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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이별, 이쿠야스에게는 무슨일이?
외국인 기수에게 가장 중요한 면허 문제가 역시나 발목을 잡았다. 일본에서 기수 면허를 갱신하기 위해서는 2년 간 최소 60두의 기승 두수를 채워야 한다고. 하지만 2013년부터 서울에서 활약을 이어온 이쿠야스 기수는 이 부분을 충족시키지 못해 다소 급작스럽게 일본으로 돌아가게 됐다. 현재 이쿠야스 기수가 한국에서 부여받은 면허의 기간은 3월까지. 이 기간 안에 60전을 모두 치르고 돌아온다면 향후 한국에서의 지속적인 행보를 기대해볼 수 있겠으나 현재로서는 그 어느 것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모든 것은 일본에 도착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써는 관계자들과의 이야기가 잘 풀리길 바랄 뿐입니다.” 이쿠야스 기수 역시 팬들의 바람처럼 한국에서의 활동을 꿈꾸고 있었다. “기회만 된다면 한국에서 더 기승을 하고 싶죠. 물론 그걸 원치 않으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정말이지 이곳의 모든 분들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요.”
-용병 괴물 이쿠야스, 말의 해(年)에 정점을 찍다
2014년. 이쿠야스 기수는 한 마리의 맹수였다. 5월부터 12월까지 매월 60두 안팎의 안장에 올랐고, 9월에는 한 달 동안 18승을 기록하며 폭주를 이어갔다. 그 맹렬한 기세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토종 기수들을 꺾었고 리딩쟈키인 문세영 기수까지 위협할 정도로 타올랐다. 결국 2014년 12월 27일, 이쿠야스는 국내 용병 기수 중 최초로 시즌 100승의 벽을 넘어섰다. 시즌 성적은 679전 101승 2위 88회. 승률 14.9%에 입상률 27.8%에 달하는 성적이었다.
무엇보다 큰 기쁨을 안겼던 경주는 10월 19일에 치렀던 KRA 컵 Classic(GⅢ)이었다. 그랑프리(GⅠ)의 전초전인 KRA 컵 Classic은 서울의 대표마를 노리는 쟁쟁한 국·외산마가 총출전해 치열한 접전을 예고케 했다. 8조 최용구 조교사의 ‘삼정제왕’(플래너스 마주)에 기승한 이쿠야스 기수는 좋은 순발력과 리듬감을 결승선까지 이어갔다. 특히 결승선 전방에는 수많은 우승 후보들이 횡대로 늘어져 치열한 혈전을 펼쳤고 결국 막판 ‘삼정제왕’이 코 차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짜릿한 광경이 연출됐다. 이쿠야스 기수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주 내내 오직 이기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 갖고 기승했다. 이제까지 큰 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이 없어서인지 경마대회에서 우승해달라는 성원을 많이 받았는데 보답할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쁘다.”라며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맹활약 덕분에 이쿠야스 기수는 2014년 용병 최초로 최우수 연도대표 기수에 선정됐다. “사실 2014년을 시작하면서 네 가지 목표를 세운 것이 있었어요. 그 중 하나가 시즌 100승 달성이었고, 그레이드 경주에서의 우승·최다 기승횟수·기승정지 받지 않기가 나머지였습니다.” 이쿠야스 기수는 말을 많이 타면서도 기승정지 없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기수들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 이와 같은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아쉽게도 기승정지를 받으며 100%달성에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나머지 세 가지를 성공한 것만으로도 한국 경마의 한 획을 그었다는 것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특히나 최다 기승횟수를 위해서는 악벽마나 기복마 등을 가리지 않고, 주어진 기승기회 모두에 최선을 다해야하기에 그의 성실성 역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우수 연도대표 기수는 제가 세웠던 목표들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따라온 것이라 봅니다. 거기에 따른 칭찬으로 여기며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쿠야스 기수의 소식은 일본에도 전해져, 일본 지방경마전국 협회에서도 표창장을 받게 됐다. 2월 3일 귀국하는 이쿠야스 기수는 이틀 뒤인 5일 상을 수여받을 예정이다.
-정상에서 돌아보는 첫 발
정상의 자리에 서게 되면 으레 첫 발을 디뎠던 순간을 돌아보게 마련이다. 이쿠 기수 역시 처음의 순간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학창 시절, 야구를 비롯해 검도까지 섭렵한 이쿠야스 기수는 타고난 스포츠맨이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았고 선생님의 권유로 기수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 처음 말에 기승했을 때 든 생각은 ‘그만두고 싶다’였습니다.” 이쿠야스 기수는 어린 시절 파라과이에서 지내던 때가 있었다. 당시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목장에서 부모님이 일을 도왔는데, 일 년 내내 쉴 틈 없이 바쁘게 일하는 부모님을 보며 어린 마음에 ‘커서 절대로 동물과 관련된 일을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지만 이제 그는 말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경마장의 꽃으로 뿌리를 내린 상태다.
한국에도 우연찮게 오게 됐다. 일본의 고치 경마장에서 활약 중이던 이쿠야스 기수는 특별히 해외진출을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고. 그러던 중 우연히 한국마사회에서 일본 용병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고 문득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오게 됐다고.
2007년 당시 서울 경마장을 찾은 외국인 기수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정식으로 면허를 부여받은 외국인 기수는 이쿠야스 기수가 처음이었다. 무지(無知)의 대상은 두렵기 마련이다. 이쿠야스 기수만큼 서울 경마 관계자들 역시 그를 경계할 수 밖에 없었고, 쉽지 않은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낯선 음식과 생활리듬의 차이도 문제였지만 중요한 것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낯가림이 심한 편이지만 해외에 나온 이상 현지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대로라면 한국어를 많이 배워서 얘기를 나눠야 했는데 일단은 바디랭귀지를 이용해서라도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습니다.” 타지에서 겪는 어쩔 수 없는 힘겨움 앞에서는 역시나 친구와 소주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고. “다행이었던 것은 뒤이어 들어온 노조무 기수와 당시 남자였던 통역이 있었다는 거예요. 너무 힘들 때면 셋이서 한국 여기저기를 찾아다니며 술 한 잔을 기울이며 스트레스를 해소했고, 그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 적응을 마친 이쿠야스 기수는 이번에는 부경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2009년 1월 1일부터 활약한 이쿠야스 기수는 4개월 동안 40승을 기록하며 부경 경주로를 휩쓸었다. “당시 부경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외국인인 제가 의견을 제시하거나 상의 드리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주시는 분위기였어요. 의견 개진이 굉장히 자유로웠던 부분이 인상적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2013년, 또다시 서울을 찾은 이쿠야스 기수는 두 번째의 도전인 만큼 더욱 이를 악물었다고 한다. “그래도 한 번 활동한 경험이 있다 보니, 두 번째에는 훨씬 분위기가 좋았어요. 모두들 한 마디씩 말도 걸어주시고 말도 태워주시면서 마음을 열어갔죠.” 이쿠야스 기수는 당시 도움을 주었던 모든 서울의 관계자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요즘에는 친해진 서울 분들과도 자주 만나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기수 중에서는 서승운 기수와 자주 술을 마셔요.” 대화를 위해 통역사가 매일 술자리를 따라다니는 고충이 있긴 하지만 한국 경마 관계자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는 이쿠 기수는 그 어느때보다 즐거워보였다.
일본 경마 전문기자이자 한국 경마에 대한 애정으로 큰 경마대회마다 한국을 찾는 우시야마 모토야스는 “이쿠야스 기수는 면밀한 관찰력으로 타인의 성격을 잘 파악하곤 합니다. 한국에서 그가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스타일만을 고집하지 않고 한국의 경마를 빠르게 파악에 접목시켜나간 덕분이라고 봅니다.”며 그를 평가했다.
이쿠야스 기수는 향후 한국을 찾을 용병 기수에게 “예전과는 다르게 지금은 조교사님이나 마주분들도 많이 마음을 열어 기승기회도 주시곤 합니다. 본인들의 경험을 토대로 믿음에 부합할 수 있도록 성적만 잘 내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고 전했다.
-‘추입의 이쿠’ 그의 기승법에는 특별함이 있다?
이쿠야스의 말몰이하면 두 가지를 떠올릴 수 있다. 바로 특유의 엉덩방아 찧는 자세와 폭발적인 추입이다. 엉덩방아 찧는 자세는 일본 및 유럽의 기수들에게서 종종 찾아볼 수 있는 자세다. “한 번씩 따라 해보던 것이 경주에서 나도 모르게 나올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추천할 정도로 좋은 기승법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순간에 맞고 자신에게 잘 맞는 기승법이 최선이라고 봅니다.”
추입에 있어서는 남들보다 어디까지 참아내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추입은 마지막에 한발을 써야하기 때문에 타이밍을 잡아내는 계산, 과정, 말의 리듬을 살려내는 것이 중요해요. 그걸 항상 생각하고 타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자신감도 붙었고요.”
이쿠야스 기수의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온 부분이 없다. 일단 자격요건을 채운 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 경마와 관계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이쿠야스 기수의 목표다. “서울에서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나를 믿어준 마주·조교사·관리사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함께 호흡했던 기수들, 응원해준 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맺었던 소중한 인연들이 너무나 고마워서 가능하다면 앞으로도 서울경마장과 관계된 일을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응원을 보내준 한국 경마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항상 성원을 보내주신 점, 물론 가끔은 욕도 해주셨지만. (웃음) 항상 그 응원을 느끼며 기승해왔고 많은 격려가 됐습니다다. 꼭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