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신사년(辛巳)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경기침체와 각종 악재들로 사회 전반이 움츠러들었던데 반해 경마산업은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경쟁산업과 여러 난관 속에서도 순조롭게 성장, 일일 7백억원 연간 5조원 매출액 달성이라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많은 문제점도 드러냈던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경마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본다.
경마문화가 선정한 2001년 10대 뉴스는 다음과 같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

①마사회 농림부 환원! “기대 반 우려 반”
1월에는 한국마사회의 관장권이 8년여 만에 문광부에서 농림부로 환원되는 일이 있었다.
경주마 생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경마계로서는 이번 농림부 환원 결정에 일단 반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동안 경마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온 정부가 농림부 환원을 계기로 어떻게 입장 선회할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다만 경마지방화, 다양한 승식 도입 등 선진 정책 입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마사회 경영진단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경마발전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점 등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 들여 진다.
여기에 마사회,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경주마생산자협회 등 경마 시행체와 관련 단체간 산적한 현안과제가 쌓여있는 상태에서 농림부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②여성 기수 시대 개막
올해는 특히 이금주(24)·이신영(22) 두 여성 기수의 등장으로 그 어느때보다 경마공원에 활기가 넘쳤다.
26년 만에 탄생한 이들 두 여성 기수가 금녀의 벽이 높은 한국 경마의 현실에서 어떤 활약을 보일 지에 높은 관심이 모아졌으며, 특히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예민한 경주마와 좋은 호흡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높게 나타났다.
주위의 기대가 컸던 부담 때문인지 두 여성기수는 초반에는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점차 자리를 잡으며 지금은 비교적 레이스 전개에도 여유가 있다는 평을 얻고 있다.
특히 데뷔하자마자 진로방해로 기승정지 5일의 호된 신고식을 치르기도 했던 이신영 기수는 현재 3승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선도적 위치에 선 이들 두 여성기수의 활약 여부에 따라 앞으로 배출될 여성 기수들의 위상이 정립될 전망이다.

③각종 기록 “풍성”…최봉주·우창구 5백승, 박태종 8백승, 신우철·박원선 6백승
우창구, 최봉주 기수의 5백승을 비롯해 각종 기록이 봇물처럼 쏟아진 것도 올해의 10대 뉴스 중 하나다.
먼저 영예기수의 첫 관문이자 가장 까다로운 조건인 5백승 달성을 두 명이나 해냈는데, 최봉주와 우창구 기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밖에 신우철·박원선 조교사 등은 6백승 고지를 넘어섰고 박태종 기수는 8백승을 달성, 연일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이같은 기록 경쟁은 국산마 부문에서 ‘이른아침’과 ‘허니비’의 1000m, ‘지어지선’의 1800m, ‘한라특급’의 1900m, 그리고 ‘상공’과 ‘무비동자’의 2000m 신기록으로까지 이어졌다. 또한 ‘포트오먼’과 ‘통일천하’ 역시 1900m와 1800m 기록을 새롭게 작성, 그 어느때보다 풍성한 기록을 쏟아냈다.

④진로변경금지제 시행
지난 7월1일부터는 ‘경주 출발 후 진로변경 제한’이 시행돼 출발 후 100m(1700m는 출발후 50m)까지 일체의 진로 변경을 금했다.
이와 같은 제도의 시행 배경은 외곽 게이트의 일부 기수들이 출발 후 무리하게 인코스로 파고들면서 다른 말들을 직,간접적으로 방해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기수나 말의 사고발생 위험이 높은 한편, 직·간접 피해를 받은 기수는 당초 구상했던 경주작전에 상당한 차질이 생겨 경주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도 시행에 대해 기수들은 비록 기승정지 등 제재 정도는 늘었지만 경주 중 상당 부분 위험 요소를 배제할 수 있어 환영하는 입장인 한편, 시행 5개월여 만에 제도 정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⑤안방 경마 시대 “활짝”…경마생중계 실시, 인터넷 배당률 게시, 전화베팅 등 활성화
한국마사회와 케이블 관광레저채널 리빙TV는 지난 2월 조인식을 갖고 경마실황중계 시험 방송에 돌입, 안방 경마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마사회는 여기에 인터넷 동영상 제공 및 실시간 배당률 게시 프로그램 업그레이드를 통해 적극 경마팬 유치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다. 또한 전화베팅을 위한 회선과 ARS 시스템까지 도입해 안방 경마팬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행성 조장을 위시로 불법 사설 경마까지 부추긴다고 판단한 방송위가 리빙TV측에 잇단 철퇴를 내려 현재는 일일 8개경주씩만 방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경마계 안팎에서는 근본적인 사설경마 근절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마실황중계만 축소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⑥일일 7백억원, 연간 5조원 매출액 돌파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는 경쟁산업 속에서 경마산업은 여전한 강세를 보이며 일일 매출 7백억원 시대를 알렸고 연간 매출액은 5조원을 넘어섰다.
어려운 사회 여건 속에서도 경마산업이 이처럼 순조로운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대전·광주 등 마사회 지방 지점을 통해 지방 경마팬을 대거 흡수했기 때문이며, ▲둘째, 경마실황중계나 인터넷 실시간 배당률 제공, 동영상 제공, 전화 베팅 등이 활성화되면서 손쉽게 경마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카지노산업이나 경륜 등은 어느새 경마산업을 위협할 정도로 부쩍 성장했으며, 경마가 좀 더 공격적이고 경마팬 위주의 경영 전략을 펼쳐나가지 않는다면 언제든 역전 당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은 여전히 남아있다.

⑦부산경남경마장 기공식…경주경마장 및 익산목장 건설계획 백지화
본격적인 경마지방화를 알리는 부산경남 제2경마장의 역사적인 기공식이 지난 8월 27일 열렸다. 이날 기공식에는 정부 주요 부처 관계자와 부산 경남 지역 정관계 인사들, 그리고 경마계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 제2경마장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반영했다.
부산시 범방동 일대 37만여평 부지에 들어설 제2경마장은 3개의 경주로와 대규모 호수 공원, 그리고 3만여명 수용 가능한 관람대 등이 들어설 계획이며 오는 2004년 완공, 2005년 개장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한편, 그동안 많은 문제를 낳았던 경주경마장과 익산의 제2 육성목장 건설 등은 전면 백지화, 전북 장수 지역이 새로운 육성목장 후보지로 낙점됐으며, 제3경마장 건설 후보지는 좀 더 검토가 따라야 할 전망이다.

⑧3관 경주 기틀 마련, 국산 2·3세마 능력 급신장
국산마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수적, 질적으로 우수한 경주마가 대거 탄생한 것도 올해 핫뉴스 중의 하나다.
일부에서는 과잉 생산 단계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2005년에 개장할 부산경남경마장과 앞으로의 경마산업 팽창을 고려했을 때 국산마의 수적 우세는 고무적인 현상이라는 의견이 더 지배적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올해는 코리안더비, 코리안오크스, 그리고 지난달 있은 YTN배가 열려 국산 3관경주의 신호탄을 울렸고, 2세마 경주도 활성화됐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또한 조기에 데뷔한 2세마들의 능력이 예년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도 앞으로의 전망을 밝게 해주는 요소다.
현재 국산마 점유율은 외국산마 대비 60%를 넘어섰고 앞으로 우수마 생산에 주력한다면 경주질은 한층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⑨폭설과 강추위로 전 경주 취소 사태 잇달아
지난 1월 7일(일)과 14일(일)에는 갑작스런 폭설과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로 2주 연속 전 경주가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신사년 첫 경마주였던 1월 7일에는 새벽부터 몰아닥친 눈보라로 경주로 전체가 얼어붙었으며 전방 20m도 내다보기 어려운 시야 방해까지 일으켜 경주 진행이 불가능해 11개 전 경주가 취소되고 말았다. 거기에 연일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다음 주인 14일에도 경주로 결빙에 따른 경주 취소가 이어져 많은 우려가 따랐다.
연이어 발생한 두 번의 전 경주 취소로 경주로 상태 악화에 따른 기수 및 경주마의 안전사고 위험이 제기되는 한편, 특히 한꺼번에 발생한 22개의 보전경주 시행도 과제로 남았다.

⑩개별거래 급증, 파행 경매 실시…잇단 부작용으로 위기감 고조
국산마 경매 시행이 올해로 4년째를 맞았지만 올바른 경매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매가 예정된 시기에 열리지 못하고 두차례나 무산, 더욱이 지난 11월에 있은 경매에서는 마주가 아닌 일반인이 경주마를 구입하는 사태까지 발생해 충격을 던져주었다.
개별거래와 경매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수준에서 국산마 수급이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상황은 계획보다 초과되는 국산마 생산에 질좋은 경주마를 미리 확보하고자 하는 마주들의 입도선매식 구매가 이어지면서 개별거래 쪽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경매 무산은 개별거래 폭증에 따른 국산마 과잉 도입, 외산마 도입 지연에 따른 경주 편성 불균형 등을 촉발해 그 후유증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