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기수로 새출발 하는 권진환
3개월만의 천금같은 1승 “수습이여 안녕!!”

12월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우승을 놓쳤던 ‘안다’가 결국 권진환 기수에게 수습 딱지를 떼는 기쁨을 안겨 주었다. 실로 오랜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96년 경주로에 데뷔한 권기수는 동기생 누구보다 앞서서 나갔다. 나이가 많았던 관계로 동기생을 대표하는 맏형 노릇을 해야했다.
비록 책임감이 부담스러웠지만 데뷔 첫해 9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게 했다. 또한 이러한 상승세는 계속 이어져 97년에는 한해 19승을 기록,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위치가 되었다.
그러나 한번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성적은 계속 부진을 보였고, 한동안 방황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진이 거듭되면서 오히려 기수로서 한층 성숙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승부를 떠나 편한 마음으로 말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권은 부산사나이(?)다. 그러나 정작 부산에서의 어린 시절은 별로 없었다. 부모님이 부산에 살고 계시지만 초등학교부터 안양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
경마공원이 가까운 안양에서 생활해 기수에 대해 미리 알고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으나 의외로 기수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스포츠신문에 난 기수모집 공고.
스포츠신문을 보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청년이었다. 본적이 부산으로 되어있던 관계로 부산에서 군생활을 마치고, 아버님에게 3백만원을 빌려 여학교 앞에서 조그만 악세사리 가게를 운영했었다. 등하교 시간은 손님으로 북적댔지만 나머지 시간은 지루한 생활을 하던 중 스포츠신문에서 안병기 기수가 경마대회 기사를 보게 되었고, 몇 억을 벌었다는 기사에 솔깃해졌다. 젊은 나이에 매여있는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차에 곧바로 기수에 도전하기로 했다. 보름간 물만 먹고 54kg에 달하던 체중을 47kg까지 감량했다.
쉽지만은 않았던 후보생 시절.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어린 동기생들과 서로 격려하며 기수로 데뷔했다.
13명의 동기생이 있지만 권은 외로움을 느낀다. 물론 데뷔초 함께 몰려 다니던 동기생들이 하나둘 자신들의 일이 바빠지면서 서로 모이는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남들은 모두 애인을 만나고, 벌써 후배가 결혼을 하는 것을 보면서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직 기수로서 이뤄놓은 것이 없다. 다만 수습을 뗀 것이 전부다.그래도 씩씩하게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외친다.
자신은 수습을 떼기위한 1승에 목말라 할 때 남들은 자신의 모든 승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성적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 화가 나기도 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을 하게 된다.
동기생 뿐아니라 후배들도 이미 수습을 떼고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처음에는 화도 났지만 이제는 편한 마음으로 그들을 대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마필은 현재 직접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마필들. 그 중에서도 스스로 맘에 들었던 ‘콜로니얼맨’이 가장 애착이 간다. 말들과 살을 비비며 생활하다보면 정이 새록새록 생겨난다. 소속조 마필이 모두 좋은 성적을 내주었으면 좋겠지만, 우선은 항상 건강하길 바란다.    
기수란 직업이 고독하게 느껴지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만족을 하고 있으며, 하루하루 팬들로부터 인정받는 기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폭설과 한파로 인해 며칠간 쉬고 있지만 틈이 날 때마다 청계산에 오르며, 체력단련에 열중하고 있다.
언제까지 신인기수라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하다보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리라 다짐을 한다.
【권순옥 기자 margo@krj.co.kr】

〈권진환 인터뷰〉
― 41승으로 수습 딱지를 떼었다. 소감은
◆ 시원섭섭하다. 사실 오래 전부터 수습 딱지를 떼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시는 부진이 거듭되고, 또한 부담감이 생겨 고전을 많이 했다. 막상 41승을 하면서는 큰 느낌은 없었다.  

―‘안다’로 전에 좋은 기회가 있었으나 실패를 한 경험이 있었는데, 부담되지 않았나
◆ 결승선 직전까지는 우승을 하는 줄 알고 있다가 막판 추월을 당한 경험이 있어, 솔직히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41승을 의식하기 보다 마필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의미에서 추입작전을 시도했다. 우승을 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성적이 나빴다면 아마도 제재가 주어졌을 것이다.

― 데뷔 초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 후 장기간 부진을 보이고 있는데
◆ 이런 저런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승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성적이 나빠지면서 방황을 하기도 했고, 급한 마음이 생기면서 더욱 역효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는 마필에 기승할 때 순위를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마필에 맞는 적절한 작전을 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 감량이점이 사라지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다. 올해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 솔직히 감량이점이 사라지게 돼 부담감이 많이 생긴다. 아직 내 실력으로는 감량을 뗄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하리라 생각한다. 올해 목표는 신인처럼 모든 일에 열심히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