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코스의 귀재, 최기홍 기수  
동기중 첫 스타트 끊은‘행복호’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8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경주로에 데뷔한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초반 자리싸움에 능하고 인코스에서 탁월한 레이스를 펼치는 최기홍 기수의 첫 승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첫 눈이 내리고 아무도 걷지 않은 백색의 길을 가장 먼저 걸는 기분은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기분일 것이다. 또한 세상사에 있어서도 누구보다 가장 먼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도 비슷한 기분이리라.
80여명에 달하는 기수중 최고사단(?)으로 군림하고 있는 13기중에서 첫 우승의 스타트를 끊은 것이 바로 최기홍 기수다.
1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며 몇 번째 기승이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5전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공백기를 가지고 얼마전 복귀한 윤기정 선배가 자신에게 양보해 준 ‘행복호’에 첫 기승해 곧바로 출발부터 결승선까지 다른 마필에게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것이다.
첫 우승 당시 정신이 없었으나 동기생들이 동기중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한 자신에게 트로피를 만들어주는 순간 세상 무엇과는 바꿀 수 없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때의 행복감은 평생을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고 있다.
최기수를 기억하는 많은 팬은 ‘당대제일’에 기승한 그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정작 최기수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최대한’이란다.
신마 때부터 은퇴전 마지막 경주까지 인연을 같이 했던 ‘당대제일’과의 추억이 결코 작지 않지만, 5번 기승한 것이 전부인 ‘최대한’에 대한 인상이 깊은 것은 폭발적인 추입력에 흠뻑 빠졌기 때문이다.
4코너까지만 무리하지 않고 참고 가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추입으로 우승을 차지했던 ‘최대한’은 그에게 4승을 안겨 주었다.
99년 51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보냈던 최기수는 이후 다소 침체된 모습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물론 본인의 마음고생이 더욱 심할 것이다.
최기수는 여건이 되는 한 기수로 남겠다고 밝히면서 현재 소속조인 11조가 우선 잘 풀려야 자신도 도약할 수 있다며 최선을 다짐하고 있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