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여를 끌고 있는 경주경마장 건설 문제가 문화재 훼손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며 전면 재검토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경마장 부지인 손곡동 일대 35만평을 대상으로 문화재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는 문화재 발굴조사단(경주 문화재 연구소)은 현재 조사 대상 3곳 가운데  2곳만 완료된 상태며 나머지 한곳에 대한 작업이 끝나는대로 내달중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J일보와의 인터뷰(5월 24일자)에서 “선조들에게 부끄러운 후손이 돼서는 안된다”고 기본입장을 밝힌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유물이 나오고 있는 지역을 훼손시킬 수는 없으며 문화재 위원회가 지금까지의 발굴 성과를 토대로 7월중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여 경주경마장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경마장 건설을 위해 이미 투입된 예산에 대해서도 박장관은 “경주경마장 건설을 위해 마사회가 1백억∼2백억원 가량 투자했지만 그건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밝혀 이같은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입장이 전해지자 이원식 경주시장은 지난달 31일(수)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 엄청난 예산과 시간을 들이면서 기다려온 경주경마장이 정부의 약속 불이행으로 무산될 경우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마장 조기건설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시장은 또한 “지표조사, 시굴조사 등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 발굴을 시작할 때는 개발에 목적이 있으므로 경마장 건설만이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앞서 이시장은 지난달 29일(월)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과 권정달 민주당 경북 도지부장, 박지원 문광부 장관 등을 찾아가 이같은 지역 분위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장은 지난 4월, 시민단체가 경마장 건설 촉구를 위한 대규모 시위를 계획했을 때 정부 발표가 있을 5월말까지 유보해 달라며 시위를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시원한 답변이 없자 이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경주경마장 건설 사수대(공동의장/최용환)는 박장관에게 경마장 건설촉구 서한문 발송에 이어 6월초부터 10만명 서명운동, 경주박물관 점거, 경주 톨게이트 차단, 상가철시, 버스·택시 운행중단 등 대규모 시위계획을 세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