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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마방>이라는 제목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나는 항상 주변사람들에게 “꿈을 먹고 산다”고 이야기한다. 말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은 언제나 꿈을 좇는 시간이었다. 나와 인연을 맺은 말을 명마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한 단계 앞을 내다보고 미래지향적으로, 향후의 일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꿈꾸는 마방은 내 경마장 생활과 딱 맞는 이름이었고, 책 제목까지 가져오게 되었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에세이집을 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굉장히 오래됐다. 마방을 꾸려가며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나 유용한 정보는 수시로 메모해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마음뿐이었고 결단하기까지는 쉽지가 않았는데, 지난 해 여름 무렵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게 됐다. 올해가 말의 해이지 않은가. 나 역시 말띠다. 게다가 올해는 마방을 개업한지 만 30년이 되는 해이다.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해라고 생각해 정리에 착수했고 약 1년 정도의 기간이 걸렸다 .
-오랜 세월을 담은 책이다. 마지막 원고까지 마무리 짓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시작 당시에는 그동안 해온 메모들도 있고 해서 굉장히 편하게 마음을 먹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시작해보니 너무 힘들더라. 원래 글 쓰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자꾸 욕심이 나고 좀 더 좋은 글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다시 쓰고 고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쓰다 보니 여태까지 경마장에서 생활해 오는 동안 나는 무엇을 추구하며 살았나,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가를 참 많이 돌아보고 생각하게 되더라. 마지막 원고를 마치는데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잡 다양한 생각들이 한꺼번에 들어 기분이 묘했다. 말과 함께한 모든 인연, 소소한 일상까지도 되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계기였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기억에서 놓쳤던 부분들을 능력상 다 담아낼 수는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이나 관계자들, 팬들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상황들은 좀 더 공들여 쓰려고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가슴 깊이 남는 에피소드는 역시 명마들과의 추억인 것 같다. 나와 힘들게 울고 웃으며 지낸 시간들을 떠올리다보니 쓰면서도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고 따뜻해지는 그런 시간들이었다.
-아무래도 팬들은 ‘동반의강자’에 대한 이야기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힌트를 준다면?
‘동반의강자’는 평생에 걸쳐 한번 만나기도 힘든 명마라고 생각한다. 만나는 순간부터 느낌이 굉장히 좋았고 무사히 한국에 와서 나와 같이 훈련을 하고, 경주 준비를 하면서 다른 말과는 다른 독특하고 특이한 부분들을 가감 없이 적었다. ‘동반의강자’는 정말이지 명마로서 갖춰야 할 것들을 모두 갖췄다. 특히 매우 영리해서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거의 매일을 같이 지내다 보니 나중에는 쳐다만 봐도 교감을 느낄 정도였다. 은퇴시기가 결정된 후 씨수말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를 바랐는데 아쉽게도 수태능력이 퇴화되어 더 이상 그의 흔적을 볼 수는 없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동반의강자’는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영원한 나의 명마로서 존재하고 있다. 내가 느낌 모든 그의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겨 있다.
- 책 내용을 보니 뚝섬부터 지금까지의 경마장 풍경을 모두 담아내고 있다. 어찌 보면 한국경마의 산증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어떤 부분에 신경을 써서 기술했는가?
아무래도 시대상의 변화가 될 것이다. 특히 뚝섬 시절에 느꼈던 낭만을 담아내려고 애썼다. 뚝섬경마장의 스탠드는 당시만 해도 목조건물이었다. 지금은 디지털로 모든 배당률과 매출액이 순간순간 표출이 되지만 당시에는 마감이 끝나고 20분 동안 사람들이 손수 수판을 이용해 결산을 했고, 분필로 배당판에 직접 숫자를 써서 도르레로 밀어 공개하는, 그야말로 아날로그의 시절이었다. 지금과 비교하자면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한 시설과 시스템이었지만 반면에 팬들은 굉장히 순수했다. 당시에는 겨울 휴장기간이 있었고, 3월에 개장식을 가졌다. 그때마다 만국기를 걸어놓고 흩날리는 꽃잎 아래에 많은 팬들이 모여들었는데, 하나의 축제처럼 음악이 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장내를 메워 굉장히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러한 분위기와 낭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 책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하는지?
경마팬은 물론 경마 관계자조차도 의외로 조교사와 기수가 무슨 일을 하며 무슨 역할을 맡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더라.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생활을 좀 더 쉽게 이해하고, 생각의 폭이 넓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이 책을 읽고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울림이 되길 바라고 있다.
-앞으로도 출판 계획이 있나?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전문적인 서적을 써보고 싶다. 우리 한국 경마가 놓여있는 현실적인 제도나 문제점들을 되짚어보는. 우리가 가진 강점들은 더욱 발전시키고 외국의 선진화된 시스템은 우리와 접목할 수 있는 전문적 내용을 담은 책을 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경마 관계자들에게는 스승과 같은 존재다.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느덧 시간이 그렇게 됐다. 기수 생활을 거쳐 조교사까지 40여년 동안 이곳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다만, 후배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말에 대해 미칠 정도의 공부와 연구를 했으면 한다. 경마의 현장에 있는 우리가 자신의 위치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국 경마의 수준 역시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 기본 요소가 되리라 생각한다. 부디 열심히 해주었으면 좋겠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