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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능력 발휘 못하는 현 시스템에 아쉬움 남겨 … 마방식구 친가족처럼 인화단결 이루라고 후배 조교사에게 조언
임형규 조교사 프로필
출 생 지 : 경북 안동
소 속 조 : 06조
생년월일 : 1943/02/20 (63세)
데뷔일자 : 1978/07/19
85년이후 전적 : 4471전(373/410/396/383/426) 승률 : 8.3% 복승률 : 17.5%(마사회 발표 전적)
전체 전적 : 6664전/652승/ 2위 690회 승률 : 9.8% 복승률 : 20.1%(본지 합산 전적)
최근 1년 : 121전(10/9/5/13/7) 승률 : 8.3% 복승률 : 15.7%
만 40년을 말과 함께 살아온 임형규 조교사가 오는 6월말을 기점으로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경마공원을 떠나게 됐다.
말과 함께 한 외길 인생 40년, 정년을 앞둔 그가 험난한 여정을 이겨내고 그리고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인간미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1966년 친구와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를 처음 찾았다가 뚝섬에서 본 경주마에 한눈에 반해(?) 평생 직업을 삼아버렸다고 한다.
안동 태생으로 대구에서 직물관련 직장을 다니고 있었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당시 임경수 조교사에게 사정을 해서 기승술을 배우게 됐다.
지금 서울경마공원에서 경마를 시작한 경마팬은 전혀 상상도 하지못할 정도로 열악했던 뚝섬시절 그는 기수가 되기 위해 2년 동안 어려움도 마다않고 열심히 했고 드디어 68년 첫 기수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후 10년간 기수생활을 하면서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등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쌓을 수 있었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2000m로 펼쳐졌던 추계경마대회에서 ‘쓰리에스’라는 마필로 우승을 차지했던 것과 ‘을지로’라는 비인기마로 경마대회에서 2위를 기록하며 고배당을 선사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기수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상장과 상패가 7-8개는 되었는데, 몇 번 이사를 하면서 분실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기수생활을 10년 채우고 나서 임형규 조교사는 78년 조교사로 새출발을 하게 되었다.
뚝섬시절 초창기 한국경마발전을 위해 헌신한 선배 조교사들보다는 편하게 조교사 생활을 했다고 자위하지만, 결코 쉬운 길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키워낸 ‘승리호’, ‘황금호’는 영원히 잊지 못할 명마로 기억될 것이다. 특히 ‘승리호’는 뚝섬경마장에서 마지막으로 펼쳐진 1등급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영광을 그에게 선사한 마필이다.
뚝섬시절을 지난 현재의 한국경마가 있기까지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과거 마사회장이 매출액이 500억원이 되면 조교사들에게 자동차를 선물하겠다는 얘기를 했을 정도였는데(물론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제 한국경마는 연간 5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매머드급 기업으로 성장을 했다.
임형규 조교사는 한국경마의 성장이 있기까지 경마계의 모든 사람들이 피땀을 흘리는 노력을 했지만, 최일선에서 고생을 한 조교사와 기수들의 노고가 너무 쉽게 잊혀진 것이 아쉽다고 얘기한다. 경마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그들에게 물질적인 보상은 아니더라도 명예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조교사는 정년퇴임 기간이 되더라도 3년간 연장신청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최근 조교사가 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는 후배들이 많아서 연장신청이 받아드려지지 않는 상황이지만, 임형규 조교사는 연장신청조차도 하지 않았다.
떠나는 마당에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더 이상 조교사생활을 연장하고픈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결코 말에 대한 사랑이나 조교사 생활 자체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천시절을 지내면서 조교사가 그 능력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하고 묻혀가는 사례를 직접 체험하고, 봐왔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조교사의 정년이란 것이 없다. 조교사 겸 마주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고, 스스로 능력이 되는 한 경주마를 훈련시키고 경주에서 자신이 훈련시킨 마필들이 뛰는 것을 지켜본다.
임형규 조교사는 말로는 빨리 경마장을 떠나고 싶다고 말을 하지만, 숙소를 찾은 허재영 기수에게 7월 경마시행 계획표를 가져다 달라고 넌지시 얘기한다. 아직도 그의 마음속에는 그동안 관리하던 마필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몇 년전까지 직접 경주마 훈련을 했던 그는 후배 조교사들을 위해 “가식적인 것은 안된다. 정직함을 유지하고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해야한다. 믿음을 한번에 줄 수 없는 만큼 꾸준히 노력하라”고 조언을 한다.
더불어 경쟁력 심화로 인해 서로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고 있는 현재의 경마산업계에도 “프로정신을 키워주기 위해선 믿음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또한 신임 조교사들을 위해 말을 꼭 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번 말에서 내리면 다시는 못 타게 되는 현실을 인식하고 열정을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확신시키기 위해 새벽훈련에서 직접 경주마를 훈련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임형규 조교사는 정년퇴임을 앞두고 서서히 노후준비를 해왔다. 경제적인 여유가 많지 않은 상태지만 나무를 지속적으로 심어왔다. 그리고 은퇴후에 나무를 심으며 소일거리를 할 거란다. 1두의 우승마를 키우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기울이던 그 심정을 나무로 대신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지난 40년의 세월을 양심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그는 곁눈질 없이 살아온 세월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말하면서, 경제적인 이유로 경주마생산이나 목장을 꾸릴 수 없지만 만약 40년의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당연히 발벗고 나서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경마를 도박이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안된다”고 강력하게 말하는 임형규 조교사는 경마팬들에게 소신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경마를 해야함을 강조한다. 스스로 관찰하고, 추리해 적중시키는 것이 바로 경마의 묘미라는 것이다.
정년을 맞아 40년의 평생을 보낸 경마장을 떠나게 된 임형규 조교사는 마지막으로 경마발전을 위해선 시행체를 비롯해 모든 관련단체가 힘을 모아야 하고, 서로 아픈 부분을 챙겨주면서, 하나의 생각과 하나의 행동을 한다면 한국경마가 무궁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얘기한다.
또한 모든 경마인들이 경마팬에게 칭찬 받을 수 있는 경마를 이루기를 기원하고 있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