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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의 부족함을 깨고 한길로 매진한다!
〈황순도 기수 프로필〉
출 생 지 : 인천
생년월일 : 1977년 10월 26일(28세)
소 속 조 : 14조(김일성 조교사)
소 속 조 : 49kg
데뷔일자 : 1998년 6월 15일(정규 18기)
통산전적 : 773전 28승 2위 42회 승률 : 3.8% 복승률 : 9.5%
경마대회 : 코리안더비 우승
지난 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제9회 코리안더비는 갖은 진기록을 남기고 이제 뒤안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코리안더비의 열풍을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을 오래할 사람중 하나가 바로 황순도 기수일 것이다.
모두가 생각지 못한 인기 최하위마에 기승해 막판 불꽃같은 추입력으로 예상치 못한 우승으로 생애 첫 경마대회 우승과 코리안더비 우승으로 5월 수득상금 부문에서 일약 2위로 뛰어오르는 기쁨을 맛보았다.
하나의 결실이 맺기까지 수없는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함은 세상이치다. 특히 경주에서 우승을 일궈내기 위해선 그저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순도 기수에게 있어 코리안더비 우승은 다분히 행운이 점철된 경주로 남아 있다.
올해 수습기수제도 변경으로 인해 경마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첫 번째다.
황순도 기수는 코리안더비에 출전할 소속조 마필인 ‘백록정’의 훈련을 전담했고, 기승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수습기수들의 경마대회 기승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칫 제도가 바뀌지 않았다면 그에게는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우승후 인터뷰에서 ‘백록정’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전혀 우승을 기대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백록정’은 소속조에 도입되면서 그와 처음부터 호흡을 맞췄고 능력검사까지 그의 손을 거쳤다. 하지만 데뷔전을 앞두고 부상으로 인해 기승기회를 놓쳤고, 이후 계속해서 다른 기수가 기승하면서 실제 경주에선 기승경험을 가지지 못했다.
더비를 앞두고 훈련을 전담했던 황 기수는 경주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백록정’의 구절이 붓는 바람에 출전포기를 고려해야 했다. 하지만 두 번째 행운이 따라주면서 출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98년 6월 정규 18기로 경주로에 데뷔한 기수 황순도. 첫 우승을 단시간에 일궈내며 데뷔 초기부터 주목을 받았던 황 기수는 이후 몸담았던 조(組)가 해체되는 바람에 크게 빛을 보지 못하고 입대를 해야만 했고, 현재 간혹 고배당을 선사하는 기수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
황 기수가 기수라는 직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운동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고 한다.
중학교 때까지는 심폐기능이 좋아 장거리 육상 선수로 활동했었고 꾸준히 운동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우연한 기회에 기수 모집 공고를 보게 되면서 당시만 해도 낯선 기수라는 직업에 뛰어들게 됐다.
하지만 황순도 기수는 자신의 지난 성적에 대해 노력을 안했다는 말을 한다. 현재 기수중 중간적인 입장에 선 18기 동기생들이 좋은 성적으로 활약을 하고 있는 반면, 자신의 성적이 전혀 내세울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다.
기수세계에서 처음부터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매경주 피말리는 경쟁을 해야하는 기수들에게 잠시의 주춤거림은 곧바로 퇴보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신인시절 말을 못탄다는 질책을 받았다는 박태종, 한참을 뒤처지다 일시에 정상급으로 올라선 다른 기수들 모두가 오랫동안 자신을 채찍질하고 끊임없이 기수로서 노력을 했기 때문에 현재의 모습이 가능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승률 3%대의 저조한 모습이지만 코리안더비의 우승을 계기로 황순도 기수가 가진 열정과 근성을 마음껏 펼쳐내기를 기대해 본다.
- 코리안더비 우승을 축하한다. 소감은?
▲ 기쁘다는 말로밖에 표현이 안된다. 특히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더욱 기분이 좋고 마주님, 조교사님, 마방 식구들이 더욱 좋아하셔서 기쁘다.
- 전혀 인기를 모으지 못했는데 경주전 기대치는 어느정도나 되었나?
▲ 힘이 있는 마필이라 힘 안배를 적절히 해서 따라가다 추입을 한다면 순위권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훈련중 구절이 붓는 등 다리가 좋지 않아서 출전을 포기할 상황이 되었는데, 운이 따라주어 출전을 했고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
- ‘백록정’이라는 말에 대해 자세히 말해달라
▲ ‘백록정’이라는 마필은 도입부터 훈련을 담당했다. 데뷔전을 앞두고 부상으로 인해 다른 기수가 기승한 것이 계속해서 기승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기승을 하진 않아도 꾸준하게 훈련을 담당해왔다. 데뷔초 선행으로 우승을 한 경험이 있지만 소속조에서 가장 힘이 좋은 마필이다. 하지만 경주중 말에게 끌리면 힘을 모두 소진하는 경향이 있어 힘 안배가 중요하다.
- 우승이라는 생각은 언제 했나, 그리고 세레머니가 보기 좋았는데?
▲ 4코너까지 추입할 시기를 생각하다가 한번 더 참자는 생각을 했고, 4코너를 돌아서면서 추진을 했다. 추입을 시작하면서 옆에 있던 마필들이 뒤처지는 것을 보고 순위권 이상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맞았다고 봤는데, 결승선 직선주로 중간쯤에서 ‘백광’을 비롯한 인기마 3두와 나란히 서게 되었고, 다른 마필들의 속도가 처지며 1위로 올라서면서 우승도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우승을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레머니를 하게 될 거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우승을 확신하는 순간 너무도 기뻐서 나도 모르게 세레머니를 한 것 같다.
- 코리안더비와 관련해 에피소드가 있다면?
▲ 평소 김일성 조교사님이 과묵하신 편으로 크게 감정 표현을 잘 안하신다. 하지만 코리안더비에선 경주를 마치고 들어가자 온통 진흙투성인 나를 얼싸안고 너무나 기뻐하셨다. 처음보는 장면이라 상당히 놀랐다.
- 가족들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 그동안 기수로 생활하면서도 가족들을 경마장에 초청한 적이 없는데, 이날 생애 처음으로 경마대회에 출전하게 되어 기념이 될까해 구경을 오라고 했다. 코리안더비에서 큰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다음 경주에서 입상이 기대되는 좋은 말에 기승한 것도 작용했다.
여하튼 처음 경마장을 찾은 가족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어 다행이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