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히팅 파워맨, 지하주 기수  
‘해피키’·‘골든플라워’, 화려한 데뷔 2연승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10전 내외 출전을 하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데뷔전부터 2연승을 차지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킨 지하주 기수를 만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데뷔한 지 만 6년이 지난 지금도 경주전개를 기억할 정도로 짜릿함을 느꼈던 데뷔전과 두 번째 기승.
신인기수들이 이제나저제나 첫 승에 목말라하는 것이 당연히 거치는 관문이라지만 지하주 기수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었다.
95년 7월 22일 첫 기승을 한 마필은 ‘해피키’. 신인으로 데뷔전이었지만 ‘해피키’는 직전경주 우승을 차지했던 마필로 인기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경주초반 방춘식 선배가 기승한 발빠른 ‘금산봉’이 앞에 나섰고, 이에 뒤질세라 바짝 붙어 선행경합을 펼쳤다. 결국 직선주로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데뷔 첫 승이란 감회를 느끼진 못했다. 잘 탔다기 보다는 끌려서 들어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첫 기승이라는 압박감과 긴장감으로 인해 아무 생각없이 기승했고, 그때 생각에도 레이스를 엉망으로 탔다는 생각뿐이었다.
두 번째 기승한 마필은 ‘골든플라워’. 이미 첫 승을 했던 터라 급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마음을 비우고 기승했다. 경주는 홍성호 선배가 기승했던 ‘용고’가 초반 빠른 출발을 보였지만, 경합에서 ‘골든플라워’가 우세를 차지하면서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데뷔전부터 2연승이었지만 첫 승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바로 말리듬에 맞춰 레이스를 전개했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기수는 99년 SBS배에서 ‘슬레잇런드레이크’에 기승, 관람대앞 외곽에서 추입을 선보이며 당대명마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경마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때문에 지금도 지하주 기수는 추입에 뛰어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경마팬이 많다.
하지만 지기수가 선호하는 마필은 선입마다. 초반 자리를 잡아야하는 어려움은 있지만 레이스를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고, 이겼을 때 쾌감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는 마필은 ‘햇빛마을’. 우여곡절 끝에 더비의 영광을 함께 했고, 아직도 레이스만 잘 만나면 장거리에서도 기대를 가질 마필이란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