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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이력 속에 완성도 높은 전력으로 과천벌 돌풍 예고
첫 눈, 첫 만남, 첫 사랑, 첫 입맞춤. 아마 ‘처음’이라는 말만큼 설레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존재에 우리는 두려워하면서도 오직 그 순간에만 허락되는 두근거림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여기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신인 기수 다섯 명이 있다. 33기 대표이자 민첩한 기승술로 높은 기대를 얻고 있는 김도중 기수(25세, 울산). 유쾌한 말솜씨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관계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현종 기수(23세, 전북 전주). 조교승인 출신 기수로 데뷔 전부터 화제의 중심에 선 정현 기수(30세, 전남 광양). 안장에 오르면 평소의 순진무구한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승부의 화신으로 돌변한다는 조재로 기수(23세, 대구). 유년시절 외국에서의 생활을 바탕으로 폭넓고 확고한 가치관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민 하정훈 기수(26세, 부산). 출신부터 걸어온 길까지 어느 하나 비슷한 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다섯이지만, 기수라는 목표를 두고 인고의 시간을 걸으며 다져온 의지는 똑같이 뜨거웠다.
그토록 기다려왔던 데뷔가 이제 코앞이다. 이들만큼 과천벌의 돌풍을 기다리는 경마팬과 관계자들의 가슴도 설레고 있다. 이것은 다섯 명의 신인 기수와 함께 쓰는 첫 페이지다.
-6월 18일 면허를 부여받고 기승계약도 맺었다. 20일부터는 훈련에도 돌입했는데 각자 마방의 스타일이 어떠한 것 같나?
이현종 기수: 50조 박재우 조교사님과 함께 하고 있다. 우리 마방은 정말 오랫동안 공들여 훈련하는 편이다. 좋은 말들이 계속 나오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나도 거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재로 기수: 마찬가지다. 29조 배휴준 조교사님께 배우고 있는데 우리도 한 두, 한 두에 굉장한 시간과 정성을 쏟는 편이다. 아직 배울 것투성이인 내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방이라 생각하고 해주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정현 기수: 관리사 생활을 하던 18조 박대흥 조교사님 마방과 기승계약을 맺었다. 우리 마방은 한 마디로 강렬하다. 조교사님부터 마방식구들까지 모두 포스(?)가 있다. 모든 것은 그만큼의 자신감과 노력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발맞출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김도중 기수: 한일 교류전의 우승마 ‘와츠빌리지’가 있는 5조 우창구 조교사님의 마방과 계약하게 됐다. 명마도 많고 조교사님이 영예기수 출신인 만큼 배울 점도 많은 마방이다. 내가 노력해야할 부분도 많은 것 같다. 완벽하다.
하정훈 기수: 41조 신삼영 조교사님 마방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우리 마방의 가장 좋은 점은 식구들끼리 너무나 친하다는 것이다. 아직 모든 것이 낯선 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마방에 들어서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떻게 기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됐나?
김도중 기수: 삼촌이 기수이셨기에 아주 어릴 적부터 경마장에 와서 경마를 보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당시 보았던 말과 기수들의 매력에 흠뻑 빠졌고 자연스럽게 기수라는 직업을 꿈꿨던 것 같다.
하정훈 기수: 원래는 미얀마에서 8년 동안 형과 함께 지냈다. 국제학교를 다니며 영어공부를 했는데 형이 미국으로 떠나는 바람에 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국에서는 마사고에 입학해 기수의 꿈을 키웠다. 말 타는 것이 너무나 재밌고 매력적이었다.
조재로 기수: 기수라는 직업을 모르고 평범하게 공부를 하고 대학 입시준비를 하던 때였다. 당시 대학교수이셨던 경마관계자를 우연히 만나게 됐는데 기수를 권하시더라. 그때부터 관심을 갖고 정보를 얻어 준비하게 됐다.
정현 기수: 2005년 5월에 서울 관리사로 입사했다. 이전에도 기수를 꿈꿨는데 관리사로 일하면서 경주로를 누비며 말몰이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꿈이 간절해졌다. 바라던 꿈의 무대에 서게 돼 너무나 기쁘다.
이현종 기수: 체구가 또래보다 작다보니 지인이 기수라는 직업이 있는데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하더라. 그때가 중학생 때였으니 조금 일찍부터 꿈을 꿔온 셈이다. 내가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님도 이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응원을 보내주셨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기수라는 이름을 달기까지는 정말 피를 토하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혹은 부분이 있었나?
하정훈 기수: 처음에는 한국어를 이해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의사소통이 안 되니 모든 것이 생각처럼 되지 않더라. 물론 지금은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다. 공익 복무를 하는 동안 실수도 많이 했고 덕분에 많이 혼나기도 하면서 한국어 공부를 많이 했다.
정현 기수: 키와 체격이 기수로서는 큰 편이기 때문에 먹는 것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굶기도 많이 굶고 필사적으로 운동에 매달렸다. 그 과정이 정말 힘겨웠다. 살 빼는 것 때문에 이 길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기도 했다.
이현종 기수: 워낙 쟁쟁한 경쟁상대가 많다보니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 그 와중에 교관님들께 인정을 받고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했고, 후보생 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친했던 누군가와 끊임없이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조재로 기수: 후보생이 되면 초창기에 테스트 아닌 테스트를 엄청나게 많이 치른다. 힘든 운동과정이 굉장히 많은데 하루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지금은 부경 기수가 된 친구와 함께 손잡고 도망칠까 생각도 했다. 그때 나가지 않고 버틴 덕분에 이렇게 경주로에 서게 된 것 같다.
김도중 기수: 나도 마찬가지다. 기승기 테스트나 말 타는 실력을 평가하는 수시 평가가 말 그대로 수시로 진행되곤 했는데, 정말 살아남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버텼던 것 같다. 이 평가에서 기준에 미달되면 퇴소조치가 되는데, 정말 많은 친구들이 나갔다.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데뷔 후 가장 많은 여성팬이 생길 것 같은 동기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이현종 기수: 조재로 기수다. 잘생겼다.
정현 기수: 이현종 기수는 사람들과의 유대관계가 아주 좋다. 친화력이 뛰어난 기수고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성격이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줄 것 같다.
조재로 기수: 우리 동기 중에 잘 생긴 친구들이 다 부경으로 내려가서….(웃음)
-앞에서 잠깐 언급됐지만 기수의 숙명이자 숙적이 바로 감량일 것이다. 어느 정도로 관리하고 있나?
진겸 기수: 말 그대로 피눈물나게 다이어트 중이다. 맛집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어느 정도 나이도 있다보니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만 한다. 아무 것도 안 먹고 물로 입 안만 적시는 방법으로 3일까지 버텼다. 굶고 뛰고 사우나에 가고. 끊임없는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
이현종 기수: 정말 꾸준히 관리해야하는 부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체중을 확인한다. 그날의 체중에 따라 오늘은 얼마만큼을 먹을지, 어떤 운동을 해야할 지를 따져보고 고민한다.
-데뷔를 하고 우승을 하거나 하면 인터뷰도 많이 하게 된다. 동기 중 가장 말을 잘 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면?
김도중 기수: 이현종 기수다. 말로는 국가대표급이다. 아닌 것 같은 얘기도 듣다보면 진짜인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다. (웃음)
이현종 기수: 그것은 진정성을 갖고 이야기했기에 그랬을 것이라 믿는다. 다들 힘들어서 고생하고 지쳐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재밌게 하려고 노력 아닌 노력을 하는 편인데, 요즘은 말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말수가 적은 게 더 좋은 것 같다.
-신인 기수들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막막해한다고 한다. 지금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조재로 기수: 항상 모의경주 식으로만 경주를 해봐서 등자 길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경험이 있는 말과 없는 말은 확실히 다른데 어떻게 타야할지도 막막하다. 경험이 부족한 것이 데뷔전을 앞두고 확실히 느껴진다.
하정훈 기수: 실제 경주에서는 페이스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 지 항상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한다. 그리고 실전에서 감을 잡는 부분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빨리 적응할 수 있을까, 그것도 고민이다.
정현 기수: 옆에서 지켜는 봤지만 막상 실전에서 경주를 치르게 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를 것이다. 그 과정을 확실하게 모르니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전에 빨리 대비해서 익혀야겠다는 생각이다 .
이현종 기수: 교육용 말을 타다가 실제 현역 경주마에 올라 훈련을 하니 기승하는 방법부터가 많이 다르더라. 망아지 탔을 때의 등자길이나 제어할 때 요령들이 많이 부족해서 항상 많이 고민하고 선배들에게 물어보고 연구하고 있다.
김도중 기수: 아직은 훈련 때만 기승하고 있는데 확실히 말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못 잡을 때가 많다. 말이 생각하는 것들을 빠르게 캐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만큼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본받고 싶은 롤모델의 기수가 있나?
조재로 기수: 장추열 기수를 롤모델로 삼고 싶다. 처음 실습 나올 당시부터 지금까지 전혀 변함이 없고, 한결 같이 꾸준한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
이현종 기수: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장추열 기수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묵묵하게 자기 맡은 바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본받고 싶다. 말도 물론 잘 타시고.
정현 기수: 경마장의 황태자 문세영 기수다. 무엇보다 자신이 기승하는 말은 끝까지 책임을 지고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모습이 멋있다. 그런 능력을 닮고 싶다.
김도중 기수: 나 역시 장추열 기수 같은 기수가 되고 싶다. 묵묵히 한결 같은 느낌이다. 그런 우직함이 너무 좋았다.
하정훈 기수: 한국에서는 서승운 기수를 따르고 있다. 경마교육원에 있을 당시 같은 방을 썼는데 언제나 응원해주고 진심어린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 서승운 기수의 힘 내라는 이야기에 많은 용기를 얻었기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외국에서는 빅토르 에스피노자 기수가 롤모델이다. 에스피노자 기수는 경주에서 우승하면 항상 10%를 기부한다. 이번 벨몬트 스테익스에서의 우승상금은 소아암 환우들을 위해 전액 기부했다고 들었다.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수습 신분이긴 하지만 정말로 경주로에 발을 딛게 된다. 기수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이현종 기수: 인정받는 기수가 되고 싶다. 어쩌면 가장 힘든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되고 싶다. 욕심이 많은 편이라 실망시키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조재로 기수: 언제나 한결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안 좋은 소리나 소문이 없이. 묵묵히 걸어갈 수 있는 기수가 되었으면 한다.
정현 기수: 정말로 오랫동안 꿈꿔왔던 기수가 되었기에 그만큼 소중한 자리란 것을 안다. 오랫동안 안장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 목표다.
김도중 기수: 언제나 꾸준하고 한결같은 기수가 되는 것이다. 기수라는 이름을 더럽히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떳떳하게 기승하고 싶다.
하정훈 기수: 사람을 많이 도울 수 있는 그런 기수가 되고 싶다.
조재로 기수: 하정훈 기수는 지금도 유니세프에 기부를 하는 중이다.
-아직은 벌이가 일정하지 않을텐데?
하정훈 기수: 적은 금액이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마음을 표시하는 정도다.
-끝으로 김도중 기수가 대표로 신인 5인방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 한 마디 전한다면.
김도중 기수: 안녕하십니까, 경마팬 여러분. 2015년 데뷔하게 된 33기 신인 기수입니다. 아직은 미흡한 부분도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뒤처지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