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관련 각종 규제 철폐해야 한다Ⅲ-경마산업에 대한 편견을 떨쳐내자

―경마방송 관련 방송위 잇단 철퇴, “왜들 이러나”
―인터넷 베팅제 시행 지지부진
―성장률 비해 경마상금 인상분은 턱없이 부족

경마와 관련된 각종 규제와 불합리한 제도는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이같은 제도적 모순의 본질은 아마도 정부를 비롯한 사회 전반의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레저스포츠를 가장한 도박, 경마부정과 이에 따른 사건 사고들, 한탕주의를 부추기는 경마시행체와 과도한 베팅으로 가산을 탕진하는 경마팬… 이런 것들은 자주 신문과 방송 등 언론에 보도되며 경마의 본질처럼 왜곡돼 왔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산업의 발전을 유도해야 할 정부 및 입법 관계자들 역시 이런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으며 규제 일변도의 소극적인 정책으로 경마 죽이기를 방조해왔다.
이번 호에서는 경마산업에 대한 편견과 이에 따른 피해 상황 등을 살펴 본다.

<의욕적으로 시작된 경마생중계, 그러나…>
―방송위 “사행성 조장” 이유로 극단의 조치, 경마계 위축
―단순 도박이라는 시각은 곤란, 투자의 개념으로 이해하자
지난 2월부터 케이블 방송을 이용한 경마생중계가 시작됐다.
경마생중계는 안방에서도 경마를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로 경마를 알릴 수 있는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됐었다.
효과적인 제도 시행을 위해 마사회는 전화투표를 위한 회선을 증설했으며 인터넷 동영상 제공 시스템도 갖춰 본격적인 경쟁력 기르기에 나섰다.
전 경주를 생중계하고 있는 케이블 채널도 당초 출전마 및 기수 소개와 덧붙여 예상 프로그램을 별도로 편성, 경마팬의 욕구를 충족시킬 의욕을 보였었다.
하지만 경마생중계가 시작된 후 각 시민단체들은 경마방송이 사행성 조장을 부추기고 있다며 거센 반발을 시작했고 마침내 방송위에서는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공청회와 시민단체의 의견 수렴 작업을 마친 방송위는 문제의 프로그램 및 관련자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렸으며 차후에도 경주 예상에 관한 내용이 언급된다면 중징계가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방송위는 다른 경마방송(YTN, SBS Sports 등)도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파장이 커지지 않도록 철저히 규제할 방침이라고 재차 입장을 밝혔다.
경마방송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부정적이며 여기에 방송위의 철퇴가 수문장 노릇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경마생중계가 사행심을 조장한다고 일방적인 여론 몰이를 당해야 하는 걸까?
수많은 경마 관계자들은 경마도 일종의 투자의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즉, 증권이나 부동산처럼 유사한 투자 분야는 다양한 채널로 실시간 중계, 혹은 유망 종목에 관한 소개 등이 이뤄지고 있는데, 경마산업은 왜 사행성 산업으로 규제돼야 하는 것인지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 경마시행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케이블 채널 또는 공중파 방송을 통한 경마생중계가 이뤄져왔다. 오히려 경마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전국 곳곳에 자동 마권 발매기를 설치, 팬들의 편의를 최대한 돕고 있으며 외국 경마방송도 실시간 중계해 크로스베팅까지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국내 현실은 어떤가? 언제까지 ‘우물안 개구리’식 사고에 매몰돼 있을 것인지 안타까운 노릇이다.
이제 시작단계에 있는 경마생중계는 경마 전국화 지방화, 그리고 국민적 레저문화 형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활성화돼야 할 필요가 있다.

<매출 성장률은 30%, 상금 인상률은 5% “불합리하다”>
―상금 적어 마필 생산 투자율도 저조, 경주질은 바닥
―경마종사자에게는 동기 부여를, 경마팬에게는 최상의 서비스를
금년 1/4분기 결산 결과, 경마의 성장률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저런 불만과 제도적 모순 속에서도 경마팬은 지속적으로 유입됐고 매출액 또한 꾸준히 늘어준 것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일 평균 매출액 6백억원 시대 개막과 함께 연간 매출액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성장세에 비해 매년 경마상금의 인상률은 형편없는 실정이다.
올 해 총 상금 규모도 전년 대비 3.3% 인상에 그쳐 이제 겨우 IMF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뿐, 경마 발전을 위한 공격적인 경영이 어렵게 됐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경마산업에 있어 상금은 전체적인 발전 정도를 가늠하는 척도이자, 향후 발전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는 기초적인 메커니즘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상금에서 출발하는 것이므로 상금이 일정 수준에 달해야 경주 질 향상도, 경마팬 권익 보호도, 또 경마 종사자의 동기 부여도 가능한 것이다.
전체적인 상금 규모가 적은 가운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해부터 상금제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필에 투자하는 비율을 높이고 경쟁성을 강화하는 등 경마의 본질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높이 평가할만하지만 적어도 매출액 대비 2% 수준까지는 상금 수준을 끌어 올려야 할 것이다.
“높은 세금 공제율 속에서 상금 규모만 키우기는 어렵다”는 마사회 관계자의 지적처럼 상금과 세금체계는 맞물려 개선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혼잡한 발매 창구와 불친절한 종사원, “경마팬은 짜증난다”>
―고액 구매자 위한 전용 창구와 환급 전용 창구 만들자
마감 3분전, 경마장 풍경은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창구마다 줄줄이 늘어선 경마팬들로 통행조차 어렵고, 마권 구매자는 그 나름대로 마감 시간이 임박할수록 초조해 진다.
“굳이 마감 3분전에야 창구로 몰려 들 것이 아니라 미리미리 마권을 구매하면 되지 않느냐”는 한 마사회 직원의 말처럼 그렇게만 된다면 이렇게 혼잡하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경주 분석하기에도 30분은 빡빡한데 배당률까지 신경 쓰자면 마감 3분전에 마권 사는 것도 어렵다는 것이 한 경마팬의 이유있는 항변이다.
발매 창구를 무한대로 늘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시설과 공간으로는 더 이상의 창구 개설이 어렵다.
발매 창구를 늘릴 수 없다면 지금처럼 아무나 아무 창구에서 마권을 구매하는 방식보다는 일정 상한선을 정해 놓고 고액과 소액을 분리해 마권을 발매하는 방법이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환급만을 전용으로 하는 창구를 별도로 개설하면 마권 발매와 환급이 보다 효과적으로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경마 종사자의 친절 교육도 앞으로는 강화돼야 할 것이다.
매번 마사회장이 새로 취임할 때마다 경마팬 서비스 확충안을 내놓느라고 분주하지만 정작 경마종사자, 마권발매원들의 불친절한 태도는 개선될 기미가 없다며 경마팬들은 볼멘 소리다.
경마팬에게 가장 먼저 피부로 와 닿는 것은 안내하고 마권 발매하는 종사자들의 태도다. 아무리 화장실 환경을 개선하고 정문에서 인사하는 등의 일회성 행사를 개최한다 해도 일선 종사원의 얼굴 표정, 친절한 한 마디가 경마팬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다.
또한 경마장내 음식점의 청결 상태와 가격, 질의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 만의 일이 아니지만 변변한 점심 한끼 먹기 힘들다는 경마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친절하고 깨끗한 경마환경 만들기는 결국 종사자와 팬들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경주마 자원 늘려라>
―전체적인 경주마 수준 정체 상태
―경주수 비해 자원 부족, 수준 미달 경주 편성 속출
매주 목요일마다 있는 출마투표에서 종종 경주가 깨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경주가 깨진다는 것은 당초 경마시행계획에 맞춰 조건 경주를 시행하기 위해 출마투표를 받는 과정에서 출전 신청마가 6두 이하를 기록해 경주 시행이 무산되는 것을 말한다. 원칙대로 한다면 깨진 경주는 미시행 해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보전 경주에 대한 대책이 뚜렷하게 없는 지라 마사회는 출전 희망두수가 많은 경주를 두 개로 분할해 깨진 경주를 메우고 있다. 즉, 15두가 출전 신청한 경주는 7두, 8두로 나눠 같은 조건의 경주를 두 번 시행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적인 경주 박진감도 상당 부분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왜 경주 미편성 사태가 발생하는 것일까?
당연히 경주마 자원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이밖에 경주마 운용 체계와 경마시행계획이 제대로 맞물리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현재 국내 경마 환경에서 이런 저런 서비스 확충 정책이나 여타 제도 시행 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경주질 향상이다.
경주질이 우선 보장돼야 다른 제반 여건이나 제도적인 면에서의 발전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올 해부터는 상금에 반영되는 국산마 가격이 상당 부분 상향됐고 내년부터는 외국산마 도입가도 지금의 두배 가까이 인상된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권 종류 다양화해 경마 묘미 살리자>
―쌍승식 확대 비롯해 경주마 자원도 대폭 늘려야
―기타소득세가 승식 다양화의 최대 걸림돌, 세제 개편 서둘러라
지난해 처음 도입된 쌍승식(1위와 2위마 순서대로 적중하는 방식)이 올 해부터는 전 경주로 확대된다는 소문이 경마팬들 사이에서 돌고 있다.
실제로 확대될지 여부는 마사회와 관련 정부부처인 농림부 소관이겠지만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일단 세금 관련 체계가 정비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이다.
쌍승식 시행에 따른 고배당 속출로 시간이 갈수록 기타소득세(1백배를 초과한 적중 마권에 20% 부과, 주민세 10%는 별도)가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마사회로선 섣불리 쌍승식 적용을 전경주로 확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짐작된다.
출전마 중 두 마리만 찾아내면 되는 복승식 개념에 우리 경마팬은 너무 익숙해져 있다. 우승 유력마가 2위에 그쳐도 경마팬은 질타를 보내지 않는다. 또 기수나 조교사 역시 일단 입상권에 든 것만으로 안도의 숨을 내쉰다. 경마는 본래 우승 열패가 원칙이다.
여느 스포츠가 다 그러하듯이 1등만이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데, 유독 경쟁성이 강한 경마만큼은 오히려 2등에 대한 대접이 후하다.
그만큼 복승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며 그 폐단은 생각보다 심각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꼭 쌍승식만 고집할 게 아니라 와이드 승식이나 3복승식, 복단승식 같은 다양한 승식을 개발해 시행한다면 경마만의 묘미를 살리면서 팬들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그동안 3회에 걸쳐 경마산업과 관련한 각종 규제와 제도적으로 불합리한 요소에 대해 살펴 보았다.
어느 분야든지 규제를 통한 인위적인 성장·억제책 보다는 자유 경쟁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우리 경마도 이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
성인 레저 공간으로써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던 때는 지났다. 수천, 수만에 이르는 경마팬이 오늘도 경륜장, 카지노장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획기적인 서비스 정책을 제시하면서 경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소는 과감히 철폐해야 할 것이다.
모든 관련 단체, 정부, 마사회, 그리고 경마팬이 나서야 한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