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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육성법 시행됐지만 추진체인 ‘경마산업’ 손발 묶여 난항
한국마사회로부터 협찬을 받을 순 있지만 협찬 사실을 고지하면 과태료 제재를 받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협찬고지 금지 규정를 위반한 KBS와 MBC, EBS, 매일방송 등 4개 방송사에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한국마사회 협찬을 받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협찬 사실을 고지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마사회는 사행산업 사업자기 때문에 방송법 74조와 방송법 시행령 60조에 따라 공익성 캠페인 이외에는 협찬고지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KBS는 ‘청진기 쌍둥이 자매의 승마도전기’와 ‘사랑의 가족 마음돌보기 장애인 재활승마를 아십니까’, ‘KBS 파노라마 플라톤의 노래 늙은 경주마의 기억’, ‘말에게 말을 걸다’ 등 4개의 프로그램을 마사회 협찬을 받아 제작하고 협찬을 받은 사실을 고지해 과태료 5400만원을 부과 받았다. MBC는 ‘바람의 말’ 1부와 2부, 2개 프로그램으로 2600만원, EBS는 ‘직업의 세계 일인자 경마 1000승의 신화 조교사 신우철’, ‘낭만 한국 제주가 들려주는 말의 기억을 찾아서’, ‘직업의 세계 일인자 말과 소통하는 장제사 신상경’ 등 3개 프로그램으로 2700만원, 매일방송은 ‘말 달리다(1부)’ 1개 프로그램으로 900만원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 받았다. 4개 방송사가 부과 받은 과태료는 모두 1억1600만원이다.
방통위는 “해당 방송사들은 마사회와 마사회 소속기관으로부터 제작비와 촬영장소 등을 지원 받고 이를 자막 등으로 내보내 방송법과 시행령 등의 규칙을 위반했다”면서 “11월 중 과태료 부과 및 납부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에 따르면 공익성 캠페인인 경우 마사회도 협찬을 하고 협찬한 사실을 고지도 할 수 있지만 일반 프로그램의 경우 협찬은 받을 수 있지만 고지를 해서는 안 된다. 복권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행산업도 협찬을 할 수 있지만 협찬 고지가 금지되고 다만 공익성 캠페인에서는 허용된다.
한편, 방통위가 4개 방송사에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말산업계에선 앞으로 말산업 홍보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말산업육성법이 시행되면서 말산업 육성을 위한 재원조달은 마사회가 적립하는 축산발전기금에 의존하고 있고, 말산업 육성을 위한 뚜렷한 홍보기관이 없기 때문에 한국마사회의 말산업 육성을 위한 ‘말산업 알리기’를 거의 홀로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방통위가 말산업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마사회로부터 협찬을 받은 방송사에 대해 협찬고지를 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말산업 관련 프로그램 제작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했다.
현행 방송법을 100% 준수하자면 마사회는 그야말로 돈만 대주고 이름을 알리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단일축종으로 세계 유일한 ‘말산업육성법’이 만들어졌지만, 말산업 육성의 추진체가 돼야할 경마가 사행산업이라는 굴레에 손발이 묶여 자칫 말산업육성법 자체가 허울뿐인 유명무실한 법으로 전락할 위기를 직면했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