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마공원의 박태종 - 김용섭 기수

제주경마공원에서 뼈를 묻겠습니다!

6월 25일, 데뷔한지 꼭 10년만에 그는 4백승을 달성했다.
‘전폭신뢰’(제주산, 2세, 암말)라는 처녀 출전 신마로 단승식 2.6배의 배당을 선사하며…
동기이자 영원한 라이벌인 박병진 기수에 이어 두 번째였다.
남들은 4백승을 달성했다고 떠들썩하지만 그는 무덤덤하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고, 넘어야 할 고지가 많기에. 그리고 또 다시 똑같은 생활을 반복한다. 4시 30분 기상, 5시 새벽 훈련, 오후 3시는 놀이운동.
제주경마공원 첫 5백승 고지와 영예기수라는 다음 목표를 위해 또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힘찬 제2의 도약을 시작한다.

“재섭형의 도움이 컸습니다. 기수로 데뷔를 한 것도, 힘들고 어려워 포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언제나 옆에서 격려해줬어요”
제주경마공원 1기로 데뷔, 10년만에 통산 4백승의 위업을 달성한 김용섭 기수는 제주경마공원 최고 스타다. 그가 기승하면 아무리 부진마라고 해도 제주경마팬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예의 주시하며, 마필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인기마로 떠오르게 된다. 그런 그에게 언제나 힘이 된 사람은 다름 아닌 서울경마공원에 기수 생활을 하고있는 친형 김재섭 기수.
큰형과 함께 서초동에서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던 김용섭 기수는 작은형 김재섭 기수의 권유로 제주경마공원 1기 모집에 응시했다. 당시, 작은키에 어울리지 않게 55kg이라는 무거운(?) 몸무게를 보유했던 그는 무려 6일간의 단식 끝에 8kg을 감량, 47kg의 몸무게로 기수후보생 시험에 합격했다. 그러나 막상 기수후보생은 됐지만 1년간의 후보생 시절은 거의 지옥이었다. 감량에 따른 끊임없는 고통과 설상가상으로 허리부상까지 생겨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었다. 결국 중도 포기를 결심했다는 김용섭 기수. 하지만…
“그 정도도 버티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형제의 의리를 끊자” 추상같은 작은형의 말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다시 고삐를 움켜줬다.
김용섭 기수는 67년 광주 출생으로 4형제중 막내다.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형은 바로 김재섭 기수.
“이상하게 결혼도 작은형이 소개시켜준 여자랑 하게 되더라고요. 분명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고 따라다니던 중이었지요. 그런데 어느날 작은형이 소개시켜준 여자가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결국 그날부터 쫓아다니던 여자는 정리하고, 새로이 소개받은 여자와 사귀기 시작했지요”
지금도 작은형과는 매주 통화하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찾는 우애 깊은 사이라고.
아무튼 작은형의 충고를 받은 김용섭 기수는 더 열심히 했고, 더 노력했다. 굶기를 밥먹듯이 하며 부담중량을 조절했고, 좋아하던 담배도 끊고 술도 줄이고…
그런 탓인지 데뷔 첫해 중위권이던 성적이 차츰차츰 상위권으로 오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금은 제주경마공원 ‘넘버원’이라는 칭호를 들을 정도로 최고 기수로 우뚝 섰다.
그러나 워낙 능력있는 기수고 인기 기수이다보니 가끔 인기마로 입상을 못해 경마팬들로부터 오해를 받을 때가 그에겐 고통스럽다.
“매경주 최선을 다하지 않을 때가 없어요. 고객이 보고 있고, 저에게 베팅을 한 팬들이 있는데 어떻게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더욱이 요즘에는 교차투표까지 생겨 더욱 열심히 기승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작은형도 보고 있고, 서울의 경마팬도 보고 있고, 평소 베팅액의 수배에 이르는 매출액이 오르다보니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현재 김용섭 기수가 소속된 마방은 16조. 김영래 조교사가 지휘봉을 휘두르는 곳이다. 최근 16조 마방에서는 ‘세계정상’(제주산, 암, 3세)이라는 명마가 탄생했다. 현재 10연승을 기록중이라고 하는데, 제주 경마공원의 역대 최고 연승 기록이 11연승인걸 감안한다면 1승만 더하면 최고기록에 타이까지 기록하기 때문에 마방에서는 ‘세계정상’에 대한 기대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이제 4백승에 성공한 그의 다음 목표는 물론 5백승을 달성해 제주 최초의 영예기수가 되는 것. “영예기수가 되고 나면 60살까지 기수 생활을 해보고 싶어요. 물론 조교사로의 전업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보단 체력이 될 때까지 기수 생활을 영위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전 제주도를 사랑하고 제주경마공원을 사랑합니다. 이곳에서 끝까지 뼈를 묻고 싶습니다”
제주를 사랑하고 제주경마공원을 사랑하는 김용섭 기수, 최고기수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그의 활약을 계속 지켜보도록 하자.

【제주=김중회 기자 ringo@krj.co.kr】

- 김용섭 기수가 말하는 제주경마 베팅요령
“제주경마는 서울경마와는 많이 틀립니다. 가끔 선행마가 체력이 떨어져 지쳤다가도 힘을 내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조랑말 특유의 근성 때문이에요. 분명 힘이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추입하는 타마를 보고 다시 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땐 기승하고 있는 기수도 놀랄 때가 많습니다”
일단, 제주경마의 교차투표가 고배당이 유난히 많은 이유는 편성에 있다. 그날의 가장 재미있는 경주를 선정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혼전경주가 교차투표로 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인기마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또한 서울경마와 마찬가지로 가장 중요한 것은 훈련을 얼마나 잘시키느냐 이며 질주습성에 의한 편성운 역시 중요하다고 한다. 아울러 제주 조랑말들은 유난히 승부욕이 강해 기승하는 기수 자신이 놀랄 정도로 의외의 결과가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베팅은 늘 건전하게 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