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비상을 준비한다’… 신형철 기수  
해를 넘겨 찾아온 첫 승,‘선견지명’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첫 해를 보내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부터 80명의 기수들이 기억하는 첫 승을 살펴보도록 하자. 〈편집자 주〉

항상 조용한 분위기로 가을에 어울리는 남자, 신형철 기수가 경주로에 첫 선을 보인 것은 88년 중반기로 부푼 가슴을 안고 29조에서 기수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인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한주에 1∼2두 기승이 최대였기에 첫 승은 그저 가슴속에 피우는 꿈에 불과했다. 특히 첫 기승에서 2위 입상을 기록하며 금방 첫 승을 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역시 기수로의 첫 출발점은 쉽지 않았다.
결국 해를 넘기고 23전이 되어서야 첫 승을 기록하게 됐다. 소속조 마필인 ‘선견지명’이었다. 이미 5번의 기승을 하면서 순위권내 진입은 했었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마필이다. 해를 넘기고 6번째 기승한 것이 1월 15일 3경주였다.
출전두수도 7두에 불과했고, 경주 초반부터 질주습성대로 선입작전을 전개했고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처음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너무나 오랫동안 기다렸던 첫 승이기에 세상 모든 것이 나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좋았다고 한다. 이후로도 ‘선견지명’에 많은 기승을 하면서 하위군에서 3승을 더 올렸다.
최근 몇 년사이 신기수를 아는 경마팬들은 실망스런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3∼4년 상승세를 보이다가 부상으로 인해 병원신세를 지는 등 5년여에 걸쳐 슬럼프를 보이고 있다고 얘기하는 그는 기수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능력마의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한다.
성적이 좋아지면 주위에서 가능성 높은 말에 많이 기승기회를 주기 때문에 더욱 상승세가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신기수가 최고로 꼽는 말은 바로 ‘대견’이다. 94년 6월 첫 인연을 맺은 이후 19번 기승해 12승을 올렸다는 것 외에도 경주에서 자유자재로 레이스 운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은퇴하기 바로 전까지 노익장(?)을 과시했다는 것도 다른 마필이 흉내내지 못할 장점이다.  
새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신기수는 경마팬이 자신을 완전히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한다. 그리고 자신을 성원하는 경마팬에게 경마를 부정적으로 생각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한 마리를 타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임을 믿으라고 말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