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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능한 기수로서 은퇴하고 싶다”
불혹(不惑)의 나이에 거둔 5백승
62년 11월생. 우리 나이로 40살이 된 최봉주 기수가 고대하던 5백승의 문턱을 넘어섰다.
5백승 고지를 밟는 것은 한국 기수라면 최고의 명예로 생각하는 자리다. 물론 이미 여러명의 기수들이 올라선 길이지만 오직 한길만을 고집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만이 올라설 수 있는 길이다.
그의 5백승을 가장 기뻐해 준 것은 확실한 내조로 그를 지켜주고 있던 그의 아내다.
5백승을 달성하는 순간 최기수는 자신이 후보생 시절 세웠던 목표를 한꺼번에 이루었다는 가슴 벅참을 느낄 수 있었다.
86년 12기로 경주로에 데뷔하기 전 후보생이던 그는 기수의 길에 오르기 전 40살까지 기수로 남는 것과 5백승을 막연히 꿈꿨다. 물론 당시는 30살을 전후로 해서 조교사가 되거나 은퇴를 하던 추세였기에 어쩌면 무모해 보이는 목표일 수 있었지만, 지금에서 생각하면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후보생때 다짐과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참고 견딜 수 있었지 않나 생각한다.
그의 5백승 도전이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다. 뚝섬에서 과천 서울경마공원으로 이전한 이후 적응기를 거친 후 94년부터 무려 5년여에 걸쳐 최봉주 기수는 꾸준히 40승 이상을 기록하며 항상 상위권 기수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다가 기수협회가 독립을 하면서 부회장직을 맡게 되었고, 핑계 아닌 핑계로 뚝 떨어지는 성적을 보였다.
올해는 기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자 본격적인 기승에 전념하게 되었고, 서서히 5백승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5월 6승과 6월 7승을 올리면서 그리 어렵지 않게 5백승을 넘어설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시련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경주중 인마전도되면서 폐를 다치는 부상으로 경주로 복귀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중 다행으로 생각보다 빠르게 병상을 벗어날 수 있었고 다시금 5백승 도전은 시작됐다.
마지막 시련은 남았다. 꾸준한 성적을 올리던 소속조가 약물파동으로 인해 흩어지고 만 것.
시련 속에 피어난 꽃이 진하고 오래가는 향기를 발하는 법이다. 비록 5백승 달성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어려움이 있었기에 그의 5백승은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최는 5백승이 가까워지면서 11월말에 복귀하는 53조 마필로 5백승을 채웠으면 하는 욕심도 가져봤지만, 이내 꼭 어떤 마필에 얽매이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다.
아쉬움이 남는 경주가 있다면 2위를 기록한 ‘황토밭’의 경주였다. 경주초반 진로가 막혀있었기 때문에 선택을 해야했는데, 그가 선택한 것은 ‘페리앤쓰’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경주마의 끝걸음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입상을 할 수 있었지만 우승마의 뒤를 쫓다보니 결국은 2위에 만족을 해야 했던 것.
인생사 모든 것이 목표점에 도착하면 또다시 출발점이 보이게 마련이다. 최기수는 후보생 시절 다짐했던 어려운 목표점에 도착한 뒤 새로운 다짐을 한다. 바로 “기수로서의 은퇴”가 바로 그것이다.
공을 차고 있노라면 행복함을 느낀다고 미소를 짓는 최기수의 축구사랑은 그에게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체력을 유지시켜 주고 있다.
체중조절에 부담없다는 것과 후배들에 뒤지지 않는 체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그는 자신이 반평생을 보낸 직업에 다시금 자신의 남은 생을 맡기고 싶어한다.
이제 그는 완숙한 장인의 자세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바쳐온 최봉주 기수의 5백승 달성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그의 바램대로 끝까지 한국경마를 지탱해가는 버팀목이 되주길 기대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
최봉주 인터뷰 -‘체력 닿는 한 말을 타겠다’
― 대망의 5백승을 달성했다. 소감은
▲ 솔직히 너무나 기쁘다. 후보생 시절 생각했던 40살까지 기승과 5백승 달성 등 두 가지 모두를 이뤘다는 것이 더욱 기쁘다.
― 5백승 이후 계획에 대해 궁금한데
▲ 체력 닿는 한 계속해서 말을 탈 것이다. 가능하다면 기수로서 은퇴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는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까지 체중 감량에 대한 부담도 전혀 없고, 체력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5백승을 거두면서 일단은 보험은 들었다.(웃음) 편한 마음가짐으로 말을 타는데 전념할 것이다.
―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기수라는 직업은 다른 운동선수와 달리 많은 유혹의 손짓이 다가온다. 그리고 아직도 사회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외로운 직업인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얽매이는 것 없이 깨끗한 바탕을 가진다면 원하는 바를 충분히 이룰 수 있다고 본다. 항상 정직하게 말을 타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