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명마를 만들고 싶다, 김훈 기수  
‘폭풍’, 최고 인기를 지켜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신인으로 기수생활을 시작한 20기까지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데뷔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김훈 기수를 만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요즈음 96년 기수양성소 17기로 경주로에 데뷔한 김훈 기수는 49조(지용철 조교사)와 인연을 시작했다. 한동안 소속조를 옮기긴 했지만 6년여의 기수생활 대부분을 49조에서 했고, 앞으로도 그 인연은 계속될 것이다.
김은 49조와의 인연을 자신에게 있어 행운이라고 얘기한다. 넉넉한(?) 마필자원과 기수들 스스로가 말을 관리하고 대부분 훈련을 담당하기 때문에 자신이 기승해야할 마필에 대해 평소부터 알고 기승을 할 수 있다.
그가 첫 기승을 했던 마필은 ‘바이퍼’란 마필이었다. 높은 인기는 아니었지만 네 번째 정도로 인기를 모았고, 비교적 여유있게 2위를 기록하며 ‘김훈’이라는 이름을 경마팬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첫 데뷔전에서의 선전은 이후 첫 승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지만 행운의 여신은 쉽게 그를 맞아주지 않았다.
설레임의 7월이 그렇게 지났고, 8월에 들어서자 곧바로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현재는 조교사로 활약중인 김윤섭 선배가 기승하던 ‘폭풍’에 기승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당시 ‘폭풍’은 데뷔전 우승과 두 번째 경주에서 2위를 기록하는 빼어난 성적을 보였던 마필로, 우승경험이 없던 그가 기승했음에도 최고 인기를 보였다.
초반 선행경합과 막판까지 경합이 있었지만 목차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선입스타일이라 무난히 우승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추입을 시도했던 박윤규 선배가 기승할 마필에게 하마터면 덜미가 잡힐 뻔했다. 우승확정을 보고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으론 안도의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우승을 하고난 후 첫 승을 했다는 기쁨보다는 일류마(당시 능력이면 충분히 일류마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에 기승했다는 기쁨이 더욱 컸다. 그러나 앞날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빠른 승군을 보였던 ‘폭풍’은 경주중 골절상으로 인해 능력을 채 발휘하지도 못하고 퇴사하고 말았다.
한동안 김훈 기수는 부상의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1년 8개월여 동안 무려 4차례나 수술을 받아야하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완치가 된 상태다. 물론 왼쪽 팔이 아직 완전한 상태로 돌아오진 않았지만, 기승을 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마필은 바로 첫 데뷔전 마필인 ‘바이퍼’다. 데뷔전이란 점도 있지만 총 40여회의 기승을 했고, 준우승 기록만도 10회정도가 되는 거의 ‘전용마’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370kg대의 작은 체구로 1군무대까지 올랐던 ‘용운천’도 잊지 못할 마필이다.
김은 우승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손으로 말을 키워가길 원한다. 신마와 함께 정상까지 가고 싶은데, 지금까지는 부상으로 인해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것이다.
명마에는 명기수가 존재한다. 김훈 기수도 자신의 이름이 함께 할 수 있는 명마를 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도 명마에 어울리는 명기수로 거듭나고자 땀을 흘리며 준비를 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