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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런 대부 결정에 아쉬움 토로하지만, 제2의 ‘새강자’ 탄생을 기대
「갑작스런 조교사로의 출발」
7월 둘째주 경마일을 앞둔 6일(목), 이성일 신규 조교사는 마사회로부터 7일부로 마방대부 결정이 났으니 37조 인수를 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이전에 마방대부를 기다리던 순위자들이 홍대유 신규 조교사의 1일(토) 6조 마방대부로 모두 끝이 나면서 새롭게 마방대부 순위가 발표된 지 불과 1주일만에 일어난 갑작스런 일이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소식을 듣고 어리둥절 했다”고 밝힌 이성일 신규 37조 조교사는 이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다른 조교사들은 길게는 몇 년에서 최소한 몇 개월의 준비기간을 가지면서 마방대부를 받았음에도 신규 조교사 시절을 보내야 했는데, 이 조교사는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마방을 맡게 되어 저절로 체중조절이 이루어졌다.
기수들중 가장 큰 키를 자랑하는 그에게 체중조절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사우나를 하고 굶기를 밥먹듯 했지만, 늘어나는 체중 때문에 부담중량이 높은 마필에게 기승을 해야 하기도 했다.
다른 조교사들은 조교사로 전업한 이후 밥을 맘껏 먹을 수 있어 좋았다는 얘기를 가장 먼저 하지만 이 조교사는 “기수시절에는 그렇게도 밥을 마음껏 먹고 싶더니 막상 이제 맘놓고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별로 식욕이 생기지 않는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27년의 기수생활」
정규 6기 출신으로 현역 기수중 5기생으로 유일한 김귀배 기수에 이어 최고참에 위치하고 있었다.
80년 17세의 어린 나이로 기수에 데뷔한 그는 이후 성장기를 거치면서 워낙 신장이 커서 부담중량이 적은 마필에는 기승을 못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불리함을 딛고 자신만의 독특한 기승술을 개발해 27년의 기수생활을 해왔다.
많은 고참 기수들이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전성기에 비해 극히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는데 유독 이성일 기수만은 전성기 못지않은 기량을 꾸준히 이어가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면서 650승으로 기수생활을 마감했다.
이성일 조교사의 기수생활 총전적을 살펴보면, 4381전 650승 2위 564회로 승률 14.8%, 복승률 27.7%를 기록했다.
또한 큰 대회에서도 강점을 나타내면서 그랑프리 2회 우승을 필두로 총 15회 경마대회 우승 기록을 남겼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이성일 조교사는 기수생활을 하면서 조기협회시절 기수회장을 비롯해, 서울경마장기수협회 발족이후 3대 기수협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기수로서 이성일은 상당히 많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그만큼 화려한 성적과 더불어 많은 질곡을 겪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협회장직을 맡으면서 1년여간 기승을 하지 않아 자칫 기수면허에 지장이 있게 되었고, 그는 회장직을 사퇴하고 마필기승에 전념해 1개월여만에 기승횟수를 넘기면서 별탈없이 기수면허를 유지시켰다. 다만 아이러니하게도 곧바로 마방대부가 이뤄지면서 그의 노력은 빛을 잃고 말았다.
서울경마공원에서 경마팬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기수들은 꽤 여럿이 있다. 국민기수 박태종 기수와 황태자 김효섭 기수. 물론 이밖에도 경마팬들이 좋아하는 기수들은 많다. 저마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인기에 부합하는 실력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기수들이다.
이런 많은 기수들 중에서 기승술만을 놓고 얘기를 한다면 대부분의 경마관계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이성일을 최고로 꼽는다.
이성일의 최대 장점은 경주마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선행이후 최단거리로 경주를 이끌어가는 레이스 전개는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대부분의 기수들이 그의 침착함에 혀를 내두르며, 그의 기승술을 본받겠다는 목표점으로 삼고 있다. 또한 기존 조교사들도 그의 기승술을 인정하고 중용을 해왔다.
「‘새강자’와 이성일」
한국경마의 최절정기라고 불리는 2002년 9월 28일(토) 제11경주에서 ‘새강자’에 기승한 이성일 기수는 그해 7월 한국마사회장배 경마대회에서 패배를 안겨준 ‘쾌도난마’(김혜성)에게 설욕전을 펼치며 6백승을 기록했다. 이 우승은 6백승이라는 개인적인 타이틀은 15연승이라는 한국경마 최다연승 타이기록을 세우며 명마로 우뚝 섰다가 몰락을 경험했던 ‘새강자’와 함께 했다는 것에 더 큰 의미가 주어졌던 경주로 기억된다.
한국 경마사에 길이 남을 ‘새강자’와 이성일의 만남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첫 도입부터 함께 했던 그는 ‘새강자’가 4승을 거둔 이후 99년 3월 7일 ‘새강자’와 첫 만남을 가졌고, 이후 28번의 경주에서 ‘새강자’와 호흡을 맞추면서 총 22번의 우승을 안는 영광을 누렸다. 또한 경마대회 7승을 ‘새강자’와 함께 했으니 거의 절반의 경마대회 우승을 ‘새강자’가 선사한 것이다.
“조교사라면 누구나 ‘새강자’와 같은 말을 만나고 싶어한다. 조교사생활을 하는 동안 과연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명마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밝히는 이성일 신규 조교사의 눈에는 ‘새강자’가 함께했던 영광의 순간들이 고스란히 그려지고 있었다.
「테크니션맨의 변신이 시작된다」
지난 2004년 이성일 신규 조교사는 드디어 기수들의 꿈이라는 영예기수로 선정됐다.
당연히 축하할 일이지만 본인에게 있어서는 험난하기 그지없던 영예기수 도전이었다.
당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예기수 심사는 2001년 영예기수 조건을 획득하고 2002년부터 영예기수 심사대상이었던 이성일 기수가 그동안 두 번의 영예기수 심사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
하지만 결국은 영예기수에 올랐고, 이제 신규 조교사로 새 출발대에 섰다.
전혀 준비를 하지 못한 갑작스런 마방대부라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한편으론 출발부터 18두의 경주마를 위탁관리한다는 점에선 위안이 될 수 있겠다.
27년의 기수생활을 하고도 갑작스런 마방대부로 인해 은퇴경주조차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성일 신규 조교사는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에서 최고의 조교사가 되기 위한 화려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조교사로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몇 해만 있으면 경마장에서 강산이 3번 변하는 것을 보게 되는 만큼 풍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롭게 경마팬에게 선보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방 공사가 마무리되는 2주후 정도면 드디어 이성일 신규 조교사의 첫 도전기가 힘차게 시작될 것이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