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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코스로 각광
투어 완주 시 텀블러·셀카봉·외장배터리 등 기념품 증정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히든던전’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보통 플레이어의 레벨을 높이기 위한 적, 몬스터가 모여있는 소굴을 던전이라고 하는데, 간혹 이벤트 성으로 혹은 특정 장소에 따라 숨겨진 던전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미션을 해결하게 되면 일반 장소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특수한 능력치나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일반적이지 않기에 더욱 특별한 히든 던전. 그것이 렛츠런파크 서울에도 있다면?
렛츠런파크로 이름이 바뀌며 많이 희석되긴 했으나 아직도 타자들에게 이곳은 베팅하는 곳, 경마하는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이곳을 찾아본 사람들이라면 경마 외에도 곳곳에 숨겨진 명소들에 매혹되어 하루를 금방 다 써버리곤 한다. 관악산이 경주로를 품고있는 형세이기에 이미 등산객 사이에서는 알짜배기 코스로 소문이 나있는데다, 사진가들 사이에서도 이색적인 풍경을 담을 수 있는 소위 “핫플레이스”로 정평이 나있다.
이에 렛츠런파크 서울은 이러한 명소들을 제대로 된 관광코스로 정비하고 나섰다. 목·마길이라 명명된 산책로는 렛츠런파크 서울 내 명소들을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 특히 가장 좋은 뷰포인트 여덟 곳을 선정해 참(站)이라는 공간을 조성했다.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은 “참”에는 잠시 앉아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끔 벤치가 조성돼있어 걸어가는 길이 아닌 쉬어가는 길의 의미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렛츠런파크 서울 측은 더 많은 사람들과 숨은 장소를 나누기 위해 “스템프투어”라는 방식을 도입했다. <렛츠런파크 서울 힐링 스템프투어>는 목·마길을 따라 걸으며 8참에 각각 설치된 스템프를 모두 찍어오면 상품을 주는 이벤트다. 최근 날이 풀리며 이 스템프 용지를 들고 렛츠런파크 서울을 누비는 관람객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과연 렛츠런파크 서울의 히든 던전은 어떤 모습일지, 직접 투어에 참여해 8개의 참을 살펴보고 왔다. 렛츠런파크에서 맛보기 힘든 새로운 즐거움에 빠질 준비가 됐다면 함께 힐링 투어를 떠나보도록 하자.
-출발에 앞서
스템프투어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도장을 찍을 일종의 목·마길 여권이 필요하다. 여권은 관람대 중앙안내소, 놀라운지 안내센터, 공원 정문의 마루 등에서 교부받을 수 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안내지도까지 받을 수 있으니, 렛츠런파크 서울을 처음 방문했다면 만일을 대비해 제공되는 지도들을 꼭 챙기도록 하자.
-1참(站): 느티나무참
공원 정문을 통해 들어오다보면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공원 내 유일한 사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경마팬들 사이에서는 만남의 장소로도 유명하다. 등 뒤로 관악산 조망이 가능하고, 주차 후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현재는 잎이 진 상태이지만 여름에는 우거진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이곳에 앉아있으면 경마장에 입장하거나 퇴장하는 사람들을 관망할 수 있다. 모두가 바쁘게 어딘가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는데 나 혼자 정지된 채 그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 2참(站): 소나무참
느티나무참을 마주한 상태에서 오른쪽 인도를 따라 걸으면 금방 발견할 수 있는 2참, 소나무참이다. 주차장에서 한국마사회 본관으로 향하는 길에 위치한 쉼터로 거의 땅에 눕다시피 굽어진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가 메인이다. 수십 년 세월의 무게를 견디는 과정에서 허리가 굽어지긴 했어도 절대 바닥에 닿아있지 않는다. 휘어진 소나무 뒤로는 가족을 상징하는 예술 조형물과 함께 본관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이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나무로 된 계단과 풍경, 다양한 조형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영화 속 한 장면을 떠올리게끔 한다. 확실히 다른 장소에 비해 커플들이 많았는데 가위바위보 계단 오르기, 기념사진 서로 찍어주기를 하며 자신들만의 추억을 쌓아나가고 있었다.
-3(站): 단풍나무참
소나무참에서 산을 향해 길을 건너면 홍단풍나무가 심어진 3참, 단풍나무참을 발견할 수 있다. 참고로 1참과 2, 3참의 간격이 매우 좁아 헷갈리기 쉬우니 주의하도록 하자. 실제로 2참을 그냥 지나치고 3참에서 도장을 찍은 바람에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번거로움을 겪어야만 했다.
단풍나무참은 본격적인 등산로의 입구가 되는 곳이다. 우거진 단풍나무 아래로 길게 벤치가 늘어져있고, 산으로 나무 계단이 오밀조밀하게 나있다. 가을의 어느 날, 커피 한잔과 함께 우수를 즐기기 적당한 곳이다. 다만, 3참 자체의 모습은 아름다우나, 3참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조망권은 그리 좋지는 못하다. 앞의 도로가 본관으로 향해 있어 차들이 자주 지나다니기 때문. 너무 길게 쉬지 말고 4참으로 이동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4참(站): 잣나무참
승마장을 옆으로 끼고 산책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보면 잣나무가 잔뜩 우거진 숲을 마주하게 된다. 잣나무참은 살짝 패인 골짜기를 지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 통나무 다리가 놓여있다. 네셔널트레저가 된 기분으로 새로운 지역을 발견해낸 희열을 느끼게 한다. 특히 아이들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승마장이 한눈에 보이는 뷰포인트에는 커다란 평상이 깔려있어 여름철 가족과 피서를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평상에 드러누우면 높게 솟은 잣나무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어 중경삼림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5참(站): 버드나무참
4참과 5참사이의 간격은 제법 멀다. 하지만 경관을 구경하는 재미에 길다는 것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특히 버드나무참으로 향하는 길부터는 울타리가 조성돼있는데 군데군데 말똥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외승훈련 시 이용되는 코스 중 하나로 간주된다. 바닥에는 바스라진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자작하게 깔려있고 길 양쪽으로 나무 군락이 늘어져있다. 새벽, 바닥에 이슬이 채 걷히지 않아 축축하고 안개가 옅게 껴있을 무렵 이곳을 지난다면 중세 유럽, 새벽산책을 나온 그 누군가가 된 느낌이 들 것만 같은 풍경이다. 실제로 이곳을 산책하며 많은 관람객과 마주쳤는데,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깔깔거리며 뛰어가기도 하고, 커플들은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으며, 혼자 온 사람들은 서로 말도 걸고 길을 물어보며 걸음을 더했다. 오직 질주만이 존재하는 경주로의 뒤로 머무르는 것과 둘러보는 것으로 점철된 목·마길이 있었다.
-6참(站): 벚나무참
산책코스가 끝나는 지점에는 승마훈련원을 만날 수 있다. 승마훈련원과 승용마사 사이의 길은 봄철이면 벚꽃이 우거져 여의도 축제에 필적할만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곳이다. 길 따라 길게 늘어선 벚꽃나무들은 아주 예전부터 렛츠런파크 서울의 숨은 명소로 입소문이 난 상태다. 스템프가 있는 벚나무참에는 나무로 된 테이블과 벤치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승마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봄의 어느 날, 이곳에 자리를 잡고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들으면 감수성의 끝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흩날리는 벚꽃 잎’ 사이로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는 말의 우아한 몸짓을 감상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7참(站): 월계수참
벚나무참이 끝나는 길 맞은편에는 두 개의 비석이 세워져있다. 7참으로 향하는 입구다. 1코너에서 2코너까지의 경주로를 따라 잔디 언덕이 조성돼있는데 그 위를 걸을 수 있게 길이 마련돼있다. 길 중반부쯤 잔디 언덕 한 가운데에 팝아트느낌의 조형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곳이 바로 월계수참이다. 조형물에는 경마를 즐기는 외국 여성들의 사진들이 전시돼있고, 그 앞으로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돼 있다. 이곳 역시 렛츠런파크의 명소 중 하나다. 잔디언덕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햇살을 즐기다보면 결승선을 통과한 말들이 질주해 달려오는 모습을 아주 가까서 지켜볼 수 있다. 단, 말들은 예민한 동물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간다거나 큰 소리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8참(站): 팥배나무참
7참에서 산책로를 따라 직원식당과 편의점을 지나 걷다보면 팥배나무참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우거진 팥배나무 덕에 여름철 더위를 피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역시나 쉬면서 뒤로는 경주로를 관람할 수 있는 장소로, 경주마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이니 얼마나 가운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바닥에는 트릭아트도 그려져 있어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추억 가득하게, 양손은 두둑하게
이로써 렛츠런파크 서울 8곳의 쉼을 마무리했다. 투어 총 길이는 1.4킬로미터다. 걷는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약간 짧게 느껴지고, 산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에게는 살짝 힘들다 싶을 찰나 끝나게 되는 거리다보니 동행하는 길이라면 아주 적절하다고 평가된다. 무리하게 경사진 곳도 없고,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코스라고 보인다.
모든 참을 방문했으니 마지막으로 기념품을 받을 차례다. 렛츠런파크 서울의 상징인 마동상 옆에는 무료 4D기승체험관이 설치돼있다. 이곳에 스템프를 모두 찍은 종이를 제출하면 소정의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기념품은 귀여운 말 그림이 새겨진 텀블러와 촬영버튼이 장착된 셀카봉, 휴대에 최적화된 외장배터리 중 원하는 것을 고르면 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날씨가 좋아지며 이용객이 급증하는 추세라고 한다. 하루 평균 100여 명의 관람객이 스템프 투어에 참여하고 있고 날씨가 좋은 일요일에는 그마저도 훌쩍 뜅넘는 수준이라고. 가족단위의 참여자가 특히 많고 커플이나 산책을 즐기려는 팬들도 많이 참가하고 있다. 볕이 좋은 1시 무렵이면 너도나도 목·마길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고 한다.
히든던전에서 얻은 능력치와 이벤트는 다른 어떤 던전에서 얻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특이성과 희소성을 지닌다. 역동하는 질주와 스릴 넘치는 베팅만을 생각하고 렛츠런파크 서울을 방문한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히든던전, 8참(站)은 몇 배의 힐링을 선사해주고 있다.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만나는 새로운 경험, 힐링 스템프 투어에서 특별한 능력치를 선물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
작 성 자 : 조지영 llspongell@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