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 직선주로에 접어들면 간신히 엉덩이를 걸칠 수 있는 비좁은 경주마 잔등위에서 그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줘 경마팬들로 부터 은연중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기수가 바로 14년차 중고참인 조용배 기수다.
지난해 20세기의 끝자락에서 불운을 당한 기수들이 의외로 많다. 부상, 그리고 다시는 생각하기 싫은 부정관련 사건들, 그중에서도 부상이나 부정이 아닌 정말로 억울(?)하게 20세기의 끝자락에서 홀로 아픔을 곱씹어야 했던 조용배 기수.
연승을 기대하던 경주마로 부상을 당했고, 이어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고 기반을 마련해갈 무렵 마방해체, 그러나 시련을 이겨낸 사람에겐 영광이 따르는 것이 순리인 것.
비록 4년여 도전만에 달성한 2백승이지만 자신의 인생에서 너무도 값진 일이었다는 부산사나이의 얘기를 들어보자.

“누구나 2백승을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죠. 그러나 나에겐 너무도 값진 2백승이예요”
새벽훈련을 하면서 ‘캡틴왜키’의 상태가 좋아 작은 기대를 가졌던 그였지만 실제 경주에서 우승을 확인하는 순간 그간의 어려움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크고 작은 불운들은 연말까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누구나 인정했던 인기마에 기승했으나 발주기 진입도중 낙마를 했고, 엉겹결에 경주를 치렀으나 3위, 그나마 낙마시 갈비뼈에 금이 간 줄도 모르고 무리하게 기승해 결국 여름 휴장기를 병원에서 보내야 했다. 이때부터 시련이 꼬리를 물었다.
그동안 온힘을 쏟았던 28조와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은 것. 그러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도약을 위해 정성을 쏟던 그에게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마방해체가 된 것이다. 이후 타의로 기승을 할 수 없던 그가 안정을 찾은 것은 37조와 가계약을 하고 연말 마지막 경마주간에 기승을 시작한 것.
평소 많은 도움을 주던 지용철 조교사의 도움으로 현재 다른 어느 때보다 많은 기승으로 새롭게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분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는 요구성(?) 발언을 하는 조기수에게 어려울 때 힘이 돼준 사람들이 바로 김일성 조교사와 최상식 조교사, 지용철 조교사다.
사실 조용배의 신인시절은 그 어느 기수의 신인시절보다 화려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현재 과천벌을 호령하던 동기생들도 신인때는 그와 견줄 바가 못됐다. 그러던 것이 과천경마공원으로 이전을 하면서 잦은 부상과 부상후 찾아오는 슬럼프로 인해 그는 그저 평범하고 단지 승부근성이 있는 기수 정도로 평가되고 말았다. 사실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강한 승부근성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
잘 나가던 자신이 동기생들에 비해 뒤쳐진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질 못해 좌절감을 느낀 것이다.
올 3월이면 둘째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된다. 가정을 꾸린지 어언 4년여가 됐다. 자신만을 믿고 있는 아내와 네살박이 희정이를 생각하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자신이 할 일임을 알고 있다.
‘조삿갓’이라는 닉네임이 있을 정도로 그는 시에도 일가견이 있다. 시와 경마. 서로 부조화처럼 들리는 두 단어를 그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낸다.
시에  심취하게 된 것은 바로 경주가 끝난 귀에 찾아오는 허탈감을 이겨내기 위해서였다. 너무나도 동적인 경마, 온몸으로 흥분과 감동을 맛보는 기수생활은 한경주 한경주 느낌이 큰만큼 허탈감도 컸다. 바로 이 부분을 정적인 시가 메꿔준 것.
“시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치 않을 거예요”라는 그는 가정을 가진 후 시에 투자하는 시간이 적어졌지만 자신이 삶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게 한 시의 애정을 버리진 않았다.
조용배 기수가 스스로 진단하는 장점은 바로 새벽훈련을 통한 마필 만들기다.
또한 순위에 관계없이 말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모두 경주에 쏟아 부으려는 자세라고 한다.
오랜 지인들로 부터 라스트 추입시 동작이 큰 것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한다. 물론 고쳐야 한다는 사람도 있었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정말 최정상의 기수가 되려면 매끄럽고 유연하게 말몰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던히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고 노력은 하지만 결승선만 의식하면 자연스럽게 엉덩이가 들썩이고 채찍을 휘두르는 동작이 커지게 된다고.
조용배 기수는 부산사나이다.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어떤 자리건 올곧은 말을 잘하는 편이다. 물론 그로 인해 많은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인정한 사람에겐 끝까지 믿음을 주는 의리파로 통하기도 한다.
2백승 달성으로 불운의 고리를 끊고 새롭게 도약을 하려는 그가 언제까지나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경마팬 앞에 있기를 기대해 본다.
【권순옥 차장대우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