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전노장, 임금만 기수  
‘초전필승’, 잊을 수 없는 애마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갓 첫 승에 도전하고 있는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그 어느 경주보다 기억이 남다를 것이다.
이번 호에는 20여년이란 세월을 경마장에서 보냈고, 뚝섬시절의 애환과 과천시대의 흐름을 몸소 겪어온 고참기수인 임금만 기수를 만나 그의 첫 승에 대해 들어보자. 〈편집자 주〉

내년 4월이면 임금만 기수가 첫 데뷔전을 치른지 정확히 20년이 된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임기수가 기수생활을 하면서 벌써 두 번이나 강산이 변한 것이다. 물론 경마장에도 무수한 변화가 있었다. 뚝섬에서 과천으로 이사를 왔고, 대폭적인 경마팬 확대가 있었다. 그리고 쉽게 바뀔 것 같지 않던 경마를 바라보는 어두운 인식들이 많이 개선되어 왔다.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임기수는 자신에게 첫 승을 안겨준 ‘초전필승’이란 마필을 잊을 수가 없다. 당시 열악한 마필자원에서 많은 일본산 경주마가 있었다. 지금은 서러브렛만이 경주를 할 수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게 엄격하게 따지질 않았다. ‘초전필승’또한 일본산 마필로 서러브렛이 아닌 앵글로아랍종이었다.
사실 당시 동기생들의 잇따른 사고로 인해 경주출전에 제한을 받았기 때문에 기승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첫승을 거두기까지 약 3개월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25전 안팎이었던 점을 생각한다면 그다지 오래 걸린 것은 아니었다.
물론 ‘초전필승’에 처음 기승한 것은 아니다. 당시는 강군제도가 있었는데, 이 마필은 그 경주에서 7위 밖으로 들어오면 강군이 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인기는 최하위권.
출발과 함께 부드럽게 선행을 나가면서 1000m를 버틴 것이다. 결국 3백배라는 고배당이 나온 것이다. 당시는 ‘3천원짜리’라고 불렀다.
임기수의 기억에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마필은 ‘휘날레’라는 마필이다. 신마부터 1군에 승군할 때까지 직접 훈련을 시키고 기승했기에 애착과 더불어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최근 마필중에서는 아직 2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밀레니엄킹’에 애착을 느끼고 있다. 분명 더 뛰어줄 능력이 있어 보이건만 생각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임기수가 올해 올린 성적표는 현재까지 6승. 상위성적 기수들과 비교하기에 창피한 성적이지만 임기수는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 원체 열악한 마방환경 속에서 식구들간 화합만큼은 다른 마방이 부럽지 않다. ‘빈곤속의 풍요’라는 말을 떠올린다. 상대적으로 빈곤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했기 때문에 만족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국산마 2두와 미국산마 2두 정도가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에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