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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과천벌이 새로운 스타의 탄생으로 들썩이고 있다. 아직 수습 딱지도 떼지 않은 기승 경력 3년의 김동균 기수. 올 초 새해맞이 특별경주 우승으로 주목을 끌었던 그가 급기야 올 시즌 첫 경마대회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해 과천벌의 새로운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수려한 외모에 원만한 성격으로 어린 나이에도 ‘사람 좋다’는 평가를 받던 그가 이제는 실력으로 진정한 스타 대열에 들어서고 있다.
-우연히 들어선 기수의 세계
기수로서 좋은 신체조건을 타고난 그는 전직 한국마사회 직원이었던 아버지 친구의 권유로 전문대 재학시절 기수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당시 기수가 말을 타는 사람이라는 것도 몰랐다는 그는 후보생 시절 선배들의 말 타는 모습을 보고 기수에 대한 호기심이 싹텄고, 직접 말을 타면서 재미를 붙였다고 한다. 물론 고된 후보생 생활이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평소 자유분방한 그를 보고 3개월 안에 포기할 것이라는 아버지의 말에 오기가 발동해 참고 견딘 것이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요즘도 가끔 기수가 되지 않고 평범한 인생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지만, 기수가 된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기수가 되기 전에는 작은 체구 때문에 신체에 대한 콤플렉스가 조금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기수로서 적합한 자신의 체구 때문에 자신감과 자부심이 대단해 졌다며 기수 예찬론을 펴는 김동균 기수. 그는 대부분 기수들이 겪고 있는 체중조절의 고통을 맛보지 않은 행운아다. 오히려 과거에는 취침 전에 빵과 우유를 먹었을 정도로 체중이 너무 가벼워 고민을 하기도 했다. 지금도 항상 경주 전에 밥을 한 두 공기씩 먹고 출전하는 등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어가며 45∼46kg을 유지하고 있다.
-뜨거운 동기 사랑
완벽한 신체조건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던 그는 훈련시 낙마로 입은 다리부상으로 인해 6개월간 병원신세를 지는 시련을 맞는다. 데뷔 후‘신왕비’로 첫 승을 거둘 때까지 걸린 시간은 11개월. 이미 그의 동기들은 10승, 20승을 달릴 때였다. 첫 승을 올리기는 했지만, 당시 그는 기승 기회도 많지 않았고 스스로 평가할 때도 기승술이 부족한 신출내기였다. 더욱이 몸무게도 가벼워 인기마에 기승할 기회는 더더욱 적었다. 그러다 비인기마로 몇 번 고배당을 터뜨려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기승 기회가 늘어나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말 컨디션, 경주 운영 등에서 운이 잘 따라준 덕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는 올 시즌 들어 특별경주와 경마대회에서 연이어 우승하며 큰 경주에 강한 면모를 나타냈다. 신인이라는 점이 오히려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요인이었다. 이번 스포츠투데이 경마대회에서도 경주 전에는 다소 긴장됐으나 막상 예시장에 나가면서 긴장이 풀렸다고 한다. 부담 갖지 말고 편안하게 타라는 최혜식 조교사의 말을 듣고 실수만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탔는데 기대보다 말도 좋았고, 경주 운영도 생각대로 된 것이 그가 꼽는 우승 요인.
후보생 시절 선임을 맡았던 그의 동기(18기) 사랑은 남다르다. 데뷔 후 거의 1년 동안 승수를 올리지 못했던 그에게 힘이 돼 주었던 것도, 경마대회 우승 후 진한 포옹으로 그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해준 것도 동기들이었다. 요새도 경주 때마다 서로의 선전을 기원하고 평소 기승술에 대해서도 조언을 주고받는다. 가끔 자신의 기승에 대해 따가운 충고를 받을 때는 기수로서 자존심 상할 때도 있지만 기쁨을 나누고 어려울 때 힘이 되는 것은 결국 동기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그는 항상 자신의 성적보다 동기들 모두가 발전하기를 바란다.
-꾸준한 기수로 남고싶다.
기수가 되면서 대인관계에 제약을 받아 친한 선배가 있어도 마음놓고 술 한 번 얻어먹지 못하고 동기들끼리 모일 때, 누가 말하지 않아도 버릇처럼 더치페이가 생활화 된 것이 어떨 때는 답답하다는 김동균 기수. 수려한 외모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사이버 공간에 몇몇 팬클럽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아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일일이 답변을 못하는 것이 항상 죄송하다며, 현재 자신이 팬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열심히 경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한다. 지금은 예시장에서 웃는 얼굴로 팬들을 대할 정도로 경험이 쌓였지만, 처음에는 팬들의 말 한마디에 얼굴을 들지 못하고 고개숙인 남자가 돼야 했다. 베팅을 해서 돈을 잃은 팬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기수도 사람인 만큼 욕을 먹으면 위축되고 의욕도 떨어져 다음 기승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며 오히려 못한 기수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내달라는 것이 그의 작은 바램이다.
수습해제에 3승만을 남기고 있는 그의 소망은 젊고 유망한 기수로서 거창할 만도 하지만 그의 성격만큼이나 겸손하고 소박하다. 체력이 허락하는 한 말을 계속 탈 수 있고, 너무 튀지 않는 꾸준한 기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망. 그래서 그는 지금의 상승세가 약간 불안하다. 갑자기 부각되면 그만큼 갑자기 잊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걱정이다. 사람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그의 취미가 젊은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낚시인 이유는 바로 반짝 스타가 아닌 꾸준한 기수가 되기 위한 그의 노력의 일환으로 보여진다.
선배들의 좋은 성적보다는 기수로서의 자세를 배우고 싶다는 그는 박태종 기수와 한 방을 쓰며 성실한 기수의 자세를 배우고 있다. 아직 이룬 것보다 이룰 것이 더 많은 젊은 유망주 김동균 기수. 잘생긴 외모와 몇 번의 우승보다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겸손한 마음 씀씀이가 더 돋보이는 남자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