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인터뷰 - 김경진 기수
소리없이 떼어버린 수습딱지 … 정식기수로 새출발

22일 마지막 경주. 김경진 기수에게는 아주 중요한 일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수습딱지를 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보통 때 같으면 주위의 관심이 많았을 텐데 21일 박태종 선배가 경마사상 최다승 기록을 경신하는 바람에 모든 시선들이 그곳으로 집중돼있어, 그리 큰 눈길을 끌지 못했다.
김기수가 기승한 경주마는 ‘외교사절’. 단승식 배당이 1.8배로 최고의 인기를 모은 마필이다. 대부분의 전문지에서 우승유력마로 올려놓은 마필이다. 다른 상대들보다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기를 모으는 것이지만 기승하는 기수의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경우다.
하지만 김은 경마팬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2위마와 무려 6마신이란 여유있는 모습으로 우승을 차지, 수습딱지를 떼어버렸다.
1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쉽게 얘기를 꺼낼 수 없는 아픈 과거가 있다. 그러나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는 과거의 일이라고 일축한다. 물론 잊은 것은 아니다. 가슴속 깊이 새겨두고 자신의 생에 있어 귀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며, 기수로 매진하기 위한 교훈이 되었다고 한다.
9월 17일 복귀한 날 2승을 차지하고, 지금까지 9승의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에는 아마도 그때의 교훈도 큰 몫을 했으리라.
그는 기수로서 대성할 수 있는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체격조건은 물론, 기수로서 갖추어야할 승부근성 또한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이미 98년 8월 수습기수로 마사회에서 선정하는 월간 MVP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경험에 비해 뛰어난 기승술과 근성을 보여준 바 있다.
많은 기수들이 선행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최근 경마흐름이 선행마 위주로 바뀌고 있지만 김은 추입마에 대한 호감을 버리지 못한다. 데뷔시절 몸담았던 8조의 마필들이 대부분 추입마라는 점도 작용을 했지만 4코너를 돌며 치고 나오는 역전의 짜릿함에 취해 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각 경주마의 고유한 질주습성을 바꾸면서 까지 추입을 하지는 않는다. 경주마의 최대 능력을 바로 끌어내는 것이 기수의 역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은 기수로서 새로운 출발점에 올라있다. 그동안은 수습기수로서 감량이점을 안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이점이 사라지게 된다. 동등한 조건에서 자신의 기승술과 노력을 발판삼아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많은 기수들이 신인시절 감량이점을 발판으로 주목을 받았다가 감량이점이 사라지면서 주춤하는 사례가 비일비재 해왔다.
일단은 완전한 기수로서 출발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지난 주 21일 토요일 경주에서 2승을 올리며 복귀부터 시작된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김은 내성적인 성격이다. 복귀부터 시작된 언론의 관심이 결코 달갑지 않다. 하지만 신세대답게 자신의 주장은 확고하게 말할 줄 안다.
아직도 자신의 성적이 운이 좋았다고 말하지만 운이 장기간 지속되기란 어렵다. 그만큼 뒤에 숨겨진 김의 노력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던지 크고 작은 계획들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내일은 무엇을 할 것인가 등등. 그러나 김은 특별히 이것을 해야겠다고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얘기한다. 아직은 거창한 계획을 마련하기보다 자신의 앞에 주어진 삶에 충실하자는 뜻에서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준 1조 마방식구들과 경마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싱글벙글 토실한 볼에 미소가 걸려있는 김은 속이 꽉찬 늦가을의 알밤이다. 새로운 출발대에 서있는 김경진 기수가 꾸준히 활약을 계속하길 바라며, 경마팬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
〈인터뷰〉
    
― 41승을 넘어 수습을 탈피했다. 소감이 남다를텐데
▲ 글쎄 인기마에 기승했고, 우승을 예감했기 때문에 담담했다. 그러나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어려울 수 있는 시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복귀한 후 편안하게 레이스에 임할 수 있게 도와주신 박종곤 조교사님께 진정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경주를 보고 경주에 대한 많은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이기호 조교보에게 감사를 드린다.  

― 수습탈피로 감량이점이 사라졌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 감량이점에서 벗어나 지난 주 경주를 했는데, 그다지 변화는 느낄 수 없었다. 물론 감량이점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되겠지만,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기수가 되기 위해선 주위조건을 이겨내야 하지 않겠는가

― 좋은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예상외로 레이스가 잘 풀리면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바램이자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마방에 신마들이 많이 들어와 좋은 성적을 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