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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78년 01월 01일
데뷔일자 1998년 06월 15일
통산전적 4208전 510승 2위 505회
경마대회 우승전적
2007/10/28> 헤럴드경제배> 태양처럼
2007/06/24> 서울마주협회장배(GⅢ)> 과천룰러
2004/09/05> 일간스포츠배> 기쁜우리
2014년 5월 18일 제6경주. 함완식 기수가 이제 막 두 번째 경주에 임하는 신예마 ‘예신노부’ 위에 올랐다. 체형도 좋고 기대치도 높은 말이었지만 함부로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신예마였다. 탁월한 순발력으로 게이트를 박차고 나왔으나 이미 경쟁마 ‘동진태후’에게 선두를 빼앗긴 상태. 함완식 기수는 과감히 선행을 포기하고 따라가는 전개를 선택했다. 결승주로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탄력을 붙이려는 찰나, 안으로 기대는 상대마와 충돌하며 또다시 위기가 닥쳤다. 자칫 걸음이 죽어버릴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함완식 기수는 재빨리 안쪽으로 진로를 잡으며 추진에 나섰다. ‘예신노부’ 역시 함완식 기수의 추진에 걸음을 바꾸며 힘차게 도약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함완식 기수의 500승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마치 그동안의 기수 인생을 축약시켜놓은 것 같은, 그런 경주였다.
기수 대기실에서 얼굴에 묻은 흙을 씻어내던 함완식 기수의 눈앞에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꼬마 기수 때부터 꿈꿔왔던 500승이었다. 수차례 말에서 떨어지고 다치고 찢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났던 16년. 결코 쉽지만은 않았던 시간이기에 성취감은 더했다.
“굴곡 없던 시간이었으면 느낌이 달랐겠죠? 최근에 당했던 부상부터 시작해 참고 버텨왔던 지난날들이 떠올라서 괜히 더 짠하고,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했어요. 잘 해왔어, 이제 또 잘 해보자. 그런 다짐을 했죠.”
말의 해에 태어난 소년, 안장에 오르다
운명처럼, 함완식 기수는 1978년 말의 해에 태어났다. 삼남매 중 막내였던 그는 어렸을 때부터 친구에 죽고 친구에 사는, 그야말로 요즘 대세인 ‘의리남’이었다. 학창시절의 친구들은 아직까지도 부담 없이 만나 술 한 잔을 기울일 수 있는 든든한 삶의 동반자로 남아있다고. 그리고 당시에도 친구 따라 진학한 선린상고에서 처음으로 기수라는 직업을 접했다.
“안병기 선배님이었을 거예요. 트로피를 들고 있는 선배님 옆에 역대 성적, 경마대회 우승 전력, 수득상금 얼마…. 이런 글귀들이 적혀있는데 정말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입학 후 취업게시판에 붙어있던 기수 모집 공고를 보고 괜한 끌림에 유심히 훑어보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말’이라는 동물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그저 먼 세계의 일이겠거니 하고 넘겨버렸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찾아 나서는 고등학교 3학년, 함완식 기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금융 쪽 전공에서 나름대로 두각을 드러내온 터라 하루라도 빨리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그에게 기수에 지원해보지 않겠냐는 체육선생의 권유가 있었다. 평상시에도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입학 당시 보았던 포스터를 떠올렸다.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을 노리던 수많은 학생들이 학교로 날아온 기수 후보생 지원 원서 두 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 중에서도 함완식 기수는 발군의 능력으로 체력테스트 1등을 차지했고, 후보생에 응시하게 됐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지원 원서는 기수 협회를 방문하면 몇 장이든 받을 수 있었다.
당시 기수 후보 지망생들은 4월 첫째 주부터 신체검사를 비롯해 체력검사, 인성적성 검사, 마필 기승 적응 테스트를 거쳐야 했다. 무작정 덤벼서는 결코 통과할 수 없단 걸 느꼈지만 당시의 그는 몇 달 동안을 손 놓고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찍부터 일을 배우고 있던 함완식 기수는 임시방편으로 출근 할 때마다 여섯, 일곱 정거장 전에 내려 회사까지 전력질주하는 것으로 체력을 다졌다. 그리고 시험을 한 달 앞둔 시점부터는 본격적으로 트레이닝에 들어가며 몸을 만들어갔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고, 결국 함완식 기수는 체력테스트에서 이종섭 기수와 나란히 1,2등을 차지했다. 무리 없이 다른 검사까지 통과하고 남은 것은 마필기승 적응 테스트뿐이었다. 태어나 제주도 한 번 가본 적 없는 함완식 기수는 그날 말을 처음 보았다.
“다짜고짜 말 위로 뛰어올라 기승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냥 갈기와 안장 끈을 잡고 냅다 뛰어올랐어요.”
얼떨결에 말 위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의외로 낑낑대며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이윽고 습보로 달리는 말 위에서 얼마간을 보내고 돌아왔는데 당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장일기 팀장(현 승마&기수양성활성화TF팀장)이 “반동을 부드럽게 잘 받아내는데 혹시 말을 타본 적이 있냐”고 물어왔다. 뼈를 묻을 각오로 들어온 함완식 기수에게 당시 장 팀장의 말은 그 어떠한 칭찬보다 기뻤다고. 기수를 향한 첫 걸음은 그렇게 순조롭게 시작되는 듯 했다.
과거를 잊은 이에게 미래는
본격적인 기수 생활. 첫 월급을 받은 함완식 기수는 복잡한 심경에 사로잡혔다.
넉넉하지 못했던 집안 형편이었다. 삼남매를 먹여 살려야 했던 부모님은 막내인 함완식 기수를 살뜰이 챙겨줄 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친구들이 유명 메이커의 운동화를 사러 갈 때면, 함완식 기수는 슬그머니 가게 밖으로 나가 그들을 기다리곤 했다. 자신의 운동화가 낡아 헤지면 어머니가 쥐어주신 삼만 원을 들고서 혼자 동대문에 나가 운동화를 샀다. 그랬던 그가 적금을 들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고, 이제는 오히려 친구들에게 최고급 운동화를 선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린 나이에 그렇게 큰돈이 들어오니 감당이 안 됐던 것 같아요. 괜히 목에 힘도 들어가고, 철없는 생각도 많아지고.”
처음에는 궁금했던 것, 해보고 싶던 것, 사고 싶었던 것들에 돈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흥청망청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던 어느 날 문득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걸어온 길 위에 잔뜩 짓이겨진 발자국들을 보며 함완식 기수는 번뜩 정신을 차렸다. 힘들었던 지난 시간과, 이곳에 오기위해 그토록 애썼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머리를 삭발하며 굳은 다짐을 한 그는 2개월 여간 경마장 밖은 아예 나가지도 않은 채 훈련과 기승에만 매달렸다.
지금과는 달리 당시에는 신인 기수가 말에 오를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똥말’ 한 마리를 타더라도 어떻게 게이트를 나와서 어떠한 변수에 어떠한 반응을 할지를 그려보느라 경주 전날이면 밤잠을 설치는 일이 허다했다. 조교사의 눈에 드는 것도 중요했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도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 매순간 필사적으로 힘을 쏟았다. 그것이 차차 몸에 배고, 자신의 스타일이 되며 함완식이라는 이름이 점차적으로 각인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밑바닥부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버틸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된 셈이에요. 과정을 알고 현실을 알기에 위기가 오더라도 반동해 다시 올라설 수 있는 힘이 생긴 거죠. 애초에 위에서부터 시작했더라면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슬럼프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한참을 헤맸을 거예요.”
바닥부터 올라온 이상 거칠 것은 없다
늘 꾸준한 성적을 기록해왔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함완식 기수는 슬럼프의 끝을 맛본 적이 있었다. 기수 세계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할 무렵 “함완식 기수가 말을 뺀다”는 부정적인 소문과 억측이 나돌았다. ‘말’(馬)만큼 ‘말’(言)의 힘이 절대적인 곳이 경마장이었다. 억울함을 호소해도 주변 사람만 진실을 알아줄 뿐, 이미 바닥까지 떨어져버린 평판은 쉽사리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프리기수가 되며 그야말로 공중에 붕 떠버린 함완식 기수는 신인 때보다 더 힘들게 기승기회를 얻어야 했다. 한 주에 한 마리를 탈 때도 있었고, 훈련할 말이 없어 공으로 보낸 날도 허다했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 함완식 기수는 당시 훈련이 고되기로 소문나 웬만한 기수들은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53조의 말을 타겠다고 나섰다. 망아지든 악벽마든 가리지 않고 처음부터 훈련에 임했다. 한 겨울이었다. 손등이 부르트고 얼굴을 찢어버릴 듯한 바람을 맞으면서도 이를 악 물었다.
“저는 제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어요. 내가 이렇게 죽을 놈은 아니다, 타고난 천재들만큼 타진 못해도 그 바로 뒤에서 따라갈 수 있는 인간이다. 바닥에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또 한 번 못할 게 뭐있냐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 한 마리, 한 마리 기승기회가 늘어가고 다른 마방의 말도 하나 둘씩 타게 되며 자신의 영역을 넓혀갔다. 한 달을 기다릴 수 있는 그야말로 ‘한 구라짜리’ 말은 없었지만 탈 수 있다는 자체에 감사하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에 이신영 조교사가 14조 마방을 개업하며 함완식 기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막 경마계에 발을 디딘 이신영 조교사에게도, 기승기회가 필요했던 함완식 기수에게도 윈-윈인 협력이었다. 쌓아왔던 함완식 기수의 기량이 이신영 조교사의 좋은 말들과 맞물리자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상승세를 그려가기 시작했다.
사경을 헤매던 부상, 그리고 재기까지….
모든 것이 술술 풀려간다고 생각하는 찰나 기수의 숙명이자 주적인 부상이 그를 강타했다. 사실 크고 작은 부상은 이전에도 있어왔다. 군대를 다녀온 지 얼마 안 돼 당했던 낙마사고는 쓰고 있던 고글이 말의 발에 채이며 그대로 살을 뚫고 들어와 코뼈가 나갔다.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함완식 기수는 “눈은 안 다쳤으니 얼마나 운이 좋아요.”하고 웃어보였다.
하지만 이번엔 급이 달랐다. 2013년 10월 5일 제9경주. 함완식 기수가 기승했던 ‘겟더리듬’이 2코너를 돌아나가던 중 앞 말의 뒷다리에 걸리며 넘어지고 말았다. 중위권에서 한창 따라가던 중이었기에 함완식 기수는 떨어지는 순간 무조건 뒤에 서너마리가 더 올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펜스 안쪽으로 구르고 있는데 순식간에 세 마리가 그를 지나갔다. 잘 넘겼다고 생각하는 순간 말이 땅을 박차는 울림에 몸이 튕겨 올랐고 마지막으로 오던 말이 그대로 함완식 기수를 치고 지나갔다. 이 모든 일이 1~2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순간적으로 눈 앞이 하얘졌어요. 눈을 떴더니 아직 살아있더라고요. 머리는 괜찮은 것 같은데 숨이 안 쉬어져서 뭐라 이야기를 하려다 정신을 잃었어요. 아무래도 숨이 고르지 않은데 말을 하다보니 산소가 모자라 그랬던 것 같아요. 병원으로 가는 동안 말하고 기절하고를 몇 번이나 반복했죠.”
함완식 기수는 이 사고로 어깨뼈와 갈비뼈가 부러지고 횡경막에 피가 차는 대형 부상을 입었다. 숨을 쉴 때마다 폐에 피가 차 인공호흡기와 피 빼는 호스를 꽂고 3일을 버텼다. 생사가 오가는 상황이었으니, 그대로 시즌아웃이었다. 한참동안 치료기간을 가졌다. 다른 곳은 어느 정도 정상으로 돌아왔는데 어깨뼈가 문제였다. 금이 간 뼈를 나사를 박아 고정을 해야 하는데 신경과 근육들이 집약된 곳이라 쉽사리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다. 운동을 해보니 조금씩 통증이 줄며 기승할 수 있는 각도가 나왔다. 그때부터 함완식 기수는 본격적인 재활에 임했다.
“쉬는 동안 말 발굽소리가 들리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몸이 근질거리더라고요. 말 위에 올라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느낌들이 있거든요. 그게 너무 그리웠어요. 제가 이제 와서 다른 일을 하라면 뭘 할 수 있겠어요. 지금 제겐 이게 전분데요.”
함완식 기수는 입원과 통원치료를 반복하며 꾸준히 몸을 만들어갔다. 처음에는 기승기를 타고나면 다친 쪽의 근육을 풀어줘야 할 정도로 힘든 상태였지만, 이제는 끄는 말이나 너무 무리하는 경우가 아니면 크게 문제되는 부분은 없다고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들
함완식 기수는 유난히 사람 복이 많다. 특히 51조의 김호 조교사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이번 500승의 ‘예신노부’도 그랬고 300승의 ‘프리티굿’도 김호 마방의 경주마였다. 200승의 ‘갈샘’ 역시 김호 조교사가 26조의 조교보 재직당시 이뤄낸 결과였다.
“김호 조교사가 조교보 시절부터 직접 훈련을 시킨 말들을 타면 이상하게 잘 들어오더라고요. 저는 언제나 똑같이 기승하는데 말들 자체의 기본기가 워낙 탄탄했던 덕분이라 생각해요. 운이긴 하지만 성적이 잘 나오니까 그만큼 믿어주시는 것도 있고요.”
수 년 간의 호흡으로 이제 김호 조교사와 함완식 기수는 일방적인 작전 지시를 주고 받기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물어가며 앞으로의 전개를 계획해가는 편이라고. 성적이 잘 나오든, 나오지 않든 함완식 기수는 자신이 기승하며 느낀 말의 장단점과 최선의 전개 방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김호 조교사 역시 함 기수의 그러한 의견을 믿는다.
김호 조교사 뿐만 아니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준 이신영 조교사, 힘든 시절 많은 도움을 주었던 김문갑 조교사, 늘 조언을 아끼지 않는 강균성 마주 등 함완식 기수에게 소중한 인연은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이를 묻는 질문에 故 임대규 기수의 이름이 고민 없이 튀어나왔다.
“효섭 선배의 레이스 운영이나 태종 선배의 자기 관리, 귀배 선배의 묵묵함…. 사실 선배 기수들은 어느 한 명 빼놓지 않고 제게 많은 영향을 주고 계세요. 그래도 제가 임대규 선배를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큼 선배가 주셨던 애정이 대단했기 때문이에요. 당시에는 지나칠 정도로 후배들에게 신경을 써주시고 조언해주시기에 왜 저렇게까지 하실까 싶었는데, 제가 이제 그 위치에 오르고 보니 아주 조금은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더라고요.”
생전 임대규 기수는 후배들에게 언제나 안전에 대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안전에 대해 그토록 심각하게 생각했던 임대규 기수가 경주 중 사고로 떠나게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이 사건은 함완식 기수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자극케 했다. 예전의 임대규 기수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는 함완식 기수가 매번 후배들에게 안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개나 기승술과 같은 것은 기수의 센스와 순간 판단력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선배로서 조언해 줄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지만, 사고가 발생할 뻔 했던 모습이 보이면 단호하게 지적을 해주는 편이라고.
“이곳에서의 안전은 내가 내 몸을 지킨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에요. 내가 동료를 지켜줄 때 내 안전이 보장되는 거라 생각해요. 그동안의 사고들이 말해주는 것처럼 말이에요.”
유쾌한 경주로의 신사, 힘완식
인복도 따를 사람에게 따른다. 함완식 기수를 만나보면 유쾌한 말솜씨와 사려깊은 행동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자꾸만 같이 있고 싶어지는 이에게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맺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함완식 기수의 신조는 ‘주어진 오늘을 최대한 즐기고 최선을 다하자’이다. 스마일 쟈키 함완식 기수와 딱 맞는 신조다.
“하루살이 같지만 그게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뒤를 돌아봤을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어요. 같은 일이라도 기왕이면 웃으면서 좋게 보내는 게 좋잖아요?”
기수들이 숙명적으로 갖는 부담감과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누구보다 잘 아는 함완식 기수다. 자신 또한 인기마로 성적을 내지 못한 적이 헤아릴 수 없고, 경주 중 실수로 미숙한 전개를 펼친 적 또한 많았다. 기수들이 가장 심한 자괴감을 느끼며 위축되는 순간이다. 함완식 기수는 자신에게는 물론 그러한 모습이 보이는 후배들에게 늘 “경주를 모두 끝내기 전까지는 당당해야 한다. 반성은 모든 것이 끝난 후 해도 늦지 않다.” 고 말한다. 기수들은 전투를 하러 나가는 사람이다. 헌데 그 기세가 꺾여버리면 그저 조심만 하다가 끝내버리게 된다. 그러면 그것이 그대로 슬럼프로 이어져버리는 것이다.
“물론 당당해지려면 자기 자신도 갖고 있는 것이 많아야 합니다.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으면서 무작정 자신감만 갖고 덤비면 그건 오만이겠죠.”
함완식 기수가 아직까지도 치열하게 자기 관리를 해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한창인 기수들보다 체력적으로 밀리지만 않는다면 상황은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함완식 기수는 믿는다. 그리고 자신감을 잃고 지쳐있을 동료와 후배 기수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지금 내 위치가 어디까지 떨어졌는지 계속해서 확인하려 들지 않았으면 해요. 사람이 만든 제도 안에서 이루지 못할 것은 없어요.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봐요.”
팬과 가족이라는 지원군
꼬마기수 때부터 꿈꿔온 500승을 달성한 그에게 앞으로 남은 꿈은 무엇일까.
“오랜 시간 지켜봐준 팬들과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오래도록 호흡하며 지내고 싶어요.”
함완식 기수가 우승한 직후의 하마대 풍경을 보면 그가 꿈꾸는 생활은 어쩌면 지금도 진행 중인지 모르겠다. 그와 함께 시간을 걸어온 오래된 팬들이 “완식이가 역시 최고다!”를 외치고 있고, 이제 막 다섯 살과 여덟 살이 된 두 아들이 난간 사이로 얼굴을 빼꼼이 내밀고 “아빠!”라고 자랑스레 소리친다.
매주 일요일마다 경마장을 찾아 응원을 하는 가족들은 함완식 기수가 고단한 경주를 버티게 해주는 지원군이다. 8년간의 연애 시절동안 함완식 기수의 곁을 든든히 지켜온 아내는 지금도 여전히 함완식 기수의 가장 열렬한 팬이다. 사실 욕이 오가는 거친 환경 탓에 혹여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라도 생길까 싶어 경마장에 오는 것을 말렸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큰 아들이 4살 무렵, 보통의 아이라면 앉아서 탔을 유아용 목마를 일어서서 타는 것을 보았다. 왜 앉아서 타지 않느냐는 물음에 말은 원래 이렇게 타야하는 거라고 대답했다고. 요즘은 고글과 겨울용 장갑까지 가져다 끼고는 자신의 모습을 따라하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든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똑바로 걷기 위해 돌아본 지난 날
그에게 500승은 여유를 주었다. 나태한 여유가 아닌, 그동안 쫓기듯 달려온 자신의 인생을 이제 한숨 돌리며 뒤돌아볼 수 있게 하는 여유. 여태까지 그래온 것처럼 타박타박 걸어가며, 다가올 모든 일들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함완식 기수는 이야기했다. 자신의 확고한 신념과, 언제나 그의 편이 되어 줄 인생의 친구들이 있는 한 함완식 기수의 유쾌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본다.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