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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승마장 개발 목표
“조합원들이 대안산업으로 말 키울 수 있도록 기초 다지겠다”
‘말산업은 미래다’, 말산업은 우리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전국민이 즐길 수 있는 대안 축종으로 떠올랐다. 현재 쌀 소비량은 1년 기준 1인당 62kg, 우유소비량은 72kg로 우리 농촌이 정체기를 보이고 있는 추세에서 말산업은 전국 10만명의 축산농가에게도, 농협에게도 새로운 대안 산업으로 다가왔다.
농협은 지난 2014년 9월 ‘말산업 육성을 통한 미래 6차산업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비전 아래 협동조합 중심의 농촌 승마산업 기반 구축, 농협 중심의 말고기 생산·유통기반 및 소비시장 조성 등을 내세운 농협말산업발전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기관별 역할에 차별화를 두고 농협중앙회는 농협 말산업 거점 허브 조성에 힘쓰고 지역 축협에 농어촌 승마시설을 두어 생산과 공급, 컨설팅, 조력 위탁, 판매 등 전 과정에 거쳐 협동조합 중심의 농촌승마산업을 완성한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또한, 소고기 및 돼지고기 등으로 이미 자리잡은 농협 유통망과 외식업 라인에 말고기를 포함시켜 안정적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말 전용 사료 개발 등 사양관리 매뉴얼 정립을 통해 상품 표준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육 브랜드 사업단’을 꾸려 국민들에게 말고기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펼쳤다.
전국에 축협만 139개가 있다는 농협. 큰 영향력을 가진 농협의 말산업 정책은 그 여파는 나비효과처럼 전국 10만명의 축산조합원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해 새로운 말산업 정책이 나오기 전, 구체적 계획을 듣기 위해 서울 서대문에 있는 농협중앙회 건물에서 남인식 상무를 만났다.
인터뷰한 농협중앙회 축산전략본부장인 남인식 상무는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안성팜랜드가 농업·축산업 기반의 테마파크로 새로운 변신을 도모하기 전 목장장으로 취임해 그 기틀을 닦았던 인물이다. 안성팜랜드는 60년대 우리나라에 축산을 정착시키기 위해 운영해온 시범형 목장으로, 몇년 후 그 역할이 농협에 이관되며 축종개량, 각 축산농가에 사료급이 등의 가이드라인 배포 등 축산의 기틀을 바로세우는 장소가 되었다. 2010년 즈음에는 유기축산의 대두와 함께 ‘국민과 함께하는 축산’의 필요성으로 농업·축산업 기반의 테마파크로 탈바꿈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으며 남인식 상무는 그 안성팜랜드의 테마파크화를 2년 반간 추진해온 인물이다. 남인식 상무는 2년 반 동안 안성팜랜드에 축산농가에 대안축종으로 떠오른 말을 구매하고 자리잡도록 노력하면서 말산업의 명암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처음 말을 구입하면서 좋지 않은 말을 구매할 뻔한 위험한 순간을 겪기도 했으며 제멋대로의 교관과 마찰도 있었다.
하지만 남인식 상무가 겪은 이러한 경험들을 말산업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남 상무는 말 매매 규격화뿐만 아니라 승마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한국형승용마’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했으며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 축산농가가 적합한 품종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또한, 농협조합원을 위한 말산업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라 말했다. 농협은 조합부문에서의 체험목장 말 관광, 안성팜랜드에서의 승마체험프로그램 및 외승코스를 개발할 예정이며 검증된 말고기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비육마 생산에 힘쓰고 있다. 2013년 출범한 농협의 말고기 브랜드 ‘웰미트’는 부위별 말고기뿐만 아니라 레토르트 식품으로도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형유통업체 이마트에서도 판매해 전국 유통망에서도 말고기를 선보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농협이 말산업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묻자 남인식 상무는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덜어드리기 위해”라고 즉답했다. “최근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참가하면서 1년 기준 1인당 육류소비량은 45kg까지 올라갔으나 축산농가에 대한 이미지 자체는 청년들에게 ‘3D산업’으로 인식되며 젊은이들의 유입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 기존의 축산농가들이 나이가 들면서 소를 못하게 되면서 목장부지를 팔려고 할 때, 법에 ‘사업용부지’로 포함되어 세금으로 최대 절반까지 뗄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현재 축협조합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다른 축산은 많은 두수가 필요하지만 말은 2마리만 키우면 된다. 이러한 축산농가를 위해 말산업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안성팜랜드’라는 사업을 농협이 시작하게 되었다”
경기도 안성시 소재의 안성팜랜드는 1964년, 젖소의 한국 정착을 위해 독일의 기술자들과 함께 시범적 산업으로 ‘한독목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39만평의 부지에서 사업을 시작해 우리나라의 낙농기반을 닦고 기타 축종도 사양관리를 정립해 농가에 전파해왔다. 특히, 홀스타인의 경우 처음 독일에서 시범적으로 한독목장에 들어올 때에는 860두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전국 40만두까지 늘어났다.
2005년 즈음, ‘유기축산’이 대두되고 안성에도 아파트 2만세대가 들어오면서 농협은 새로운 발전모델을 세워야 하는 갈림길에 놓였다. 이에 기존 시범 운영 목장에서 ‘국민들과 공감하는 축산’을 위한 테마파크형 목장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시행 후 몇 년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며 현재는 연 3만명이 방문하고 있는 성공적 모델로 자리잡았지만, 테마파크로 바꾸기 위한 임무를 갖고 안성팜랜드 목장장으로 근무했던 남인식 상무는 시행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안성팜랜드를 농업·축산업 기반의 테마파크로 바꾸면서 말을 들여오기 위해 목장부지 내 우사를 마사로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을 했다. 이 작업에서 초지훼손분담금, 스프링클러 설치와 내화페인트 칠 등이 요구되었다. 말 이용업에 따른 체육시설법으로 초지훼손분담금을 내야하며 다중이용시설에 따른 화재방지기기 설치 내용이었다. 당시 초지는 3000평이었으므로 실제 물게된다면 어마어마한 과징금을 내야할 위기에 처했다.”
“최근 육우농가 등 가축을 기르는 조합원을 보면, 아까 말했듯이 축산업을 그만두고 목장을 팔기 위해서는 고스란히 세금으로 떼여야 해서 그만 두지도 못하고 계속 해나가기엔 여력이 안되는 상황이다. 이 때 ‘말’이 경제적 축종으로 등장했고 농협이 시범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출발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안성팜랜드에서 목장장으로 일하면서 우사시설을 제거하고 승마시설을 만드는 작업을 2년 반 간 해왔다.”
▲안성팜랜드에서 열린 ‘봄맞이 냉이축제’. 안성팜랜드는 39만평의 넓은 부지, 농업·축산업 기반의 테마파크, 계절별 다양한 이벤트 개최 등의 매력으로 가족단위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첫 말 구매, 일정 가이드라인 잡혀있지 않아 위험한 순간 겪기도
현재 많은 축종들은 축사법에 따라 가축 매매에 있어 협동시장법에 의한 조합시설에서만 거래할 수 있다. 하지만 말 거래법의 부재로 현재 승마장은 매매에 대한 규격화가 되어있지 않다. 아직까지 말은 자신의 직관을 믿고 사야하는 위험성이 존재하는데, 남인식 상무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성팜랜드에 말을 들여오면서 구매처가 마땅치 않아 적잖이 당황했다. 구매처를 찾다 결국에는 날짜를 정한 후 공고에 모집한 말 유통업자가 안성팜랜드에서 선보인 후 구매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공고일 전날, 아는 교관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는 전화가 왔다. 공고일에만 상태가 좋으면 어쩌냐는 내용이었다. 아차, 싶었다. 그래서 서류를 작성해 1주일간 지켜본 후 이상이 있을 경우 돌려보낸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또한, 승마장의 권한을 교관이 컨트롤 한다는 점이 목장장으로서 힘들었다. 오랜시간 축산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사료급이를 교관이 전부 관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느 정도의 재량은 필요하나, 지나친 권한으로 사양표준과 거리가 먼 마구잡이식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한 교관은 안성팜랜드를 그만두면서 기존 고객들을 다 데리고 가버리기도 했다.”
◇다양한 축종개량에 성공한 농협, 말도 자신있다
농협은 안성팜랜드를 만들면서 방문객들에게 승마체험과 함께 축산농가들이 보다 쉽게 말산업에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승마가 국민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는 노력을 해오며 어떠한 ‘말 품종’이 승마 스포츠에, 유소년 승마에, 농어촌형 승마에 적합한지를 정할 필요가 있었다.
품종에 대한 문제는 말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젖소는 홀스타인이 거의 유일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젖소는 200여개 품종이 있다. 이는 한독목장에 있던 독일인 기술자들이 “한국에는 홀스타인이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홀스타인을 들여오면서 시작된 일이다. 홀스타인 종모우를 들여와 체계적 종자를 보급했다. 한우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당시 개량되지 않은 한우는 최대 300~400kg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반면, ‘샤로레’라는 품종은 1ton까지 자랄 수 있어 경쟁력이 굉장히 낮다는 평가를 얻었다. 경쟁하기 어려운 품종이었음에도 거듭된 순종개량으로 거세소 기준 700~800kg까지 증체량을 올리는 데 성공했으며, 한우만의 고유의 맛으로 수입고기와 차별화에 나섰다.
“‘한국형승용마’란 무엇인가. 축산법에 의해 개량목표가 정해진 경주마와 달리, 승용마는 정해진 기준이 없다. 우리나라 ‘한라마’는 기승하기에 적당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한라마는 어디까지가 한라마인가. 한라마는 제주마와 서러브레드의 교잡마이다. 제주마와 서러브레드의 교잡을 지속해오면서 1대 교잡마, 2대, 3대 교잡마가 생기는데 어떤 교잡마를 한라마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한라마가 지구력, 질병에서의 강함 등 좋은 것은 확실하나 한라마만의 고유품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준이 확실하게 잡혀야 한다. 예를 들어 ‘한라마란 제주마 33.7%, 서러브레드 66.3%의 교잡종이다’라고 확실히 못박아놔야 한다. 농협은 그동안 축종개량을 지속해오며 그를 위한 기술력이 확립돼있다.”
▲2015년 9월, 안성팜랜드에서 열린 제2회 말고기 요리경연에서 ‘말고기 더덕양념구이’로 대상을 받은 전민경 씨와 김혜경 씨, 상장을 수여한 남인식 상무. 이날 축사에서 남인식 상무는 “우리나라 주식이던 쌀 소비가 줄고 축산물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그 변화에서 말고기는 미용식으로도, 건강식으로도 새로운 식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고기, 사양 및 품질관리 통해 소비자 인식 바꾸겠다
농협의 말고기 브랜드 ‘웰미트’는 2013년 출범했으며, 안성팜랜드 내에는 말고기 전문식당 ‘목원’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말고기를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최근에는 대형유통업체 이마트에서도 말고기를 판매하며 전국 유통망에서도 선보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비육마 생산에 힘쓰고 있다. 추운 지방에서 자라 고기에 지방이 많은 냉혈종(Cold-Blood Horse)들을 이용한 말고기가 최근 국내 유통부문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당증체량도 1kg로 늘리고 있다. 국내유통부문 말고기는 퇴역마를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품질 프로그램의 시행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안심시키고 있다. 현재 농협에서는 사양관리를 하고 있으며 목원에서는 등급 사전검증을 하고 있다.”
◇“조합원 위한 말산업 시도 지속해나가겠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남인식 상무에게 말산업에 대한 농협의 목표를 물었다. “농협은 축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승마장을 개발하고자 한다. 말산업의 기본은 좋은 말을 배출해 입상하여 가치를 높이고, 이로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게 아니겠나. 안성팜랜드는 농지전용의 넓은 부지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다른 품종에서 해왔던 것처럼, 축주들이 말을 키울 수 있도록 시범적 사업을 해나갈 것이다. 농협조합원인 축산농가는 10만명이 되며 전국적으로는 139개의 축협조합이 존재한다. 이를 위해 농협은 앞으로 생활체육으로서의 승마를 저변에서 이끌어내고, 조합부문에서의 체험목장 말 관광, 내륙에서는 생활 체육으로서의 팜랜드에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외승코스를 만들어내겠다. 한라마 위주의 말 사양표준, 고급용 말보다는 일반적 생활승마용 말을 길러내도록 하겠다. 농협이 품질을 보증하는 국내산마를 승마장 간 매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작 성 자 : 황수인 nius103@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