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소재로 일관한 2000 국정감사>
―현안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뻔한 주제로 질타
―이미경 의원 경쟁성 상금 강화 필요 역설
―준비 미흡한 국회의원들 앞뒤 안맞는 질의로 시간 낭비, “눈총”

마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국정감사가 26일(목) 마사회 본관 회의실에서 문광위 소속 의원 19명과 시민단체가 참관한 채 약 6시간 동안 진행됐다.
올 해의 국정감사는 한 달 여 전부터 국정감사를 앞두고 언론의 집중 공세가 끊이지 않아 마사회 관계자를 바짝 긴장시켰으나 어찌된 일인지 질의와 질타를 퍼붓는 국회의원이 없어 예년에 비해 조용히 지나간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화두로 올랐던 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최근 감사원에서 지적한 사항이자 언론에서 집중 보도됐던 마사회의 구조조정 실태 및 과다 복리후생비 지급 내역과 익산에 건설 추진 중인 제2육성목장 건이 바로 그것으로 특히 익산목장 건설 전면 재검토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 대다수가 의견을 개진, 눈길을 끌었고 이에 맞대응 하는 듯 정동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경주경마장 건설 백지화를 적극 주장했다.
전체적으로 현안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 없이 최근 언론 보도에 편중해 질의를 펼친 국회의원들은 대부분을 서면 답변으로 대신했고 특별한 사항없이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또한 참석한 의원 대다수는 중복되는 질의와 경마계 현안을 제대로 모르는 듯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을 해, 1인당 10분씩 할애된 질의시간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구조조정 성과 미흡>
―감사원 지적 사항 집중 거론
―과다 인건비 책정, 피복비, 보험료 비롯한 복리후생비 개선 노력 제안
이번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부각된 마사회의 구조조정 실태에 대한 각 의원들의 질의는 전체적인 조직 운영을 비롯해 피복비, 보험료, 복리후생비의 과다 지급 등 세부적인 사항에까지 이어져 최근 감사원 지적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은 기능직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하면서 단순 기능직의 아웃소싱과 계획을 질의하는 한편 정동채, 이미경 의원은 향후 구조조정 계획에 대해 거론했다.
이에 대해 서생현 마사회장은 단순 기능직에게 일반직과 동일한 등급 및 호봉체계를 유지함으로써 고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히면서 앞으로 아웃소싱 또는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배치전환교육을 통해 불합리한 인력운영을 개선하겠으며 향후 연봉제, 능력급제 등을 도입해 내년 2월까지 조직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암보험 등 개인보험을 기관에서 지급한 부당성을 강조하고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예산을 직원들의 피복비로 충당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내로 시정조치할 것임을 약속했다.

<익산 육성목장 건설 재검토 지적에 경주경마장 중복투자 이의 제기>
―민주·한나라당간 엇갈린 질의 오가
강신성일 의원을 비롯해 무려 8명의 의원이 지적한 익산 목장 건설 건은 일부 민주당 의원(이미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한나라당 의원쪽에서 건설 백지화를 거론했다.
특히 첫 질의를 시작한 고흥길 의원은 후보지 선정에서부터 의혹이 있었다며 경남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박종웅 의원은 목장 예정 부지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면 이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문화재 발굴로 학계의 반대에 부딪힌 경주경마장 건설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한나라당 간 지역 정서를 고려한 반대 입장이 오갔다.
민주당 심재권 의원은 부산경남권 경마장과 경주경마장 동시 건설 추진은 과잉 중복 투자 가능성 및 마사회 재원 고갈이 클 것으로 우려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반면, 김일윤 의원(한나라당, 경주시)은 이미 정부의 건설 승인이 완료됐고 투입된 자본만도 2백억원 이상이므로 조속한 시일내에 착공 계획이 있는지 질의했다.

<마주실 환급률 평균치 상회>
일반 관람석에 비해 마주전용실의 환급률이 많게는 160%까지 치솟는 이유와 또 어떨 때는 40% 이하로 떨어지는 등 평균치가 들쑥날쑥한 이유를 묻는 의원도 다수.
그 중 정동채 의원은 마주실의 환급률이 일반 관람석에 비해 높은 것은 마주들이 신분을 이용해 고급 경마정보를 독점, 과다한 베팅에 몰입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마주들이 직접 경주마를 소유하고 관리에 신경씀에 따라 일반인에 비해 경마 상식이 풍부하고 또 위탁관리계약을 맺은 조교사와의 면담권이 있어 일반 경마팬에 비해서는 경주마에 대한 파악이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마주전용실을 마주의 건전한 사교의 장으로 조성키 위해 마권구매상한선(한 개 경주당 10만원)제를 철저히 준수하고 일반인 동반자의 마주실 월2회 초과 출입 금지, 마주전용실내 휴대폰 사용 금지, 마주동반자와 조교사와의 접촉 차단 등을 위한 조교사면담실 설치 운영 등의 조치를 취하는 한편, 보안 활동을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마권세 인하해 환급률 인상, 경쟁성 상금 강화 역설 등>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교육세 인상이 경마계에 미칠 파장을 역설하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교육세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마권세를 인하해 환급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 설득력을 얻었다.
민주당 이미경 의원도 역시 환급률 인상이 마사회의 가장 주된 과제라며 마사회 수익금 절감과 세금 인하로 선진국 수준에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경 의원은 또한 경주마 ‘희망산맥’을 예로 들며 통산 25회 경주출전 하는 동안 단 한차례도 순위상금을 지급받지 못했는데 출전료로만 1천5백여만원을 챙겼고 ‘촉매’ 역시 28전 동안 순위권 진입조차 못했는데 1천8백만원의 출전료가 지급, 경쟁성에 비해 비경쟁성 상금이 지나치게 높아 경주질을 저하시킨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신기남 의원은 건전 경마 정착과 경마피해 예방을 위해 마권발매 상한제도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 눈길을 끌었다. 최근 사회 각계 각층에서 온갖 규제의 철폐를 단행하고 있는 마당에 마주실 통제, 마권상한선 규제 등을 제시하며 경마계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규제로 일관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문광위원장인 최재승 의원은 현재 등록된 마명이 지나치게 직선적이라 사행성을 조장하는 측면이 크다고 지적,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알맹이는 없고 껍질만 있었던 국감장>
새천년 첫 국정감사라는 부담과 함께 언론의 질타가 끊임없이 터져 나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예년에 비해 훨씬 어수선했던 경마계는 그러나 국회의원들의 준비와 이해가 부족해 산적한 현안에 대한 지적은 피해갈 수 있었다는 평가다.
국감을 지켜본 관계자와 시민단체는 의원들의 성의없는 국감 태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고 특히 일부 의원들의 시대착오적인 발언과 경마계의 특수성을 무시하는 지적은 국감의 긴장된 분위기를 반감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정책 입안자의 입장에서 그 누구보다 경마에 대한 절대 이해가 필요한 의원들이었지만 여타 정부 관계자의 시선에서 크게 비켜나가지 않은, 경마를 일종의 사행오락으로 치부해 버리는 인상을 짙게 풍겨 앞으로도 경마에 대한 정부의 배려는 일체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반영했다.
경마제도개혁안 수립, 경마발전위원회 발족 등 경마 시행 틀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이같은 정책 입안자들의 안이한 태도로 인해 퇴색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괜한 것은 아니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