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데뷔전을 마친 19기 막내 기수들이 경마장에 새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아직은 서툴고 주눅든 듯 어색한 모습이지만 이들의 데뷔전을 초조하게 지켜본 이용우 기수양성팀장은 “침착하게 경주하는 모습을 보니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고 격려한다.
2년간 이들을 통솔하고 지도해 왔던 장본인으로서 이때 만큼 긴장되는 순간도 없을 터.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고 스승보다 나은 제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서울경마장을 이끌어가는 기수들에게 때로는 맏형처럼, 때로는 엄격한 스승처럼 다가가는 이용우 팀장을 만났다.
서울경마장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의 하나인 이용우 팀장.
슬럼프를 겪고 있는 ××기수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기수는 너무 자만하지 않는지, 기수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일은 무엇인지, 그의 관심사는 애제자(?)들의 일상으로 꽉 채워진다.
이팀장은 지난 72년 서울경마장에 입사해 기수와 조교사 생활을 두루 거친 후, 기수교육팀을 담당하게 됐다. 특히 정규 13기 부터는 이팀장이 직접 길러낸 터라 애정이 남다를 것으로 짐작된다.
20대 초반의 햇병아리(?)들을 하나의 훌륭한 기수로 성장시키기 위해 이팀장이 신경쓰는 것은 많다. 기수의 자질을 비롯해, 기본적인 교육사항을 제외하고라도 경주마이야기, 개인적인 진로 상담에 심지어는 금전적인 상담까지 이팀장의 몫으로 돌아간다.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오픈 마인드(open mind)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사건을 두고 무턱대고 야단치기 보다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지요. 서로간에 쌓인 오해를 풀어버리고 솔직한 심정으로 조언해주면 뜻은 통하게 마련입니다”
‘때로는 자상하게 때로는 엄격하게’가 그의 교육방침임을 익히 알고 있는 기수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이팀장에게 과제거리를 안기곤 한다. 그만큼 익숙하다는 증거다.
이젠 현장 실습을 떠나 마술학 이론만 담당하고 있는 이팀장이지만 경마일에는 재결위원으로서 기수들의 기승자세와 경주전개를 면밀히 살피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팀장은 가끔 몇몇 기수들이 경주에서 최선을 다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일 때면 그 누구보다 실망이 크다고 귀띔한다.
“경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수로서 기본적인 의무사항입니다. 정상적인 교육을 끝내고 1천전 이상 경주경험을 쌓은 기수라 할 지라도 가끔은 기승술 부족을 드러내며 실수할 때가 있는 거지요. 고의가 아님을 충분히 고려한다해도 팬들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부족으로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안타까운 순간이지요”
악성 루머가 경마장에 횡행하면서 특정 기수가 소위 일부러 ‘빼먹었다’는 말이 나올 때면 그는 답답해진다. “능력 부적절로 기승정지 10일씩 제재를 가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해당 기수가 고의적으로 경주를 무성의하게 펼쳤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말 그대로 경주전개에 있어 미숙을 드러낸 것 뿐이지요. 팬들의 시각이 좀 더 긍정적이고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기수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기승자세. 기승자세와 성적은 비례하는 걸까?
이런 물음에 대해 이팀장은 “좋은 자세에서 좋은 성적이 나온다”며 잘라 말한다.
좋은 자세란 정해진 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 맞는 적절한 기승자세를 연마한 후, 기술적인 면을 보완해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기승자세라고.
이런 점에서 볼 때, 이팀장이 가장 후한 점수를 주는 기수가 바로 이성일이다. 기승자세와 스타일, 감각면에서 이성일 기수는 서울경마장 최고인 반면, 마필 추진과 자리선점에 있어서는 김효섭 기수가, 원만한 경주전개 및 마필능력 극대화에 있어서는 단연 박태종 기수가 앞선다는 것이 이팀장의 평이다.
그렇다면 최고 기수가 되기 위해 갖춰야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질은 무엇일까?
“기수라는 직업의 특성상 이상적인 신체 조건은 있을 수 있지만 특별한 자질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소심하고 게으른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겁은 기수에게 있어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다. 말에 대한 겁이 있다면 절대 잘 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기수양성팀은 부쩍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19기 기수들이 데뷔했기 때문도 있지만 얼마전 입소한 20기 후보생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여성 후보생이 끼어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과 똑같이 훈련시키고 있는데, 잘 따라오고 있어요.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특히 동기생 가운데 여성이 있다는 사실에 남자 후보생들이 경쟁적으로 훈련에 임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고 이팀장은 전한다.
서울경마장에 우뚝설 ‘제2의 이성일·박태종’을 키워내기 위해 이용우 팀장은 오늘도 분주한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작 성 자 : 이희경 wohaha3@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