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복규 기수-다사다난(多事多難)한 기수 인생, 지금부터의 ‘한풀이’ 지켜보라!>
―굴곡 많았던 34년 간의 삶, 훌훌 털고 팬들 곁으로…
―「인간극장」 촬영하며 진솔한 모습 드러내
“제2의 인생 아닙니까? 새롭게 시작해야죠”
서른네 해를 살면서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던 박복규. 그 까칠한 인생의 종점은 어디일까 스스로도 궁금해진단다.
소외된 사람들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에서 주인공을 맡은 그가 이제 세상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일어서고 있다.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은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들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프로그램이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으로 연속 방영해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다. 마치 각본에 의해 짜여지는 드라마같다.
드라마와 다른 게 있다면 매 순간순간 발생하는, 끝을 알 수 없고 감조차 잡을 수 없으며 다시 녹화할 수 없다는 정도일까.
산골 소녀의 순박한 모습, 제주 해녀의 물질하던 모습, 야쿠자 아내의 위태위태한 모습을 담아냈던 『인간극장』이 이제 경마장의 이단아, 박복규를 그려냈다.
3주간 경마장에서 살다시피한 촬영팀은 박복규의 ‘까칠한 인생’이 맘에 들어 그를 주인공으로 선택했다.
기수 면허를 따기까지의 8년, 데뷔 6개월만에 발생한 동기의 죽음,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에 관한 나쁜 소문들, 그를 아끼던 어머니의 병, 인기마의 입상 실패로 내려진 제재가 억울해 시도했던 자살 소동, 인정에 휩쓸려 선뜻 저질러 버린 경마 부정과 그로 인한 기수면허 정지…
제대로 꽃피워 보지 못한 6년여의 기수 인생은 이렇게 꼬여 있었다.
늘 거짓말을 하는 것 같아 경마팬과 동료 기수들에게 미안했던 그는 과거의 잘못을 자수하고 그 댓가로 추징금과 벌금을 치르고 난 후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다시 말을 타고, 꼬삐를 잡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인간극장』 팀에 촬영 제의를 했을 땐, 망설여지기도 했지만 다시 시작하는 기수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싶어 선뜻 응하게 됐다. 조명기도 없이 이른 새벽부터 그를 따라다녔던 소형 카메라와 취재진, 때로는 함께 기뻐했고 보이기 싫은 부분까지 여과없이 드러내야 하는 것에 때로는 지치기도 했다.
“전 참 재수가 없나봐요(웃음). 촬영 기간 동안 기승정지 5일이나 당하고..또 신마 ‘장수’로 MBC배에서 좋은 모습 보이고 싶었는데… 운이 안 따라 주네요”
그랬다. 신나게 활약하는 모습만 보이고 싶었는데, 또다시 기승정지 5일을 당해 취재진을 당황시키더니 마사회가 사정을 이해하고 기승정지 기간을 유예하자 주변에서는 특혜가 아니냐며 또 한번 그를 당황시켰다.
“욕심 안 부리기로 했어요. 다시 말타고 팬들의 환호에 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해야죠. 전 정말 기뻐요”
조금은 서두르고, 침착하지 못했던 과거의 모습은 찾을 수 없고 어느덧 제법 여유까지 보이고 있다.
인생의 깊이를 배워가는 박복규. 치열한 근성과 진지한 삶의 태도로 경마장에 다시 선 그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경마장에 멋진 기수가 또 하나 탄생했다.
이헌희 프로듀서 인터뷰
―왜 박복규 기수를 선택했는가
▲세상에 최고는 많다. 우리 사회는 최고만을 인정하지만 최고가 되기 위한 과정 역시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그동안의 굴곡을 보고 그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시련을 많이 겪은 사람은 세상을 보는 눈도 그만큼 깊다고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는 좋은 기수가 될 것이다.
―어떤 모습을 담고 싶었나
▲일반인에게는 낯선 기수들의 생활을 꾸며지지 않은 모습 그대로 그려내고 싶었다. 당당하게 사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수들과 또 그들에게 환호하는 경마팬의 모습은 충분히 좋은 소재였다고 본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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