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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제 12회 경마문화상을 기념해 수상자들의 인터뷰를 연재한다. 지난 한해 한국경마를 빛낸 수상자들의 소감과 함께 평소 우리 경마산업을 바라보는 생각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2009년 12월 27일 총 기승 횟수 1만회 돌파! 힘이 넘치는 후배기수들을 제압하며 2009년 기수부문 최다승(114승) 기록! ‘국민기수’, ‘경마 대통령’,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역사’, ‘과천벌의 황제’, ‘진정한 호스맨’ 등... 최고의 수식어로 그를 포장해도 모자람이 있는 기수 박태종! 치열한 경쟁에서 국내경마역사의 발자취가 되어가고 있는 박태종 기수와 함께 한국경마의 이모저모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기수경력 23년! 2010년 3월 현재(기사 작성일 3월 18일) 통산 1581승을 거두며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전설로 수많은 경마팬들과 오랜동안 호흡을 하고 있는 박태종 기수의 모습은 불혹을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미소년같은 풋풋함으로 늘 편안하다. 그의 모습은 때론 투박해 보일정도로 다듬어지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나는가 하면, 최고의 경지에 오른 프로다운 날카로움이 함께 공존해 있어 매우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70승을 목표로 했는데 너무 오버 했어요”
20기 기수들의 거센 도전에 세월을 거스르지 못하며 2008년도에 이어 2009년도에도 또다시 왕좌를 후배기수들에게 내주는것이 아니냐? 라는 우려가 함께 했으나 꾸준함이 뒤따른 승수 쌓기로 2009년 기수 연간 다승왕타이틀을 다시 찾아온 박태종 기수의 소감은 의외였다. “정말 저도 제 자신에게 놀랬어요. 사실 저는 이제 후퇴기잖아요, 한해 70승만 하자는 목표로 기승하고 있는데, 2009년도는 너무 오버 했어요.” 한국경마의 역사를 늘 새롭게 밟아가고 있는 박태종 기수는 아직도 그가 쌓아가고 있는 기록에 어린아이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양 그렇게 해맑게 기뻐하고 있었다. “경호(조경호 기수)하고 마지막까지 다승 다툼을 했는데, 경호가 연말에 기승정지를 받았던 것이 내가 연간최다승을 기록한 이유가 아닌가? 싶어요. 운이 정말 좋았다고 봐야지요.” 40세를 훌쩍 뛰어넘은 노장기수로서 성실히 최선을 다한 결과였음에도 그의 순수한 겸손은 언뜻 입신(入神)의 경지로 해석이 되어 질 정도다. 하지만 박태종 기수는 지금의 시점이 후배들과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진행이 되고 있는 흐름인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을 내 비추며 치열한 경쟁보다는 수순에 편승해 욕심없는 자세로 기승을 할 것임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한해 70승에 대한 자신감을 거듭 강조하며 아직은 한계를 잊은 승수 쌓기는 오랜 기간 지속될 것임을 확신했다.
“예전과 체력관리의 패턴을 달리 하고 있습니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지만 기수라는 직업도 강인한 체력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가 없다. 그렇기에 많은 기수들은 새벽훈련외에도 개인훈련을 통해 꾸준한 체력훈련을 하게된다. 10년 ~ 20년이상의 연배 차이가 있는 후배들과의 경쟁이기에 체력적인 부분의 극복이 곧 성적과 결부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박태종 기수는 체력관리에 남다른 노하우를 밝힌다. “젊었을 때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웨이트훈련을 통해 근력운동에 집중했습니다. 거기다 등산도 많이 했었지요.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과한 체력훈련은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을 몸소 느껴 체력 훈련량을 종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였고 근력운동보다는 스트레칭위주의 훈련을 주로 해 예전과는 훈련의 패턴을 달리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인지 힘으로 기승했던 과거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진 최근의 기승술로 인해 체력적인 부담감도 많이 덜게 되었고, 이 점이 꾸준히 오랫동안 기승을 하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알아보시는 분들이 있으셔서 행동하는 게 조심스럽습니다.”
2004년 국내경마사상 전무했던 대기록인 박태종 기수의 통산 1,000승의 돌파는 당시 사행성 짙은 경마의 인식에서 조금씩 ‘경마는 스포츠다’ 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에 큰 기여를 했음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신문매체, 방송매체까지 박태종기수의 대 기록에 찬사를 쏟아 냈기에 그는 일약 국민기수로의 칭호를 받게 된다. “사실, 당사자인 저는 그저 큰 변화는 없었고, 담담했습니다. 여기저기서 인터뷰 하는 것이 생활이 되어 버렸을 때, ‘그래도 내가 뭔가를 이루긴 이뤘나 보다’라고 느꼈습니다.” 라며 당시를 회고하고 있는 박태종 기수는 “이제는 경마장밖에서도 알아 봐 주시는 팬분들이 있으셔서 행동이 매우 조심스러워 졌습니다.”라고 웃음 지으며 무엇보다 경마의 긍정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되며 달라져가고 있는 인식에 무척 흐뭇해하고 있었다.
“외국에서는 기수들이 CF에도 출연할 만큼...”
휴일엔 가족들과 곧잘 영화도 자주 보러 간다는 박태종 기수, “최근에 영화 시작전에 마사회 경마 홍보방송을 보면서 경마계에 종사하는 한사람으로서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라며 예전과 다른 찾아가는 홍보전략 또한 경마에 대한 올바른 시선을 제시하는 좋은 사례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연수차 다녀온 외국 경마선진국에서 보아오던 경마에 대한 홍보 활동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미비함을 잘 알고 있었다. 더욱이 공중파라 불리는 방송 3사에서 비춰지고 있는 경마는 아직도 부정적인 측면이 많이 들춰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외국에서는 기수들이 CF에도 출연할 만큼 경마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또 각종 큰 경마대회의 실황중계는 말할 것도 없지요”라고 말하며 좀 더 양지로 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은 공중파방송을 통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을 찾아야 하지 않겠냐? 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용병기수들 서울에서 활동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
박태종기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유독 그의 힘이 실리는 대목은 용병기수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는 근본적으로 용병기수들의 활동에 대해 가장 큰 우려는 후배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경쟁을 통해 박진감을 끌어내어 더욱 흥미 있는 관전 포인트를 제시하는 것은 인정을 하면서 “그래도 기수라는 직업은 경쟁도 경쟁이지만 기승기회가 보장이 되어야 생활도 보장이 되기에, 외국용병기수들로 인해 많은 기승 기회를 잃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더욱이 어린 후배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는 부산에 용병기수들이 편중되어 있기에 선배입장에서는 많이 안타깝습니다.” 라고 전했다. 인터뷰를 하고 얼마 후 부산에서 들려온 비보(故 박진희 기수 사망)를 접했기에 그의 우려는 이미 기수사회에서는 깊이 곪아오고 있던 냉정한 경쟁구도의 문제점임을 깨닫게 되어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용병기수들 서울에서 많이 활동해야 하는 게 맞는 것 아닌가요?” 라고 서슴없이 내 던져진 그의 말 한마디에 그토록 많은 시사함이 담겨 있었음을 이제야 알았다.
쏟아지는 찬사와 질타속에 20년이 넘는 기수 생활을 이어온 기수 박태종! 과거의 화려함에서 장인의 혼이 담긴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이어져 오는 그의 발자취에 따라 세워질 이정표는 한국경마가 선진화가 되어가는 과정에 중요한 역사로 남을 것이다
윤정훈 기자 waggu@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