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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프리의 영광, 장학기금 조성 결실
2000년 1월 1백승을 넘어서며 힘찬 발걸음을 떼었던 김형수 기수가 연말에는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대박을 터뜨리며 뉴밀레니엄을 최고의 한해로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우승 채찍에 대한 경매를 통해 얻은 수익금과 상금에서 성금을 보태 장학기금을 조성하였다.
매서운 한파와 폭설에 얼어붙은 겨울세상을 녹이는 그의 따뜻한 마음은 그랑프리의 영광이 단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진정 모든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김기수로부터 시작된 뜻깊은 행사는 앞으로도 그 명맥이 이어지며, 기수들이 한층 경마팬과 국민에게 정겹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랑프리 우승 기수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훈련 후 곧바로 사우나를 마치고 나오는 김형수 기수를 만나 ‘즐거운파티’와 함께한 그랑프리 우승을 순간을 다시한번 느껴보고, 더나은 미래의 설계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18일 자신이 그랑프에서 사용했던 채찍을 경매 낙찰자에게 전달하는 김형수 기수는 내심 뿌듯함을 느꼈다.
처음 채찍을 경매에 붙이자고 했을 때, 김기수는 경매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돕는다는 얘기를 듣고 순순히 승낙을 했다.
사실 고가품도 아니고 소모품인 채찍에 그러한 의미를 부여해준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경매가 다가올수록 조바심이 생겼다.
언론을 통해 다른 스포츠스타들의 소장품이 경매에 붙여지고 팔리는 것을 보았는데, 인기 스포츠인의 소장품이 몇십만원 정도에 낙찰되는 것을 보며 ‘혹시 응찰자가 적어 더 낮은 가격이 나오면 어떻게 하나’하는 근심을 했다.
아직은 야구나 축구보다 열악한 환경을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경매가 시작되고, 경매가가 80만원을 넘어서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었다. 이 정도면 개인적으로나 기수전체의 이미지를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종 경매가는 1백30만원. 여기에 1백만원을 보태 장학기금을 만들기로 했다.
그랑프리 우승을 하고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고 싶다는 김기수의 말에 그의 아내는 흔쾌히 동의를 했다. 평상시 그들 부부는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불우이웃에 대한 방송을 보면서 형편이 되면 도와주고 싶다고 자주 얘기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조그마한 여유라도 생기면 준마아파트가 있는 안양 7동의 소년소녀가장에게 월 10만원씩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계획을 잡기도 했단다.
처음에는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사용하려 했으나 생각외로 높은 수익금이 생겨 기수협회에서 장학기금 조성에 대한 의견이 나오면서 결국 불우 청소년을 돕기 위한 장학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올해 18조(박대흥 조교사)로 소속조를 옮기면서 많은 기대를 가졌다. 그러나 옮기자마자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동안 국산마인 ‘왕발산’과 ‘즐거운파티’가 마방의 기대마로 큰 몫을 해왔고, 다른 마필들도 충분히 제몫을 해왔으나 ‘왕발산’의 부진과 능력이 드러난 다른 마필들의 고전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즐거운파티’에 처음 기승한 것은 스포츠조선배 경마대회.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쉬움이 남는다.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에 대한 파악이 덜되었던 상태로 인해 제 실력을 완전히 끌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후 기승하면 할수록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즐거운파티’가 그의 의도대로 따라준 것이다. 결국 그 성과는 문화일보배 2위라는 성적으로 나타났고, 자신감이 붙은 그는 그랑프리 출전을 박대흥 조교사에게 건의하였다.
그랑프리 출전을 생각하게 된 이유는 세가지라고 말한다. 첫째는 국산마면서 암말이라는 점에서 낮은 부담중량을 받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승 할수록 자신의 의도대로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출전 예상마의 편성상 ‘즐거운파티’의 유리한 레이스를 예상됐기 때문.
결국 이러한 예상이 맞아 떨어지면서 최고의 영광인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즐거운파티’가 국산마 강자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지만, ‘새강자’와 ‘자당’은 아직 껄끄럽다고 한다. 장거리가 어울리는 마필이기 때문에 ‘자당’보다는 ‘새강자’와 만날 기회가 자주 생기겠지만 정상 컨디션에선 조금 부족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김은 올해 ‘즐거운파티’로 장거리 경마대회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늘어난 부담중량이 염려가 되긴 하지만 58kg정도면 그랑프리 우승마의 명예를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은 요즘 ‘정상을 지키기가 더 어렵다’는 얘기를 실감하고 있다. 그랑프리 우승마가 일반경주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기 때문.
새해를 맞아 김기수는 망아지들에게 온갖 정성을 쏟고 있다. 중간그룹에서 성적을 내줄 마땅한 마필들이 없기 때문에 결국 올해 마방성적은 신마들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망아지 제대로 만들어 더비나 오크스에서 우승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자 꿈이다”라는 김형수 기수의 얼굴엔 그랑프리 우승자다운 자신감이 은연중 넘쳐나고 있다.
새해 힘찬 채찍질로 정상을 향해 가는 김기수의 활기찬 모습을 기대해 본다.
【권순옥 기자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