는 우선 GⅢ 이상의 경마대회 석권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가 얻지 못한 GⅢ급 경마대회는 모두 3개다. 서울마주협회장배, 한국마사회장배, 농림부장관배가 바로 그것이다.
서울마주협회장배 경마대회는 이미 지났기 때문에 내년이나 기약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마사회장배와 농림부장관배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은 벌써 경주로를 달려 나가고 있는 듯 하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