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대회 사나이 안병기 6백승 달성

기수생활 마감할 때까지 7백승 도전 나선다

지난 8일 9경주 안병기 기수가 드디어 6백승을 달성했다. 기록오류로 인해서 경주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6백승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자신은 경주전 6백승 도전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17년의 기수생활의 결정판이 된 6백승 달성. 그러나 이미 남이 먼저 지나간 자리기 때문에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싶어한다.
자신에게 별칭처럼 따라다니던 ‘경마대회 사나이’가 다소 부담스럽다. 지난해부터 아직까지 계속된 아쉬움만 남기고 있기 때문. 하지만 그는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진짜 큰 경주에 강한 면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경마대회 우승만 15회, 누구도 쉽게 넘볼 수 없는 대위업인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6백승이란 반환점을 돌아선 안기수는 또다른 목표를 위해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

8일 일요일 경마에 나선 안병기 기수. 2승만 차지하면 대망의 6백승을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근래 기승횟수를 줄였지만 토요일은 기승이 없었고, 일요일 경마에서도 단 2두의 마필만을 기승하기 때문에 1백퍼센트 우승을 해야만 6백승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기회가 찾아온 것을 안병기 기수는 결코 놓치지 않았다. 신예마인 ‘차밍그레이’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6백승의 꿈은 무르익기 시작했다.
과연 ‘배리씰’이 자신의 기대에 부응해 줄지 의문이었다. 계속된 좋은 성적에 부담중량은 무거워질대로 무거웠고, 2000m 경주거리 첫 도전이라는 약점도 있었다. 그러나 안의 소망대로 행운의 여신은 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출발이 다른 그 어느 때보다 순조로웠고 레이스도 잘 풀렸다. 결국 두 번의 경주에서 2승을 차지하며 고대하던 6백승을 차지한 것이다.
결승선을 통과한 순간 예상외로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5백승을 달성했을 때와 영예기수 선정이 되었을 때는 즐거웠는데, 그저 담담한 느낌 뿐이었다. 왜일까? 5백승이 가지는 의미와 6백승이 가지는 의미의 차이 때문일까 생각해봤지만 확연한 답은 없었다.
올해 초부터 39승을 하면 6백승이라는 생각을 가져오면서 하나하나 경주성적을 정리해 왔다. 물론 매경주 체크를 한 것은 아니지만 소속조의 숫자와 같은 39, 어쩐지 느낌이 좋았다.
지난해에는 일년동안 총 33승 밖에 올리지 못했다. 물론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만족할 수 있는 승수는 아니다.
올해는 초반부터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벌써 39승을 올렸다. 앞으로 남은 기간이 2개월이 조금 넘게 남은 것을 감안하면 올해 50승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운동에는 큰 소질이 없기에 지난 수요일 열린 ‘기수와 경마팬과의 축구대회’에서는 열심히 응원만을 했다. 인터넷을 통해 6백승 달성까지 성원을 아끼지 않은 경마팬에게 감사의 글을 올렸었는데, 많은 경마팬들이 축하의 인사를 아끼지 않았다. 아마도 기수의 보람을 느낄 때가 바로 이때가 아닌가 싶다. 한 경마팬이 정성드려 포장한 꽃화분을 준비했다고 전해줬을 때는 너무나 즐거웠다.
‘경마대회 사나이’안병기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마대회는 무엇일까. 바로 첫 우승을 안겨주었던 ‘사투봉’과 ‘연승환호’라고 한다. 첫 경마대회 우승을 안겨준 ‘사투봉’이 기억에 남는 것은 당연하지만 ‘연승환호’는 왜일까. 97년 문화일보배 경마대회에 나선 ‘연승환호’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말이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당대제일’을 비롯해 쟁쟁한 국산마들이 참가한 가운데 이변을 일으켰던 ‘연승환호’의 우승은 자신도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마는 ‘대견’이다. 비록 자신과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인연을 갖지는 못했지만 체력이나 채식상태, 습성 등을 감안해 볼 때 자신이 기승했던 말중 최고였다고 평가한다.
그는 아직도 한 주의 경마가 시작되는 토요일 첫 경주에 출전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림을 어찌할 수 없다. 어려웠던 뚝섬시절부터 지금까지 17년이란 세월을 보내왔건만 또다른 도전의 장이 열리는 때면 여지없이 긴장이 되고 가슴이 설레인다.
항상 경마팬에게 고마움을 느끼지만 한가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바로 예시장에서의 경마팬 모습이 그것이다. 얼마전 인기를 모았던 ‘다리얄’ 낙마한 후 한달여가 지난뒤 또다시 ‘다리얄’에 기승하고 예시장에서 윤승을 할 때 한 경마팬이 차마 입에 담지못할 욕설을 퍼붓는 것을 보고는 비애를 느꼈던 것.
그는 지난해 영예기수가 되면서 조교사로 전업을 보장받은 상태다. 그러나 아직 조교사로의 전업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체력이 닿는 한 기수생활을 하고자 한다. 큰 욕심은 없다. 다만 기수생활을 마칠 때까지 7백승에 도전한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서울경마공원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박태종 기수에 대해 안기수는 “자기관리에 철저한 기수”라고 평가하면서 이미 자신과의 비교를 필요치 않는다고 평가한다.
안은 철저한 기독교 신자다. 직업적인 제약으로 인해 토요일은 목사님을 기수회관으로 모셔서 예배를 보고, 일요일은 경주가 끝난 후 곧장 교회로 향한다.
교과서 적인 생활과 실천을 통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그가 오랜기간 기수로서 한국경마의 발전에 이바지 해주길 바래본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