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페이지 - ‘내가 거둔 첫 승’
폭발적인 승부사, 방춘식 기수  
‘합격호’, 삼세번째 시원한 선행승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8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경주로에서 1년여를 보낸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장기간의 슬럼프에서 뛰쳐나와 연일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방춘식 기수의 첫 승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기수양성소 15기로 90년 경주로에 데뷔한 방춘식 기수는 사실 과천 서울경마공원의 원년세대다. 이전 14기까지 뚝섬에서의 추억이 있는 반면, 15기부터는 뚝섬이 아닌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처음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최근 극심한 기승기회 감소와 더불어 장기화된 슬럼프를 겪으면서 차츰 경마팬 사이에서 잊혀지던 방은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심기일전한 모습을 보이며 그동안 참았던 폭발적인 모습으로 경주로에 되돌아 왔다.
그가 처음 우승의 기쁨을 맛본 것은 데뷔후 10전정도를 치렀을 때라고 기억한다. 당시 17조(김점오 조교사)와 인연을 맺었던 그는 ‘합격호’라는 마필에 기승하게 되는데, 세 번째 기승에서 드디어 기회가 온 것이다.
평소 칼칼한 성격을 보이던 ‘합격호’에 기승해 그는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17조에서는 2주만에 다시 출전을 시키게 되고, 3번 게이트에서 시원스런 선행을 받으면서 우승까지 치달을 수 있었다.
당시 훈련을 담당했던 조교보가 바로 현재 박종곤 조교사(1조)였다.
방춘식 기수는 한해 59승을 거둘 정도로 소위 잘 나가던 기수중 하나였다. 또한 경마대회에서도 6번의 우승 경험을 가지고 있는 등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성적을 보여왔다.
그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다름아닌 ‘블랙킹’이라고 한다.
20조와 인연을 맺고 있을 무렵 능력검사를 시작으로 데뷔전이후 18번이나 경주에서 함께한 ‘블랙킹’은 그에게 기수로서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신인시절 첫 승의 기억이 남아선지 선행마를 선호하던 그는 ‘블랙킹’과의 인연으로 인해 추입마에 푹 빠졌다.
마주협회장배 경마대회와 SBS배 경마대회 우승까지 함께한 ‘블랙킹’에 대한 기억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최근 빠른 경주흐름으로 스타트에서 경주결과의 50%가 좌우된다고 할 정도로 스타트가 중요시되는 것을 당연하다고 말하는 방은 스타트에 따라 거기에 알맞은 경주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그래도 장거리에선 뒤에 따라가는 것이 심적으로 편하다고 한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