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초대석 - 강병은 기수
늦깎이의 2백승 달성
“뒤늦은 2백승 기쁘지만 쑥스럽다”
10기 기수, 서울경마공원 기수들중 고참으로 분류된다.
기수들 모임이 있으면 언제나 도맡아 분위기 메이커를 하는 강병은 기수. 원래 대부분 기수들이 사회 때에 물들지 않은 순수함을 지니고 있지만 곁에 있으면 즐거움이 절로 나는 기수가 바로 강기수다.
무게를 잡기보다는 스스로 우스개소리로 주위를 편하게 할 줄 아는 그는, 주위에 따르는 후배들이 많은 편이다.
안병기 기수, 송석헌 기수등 동기생들은 저만치 앞에 가고 있는데, 이제 2백승을 달성했다는 점이 다소 쑥스럽기까지 했다. 늦지만 꾸준히 제 길을 달려가고 있는 강병은 기수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다.
“드디어 2백승을 달성했다는 것이 기쁘지만 한편으론 쑥스럽다”고 2백승 달성 소감을 밝히는 강병은 기수.
17년의 기수생활을 지낸 후 그에게 다가온 2백승을 정복하기까지 아홉수는 너무나 멀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였지만 막상 1승을 거두기까지 한달여가 소요됐다.
9월 3일 ‘보우내시’로 199승을 거두며 2백승 달성이 목전에 도달했을 때만해도 조만간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후배기수가 벌써 7백승을 넘어서고 3백승을 넘어선 기수도 여럿이 되는 마당에 2백승을 앞두었다고 생색을 내기도 쑥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아홉수의 징크스는 늦깎이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2백승이란 단어를 떠올릴 수 있게 된 때부터 시작된 어려움은 기승정지와 기대마의 부진 등으로 인해 2백승 고지를 더욱 멀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특히 한 주 2∼3두 정도밖에 기승을 하지 않기 때문에 승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었고,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최근 우승을 기대했던 ‘소리마당’과 ‘정각산’의 우승실패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당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다만‘아홉수가 힘들긴 힘들구나’라고 느꼈을 뿐.
지금은 잘 나가는 동기와 후배들의 빛에 퇴색되었지만 뚝섬시절 신인기수로 활약할 당시에는 소위 잘 나가는 신인이었다. 84년 4월 데뷔한 이후 86년 군입대까지 2년 남짓한 기간동안 41승을 넘어서 수습딱지를 떼어냈다. 동기생중 두각을 나타냈던 우창구 기수와 라이벌을 형성했던 그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립지만 현실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경마장에서 기수로 생활을 한 그는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회의가 들기도 했단다. 체중조절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다른 기수들에 비해 큰 키는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했다.
지금 어여쁜 아들과 딸, 그리고 사랑스런 아내가 있는 어엿한 가장으로 가족들의 행복을 가꾸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현재 강기수가 소속된 50조의 강승영 조교사가 바로 작은 아버님이다. 그리고 강경식 기수는 사촌 동생, 그밖에도 삼촌 한분과 사촌동생이 관리사로 재직중이다. 조교사, 기수, 관리사들을 전체 합친 수라해도 그중에 다섯이면 결코 적지 않은 수다.
작은 아버님인 강승영 조교사로 부터는 많은 도움을 받는 처지다. 그러나 친척이라서기 보다는 기수와 조교사로서 배우는 점이 많다고 한다.
외국의 경우 일가들이 모여 마방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그의 집안식구들은 제각기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친척임을 굳이 내세우지 않는다.
자칫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오래 전부터 조교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해왔고, 이미 필기시험을 통과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조교사로의 전업에 대해 다소 회의적이다. 현재의 조교사생활은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기수보다 나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기수를 할 수도 없다. 외국의 경우 50살을 넘어서도 기수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다지만 우리나라의 경마현실에서는 외국처럼 오랫동안 기수생활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바로 기수의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창 기수생활에 적응해 가는 후배들에게 그는 ‘조급한 생각을 버리고 길게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자신이 어렸던 시절, 선배들로부터 아무리 힘들어도 부정에 휩싸이지 말고 오해받을 짓을 하지 말라고 들었다. 물론 그 당시에는 피부로 와닿지 않았지만 이제 후배들에게 그 얘기를 똑같이 들려주고자 한다.
기승술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노력과 정직함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모든 스포츠가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승부를 보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인생의 기나긴 마라톤에서 결승점에 도착해서 후회하지 않는 삶이 중요한 것이다.
돈 잃고 기분좋은 사람은 없겠지만 결코 나이가 적지않은 기수들에게 상소리를 외쳐대는 팬을 본다는 것은 고역이었는데, 요즘 예시장에서 파이팅을 외쳐주는 팬들이 늘고 있는 것이 고맙기만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기수라면 부진할 때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어야 진정한 팬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남지 않은 2000년. 강병은 기수는 소속조가 남은 기간 꾸준하게 기본상금을 벌 수 있길 바라고 좋은 분위기가 지속되길 빌어본다. 그리고 가족들이 건강하길 기원한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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