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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승마계에 몸담고 있거나 승마를 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 사람’을 모르면 말이 안 된다. 생활체육 승마의 각종 대회 실무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승마장의 어려운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전국을 뛰다니던 그가 지난해 여름 돌연 사라졌다.
그 이후 본 기자는 제주에서, 잠실에서 몇 번 그를 보고는 반가웠지만 말 못 할 사정이 있을까, 들춰내기가 미안해 인사만 나누는 정도였다. 그러던 지난 3월, 그가 한 업체 대표로 승마계에 ‘컴백’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상선(39) 전(前) 국민생활체육 전국승마연합회 사무차장, 이제는 ‘마앤피플(馬&People)’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편집자 주>
- 생활체육 승마계에서 실무자로 활동했고, 가족들도 승마계에 몸담고 있는 승마가족이다. 이제는 마앤피플 대표로 ‘필드’에 복귀했다.
9년 가까이 근무하던 전 직장을 지난해 7월 그만두고 나흘 뒤에 회사를 차렸다. 한 달 내내 사무실도 없이 지냈다. 디원호스승마클럽의 홍미란 코치가 아내다. 장인어른과 장모, 처남 등 가족들이 승마 선수 출신이다. 우리나라 말산업이 아직 미미하지만 생활체육 승마계에서 일하면서 현장에서 느낀 점이 많았고, 일자리 창출과 수익 증대를 위한 100여 가지 아이템을 설정하고 그에 대한 확신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 오랜 현장의 경험, 각계각층의 인맥이 ‘마앤피플’에 큰 도움이 될 듯싶다. 마앤피플은 어떤 사업을 지향하는가.
마앤피플은 먼저 사료 쪽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우성사료 측과 연락이 닿았고, 승용마 전문 사료 ‘캐로슈 프리미엄’을 지난 3월 출시했다. ‘캐로슈’는 당근(carrot)과 설탕(sugar)의 영발음을 합친 신조어다. 경주마 사료도 개발에 성공했고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사료 판매에는 물류비가 많이 들어간다. 전국을 다 돌며 직접 배송까지 하는데 지방에서는 말 두수가 적거나 사료를 구할 길이 없어 고생하는 승마장이 많았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더 어려운 지방 승마장을 위해 배송하고 있다. 한번은 여수에 있는 승마장에서 사료 10kg이 필요하다고 해서 손해를 보더라도 직접 배송한 적이 있다. 생활체육 승마 쪽에 있었을 때도, 지금 사업을 하면서도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새삼 깨닫는다.
- 승마장에 또 중요한 건 건초와 톱밥, 그리고 보험 문제다.
사료의 경우 우성사료의 지점망이 있어 배송이 조금 원활해졌는데 건초와 톱밥은 아직 어렵다. 전국에 이를 보관하고 배송을 즉각즉각 할 수 있는 하치장 같은 시스템이 있어야 유통 단계를 줄이고, 저가로 질 좋은 상품을 실수요자들께 드릴 수 있다. 이를 고민 중이다.
보험의 경우 승마장에서는 사고율이 높아 자부담이 올라가고 인수를 거절하는 경우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마앤피플에서는 이 문제를 타계하고자, 10원이라도 싸고 보상이 더 좋게 보험을 공동구매하는 형식을 찾았다. 현재 250만 원까지 가격을 낮췄는데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받는다.
생활체육 승마계에 있을 때 “사고난 말의 가격이 얼마냐”고 법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보험 상품 개발에도 신경 쓰고 있는데 무엇보다 승용마에 대한 보험이 필요하다고 본다. 외승을 나가거나 낯선 환경에서 말을 탈 때나 대회장에서는 위험도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에 대한 가격 산정이 안 돼 있고 기준이 없고, 거래가 투명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기준을 정하고 객관화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개도 등록하는 시대인데 말의 가치를 형성하는 일은 기본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마앤피플에서는 말에 대한 각종 데이터, 예를 들어 대회 성적이나 진료 기록 등을 정리 중에 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주관적으로 평가되고 활용 가치가 떨어진 말에 대해 객관적 기준이 잡히고, 가격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지 않겠는가. 이 단계가 정착되면 말 가격과 보험 문제가 정리되고 경매도 활성화되며 말 시장은 발전할 것이다.
또 경주 퇴역마를 구매하는 부분에 있어 중간 단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퇴역한 경주마들을 일괄 구매해서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조련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가격 안정도 되고 소비자도 믿고 살 수 있다. 퇴역 경주마에 대해 이력 관리가 안 되는 일은 창피한 일이다.
- 마앤피플에서 시도하고 있는 또 다른 사업 아이템이 있다면.
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등 대중에게 가까이 왔지만 아직도 승마를 제대로 하려면 제주나 외국으로 가야한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사실이다. 생활체육 승마계에 있으면서 전국 승마장을 가본 경험을 바탕으로 승마장 안내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는 승마장 수익과도 직결돼 일자리 창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 예로, 전국 승마장에서는 야간 승마를 해야 한다. 전에 어떤 분이 “‘말 사랑 운동’은 백수나 아줌마들만 해야 하는가”하고 지적한 일이 있다. 직장인을 위한 승마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작년에 프랑스를 다녀왔는데 늦은 저녁 시간인데도 100여 명의 직장인이 실내마장에서 말을 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테니스도, 골프도 야간에 하는데 승마도 야간 승마를 못 할 이유가 없다.
유소년 승마는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저 막연하게 말을 태우는 정도의 수준이다. 독일에서 교관 1명이 20명의 4~5살 아이들을 가르치며 일부러 낙마부터 하는 프로그램을 직접 봤다. 어릴 때부터 낙마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다. 또 부모님이 함께하며 아이가 승마를 해도 안전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아이에게 맞는 말과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이 있어야 유소년 승마가 발전하리라 본다.
- 현장에서의 경험, 문제점을 직접 보고 사업에 적용하니 발굴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이 신선하고 현장 중심적이다.
승마는 서비스업이다.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고객 관리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고 단계별 교육이 필요하다. 승마장마다 교육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고객들이 승마장을 갈아타는 문제도 발생한다. 따라서 표준 매뉴얼과 기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관이 이를 다 맡아서 하기에는 한계도 있기에 지도자 교육과 친절 강습 등 교관을 위한 일종의 순회강연 제도도 필요하다.
현재 승마대회에 관중이 없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승마대회를 찾는 관중들은 대부분 가족과 친인척들이다. 말을 타는 사람도, 안 타는 사람도 대회가 재미없다고 한다. 대회 관중이 많아지려면 선수들의 재능기부 활성화가 대안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손봉각 선수가 가르치면 학생들은 그 선수의 팬이 되고 대회장을 찾게 된다. 그러면 선수는 더 힘을 얻게 되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대회가 늘어나는 일은 원론적으로 맞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매주 지역 동네 승마장을 오픈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회가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체육 승마선수들은 비용 문제나 처음 대회에 출전하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기에 누구나 쉽게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대회 진행 요원과 보험 등 기본 인프라가 해결돼야 한다. 이는 또한 승마장 홍보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선순환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또한 경마 예상지처럼 승마대회에서도 승용마와 선수, 경기 포인트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시해 주는 정보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승마대회에 관중이 찾아오면 선수에 대한 스폰서도 붙고 승마 인구도 늘게 될 것이다.
- 마앤피플에서 ‘안전승마체험장’ 시설을 특허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안전승마체험장은 지역 축제 현장에 가서 홍보하고자 준비했다. 초보자를 위한 맞춤형으로 제작했다. 지역 축제에서는 승마를 체험하러 오는 분들이 많기에 안전이 필수다. 지역 축제에서 승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은 생활체육 승마의 저변 확대와 활성화에 큰 밑거름 역할을 해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에 대한 호감이 많기에 말을 보고 탈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제공해 주는 일도 필요하다. 아직 보완할 점이 있지만 안전승마체험장을 잘 활용할 예정이다.
또 얼마 전 열렸던 마상패션쇼를 우리 ‘마앤피플’에서 직접 담당했다. 이후 여러 곳에서 말을 이용한 이벤트 행사 문의가 많이 온다. 이런 행사를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해야 한다. 시설도 깔끔하게 하고 서비스 마인드가 반드시 있어야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진다.
현재 승마산업뿐 아니라 말산업계 종사자들은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빨리 깨닫고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승마용품 가격은 많이 내렸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 생활체육 승마계에 있으면서 교통정리를 하고 대회를 알차게 진행하던 역할을 이제 승마산업계에도 해 주길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우리 말산업계, 승마산업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짜 전문가들이 전면에 나서 활동했으면 한다. 특히 조합원의 권익과 보호, 수익 창출을 위해 생산과 유통, 소비까지 담당하고 정책화할 수 있는 민간단체 또는 협동조합은 무조건 필요하다. 정부와 각 지자체, 한국마사회 등 단체와 수의사, 장제사, 보험사 등 각 분야 관계자와 유대 관계를 맺는 등 협동조합이 활성화돼야 말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우리 말산업계, 승마산업계에 할 일은 많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완벽하게 처리하며 사업을 이끌어 가겠다. 특히 제가 어려울 때, 회사를 만들고 일이 없을까 걱정할 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회사 이익보다는 자원봉사와 어려운 분들을 위한 재능기부 등 의미 있는 일에도 열심을 다해 진력하겠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마앤피플에서 특허를 낸 안전승마체험장 시설. ‘마앤피플(馬&People)’은 말과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 말과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전문 업체로 승마대회, 승마 관련 행사, 승마용품, 전국 승마장 소개, 승마강습 안내 등 말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일들을 만들어 가고 운영해 가고 개발해 선진 승마 문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 지난해 7월 설립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