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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는 리딩사이어, ‘에이피인디’, ‘슬루오골드’ 등 배출
-현존 유일의 삼관마, 살아있는 마지막 전설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았던 ‘시애틀슬루’(Seattle Slew)가 지난 5월 7일(이하 현지시간)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로써 미국경마는 지난 1919년 ‘써바튼’(Sir Barton)이 첫 삼관마로 등극한 이래, 83년만에 처음으로 삼관마가 없는 공항상태를 겪게 됐다. 경주마로서 또 씨수말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애틀슬루’. 그 위대한 역사를 살펴본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삼관의 위업, ‘스타탄생’
‘시애틀슬루’는 75년 켄터키 6월 1세마 경매에서 카렌, 미키 테일러 부부에게 1만 7천5백 달러에 낙찰됐다. ‘시애틀슬루’가 경주로에서 벌어들인 1백2십만 달러의 상금, 현역 은퇴 후 종부료와 자마 판매로 올린 매출이 5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부부의 투자가 대단한 성공이었음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경주마로서 ‘시애틀슬루’가 처음 주목을 받았던 것은 2세였던 1976년 10월 16일 벨몬트 파크에서 열린 샴페인 스테익스(G1). 당시 그는 1600m를 1분34초4에 주파하며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결실은 곧바로 다음해 나타났다. 3연승으로 쥬베나일 시즌을 말끔하게 마무리한 ‘시애틀슬루’는 3세가 돼서도 우드메모리얼(G1) 등 3연승을 거두며 삼관경주를 맞이한다.
결과는 1977년 5월 7일 켄터키더비(2000m) 2분02초2 1과3/4마신차 우승, 5월 21일 프리크니스 스테익스(1900m) 1분54초4 1과1/2마신차 우승, 6월 11일 벨몬트 스테익스(2400m) 2분29초6 4마신차 우승. ‘시애틀슬루’는 삼관경주까지 9연승 행진을 달리며 유일한 무패 삼관마로 기록됐다.
-최고의 명승부, ‘진정한 챔피언’
4세가 된 1978년. 당시는 ‘어펌드’(Affirmed)가 삼관을 달성하며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 하고 있었던 시절이다. 반면 ‘시애틀슬루’는 일반경주에서 연패하며 연승행진을 마감한 상태였다.
1978년 9월 16일 말보로 컵이 열린 벨몬트 파크는 온통 흥분의 도가니였다. ‘시애틀슬루’와 ‘어펌드’의 맞대결이 예정됐기 때문. 삼관마가 한 경주로에서 승부를 가린 것은 이때가 최초였다. 최초의 삼관마간 대결에 사람들의 관심이 몰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출발신호가 울리자 ‘시애틀슬루’는 편안하게 선행을 나섰고 ‘어펌드’는 그런 초반 기세를 쉽게 허용했다. 당시 ‘어펌드’의 고삐를 잡은 스티브 커덴 기수는 마지막에 가면 ‘시애틀슬루’의 힘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하지만 직선주로에서도 ‘시애틀슬루’의 발걸음은 무뎌지지 않았다. 결국 ‘시애틀슬루’는 ‘어펌드’를 3마신차로 따돌리고 전무후무한 삼관마 대결에서 승리했다.
-리딩사이어, ‘신화는 끝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경주마 ‘시애틀슬루’보다 씨수말 ‘시애틀슬루’가 더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는 데 동의한다.
17전 14승을 기록한 ‘시애틀슬루’는 1979년 씨수말로 데뷔한다. 하지만 정작 1981년 첫 자마가 경매에 나왔을 때는 현역시절 적수가 되지 않았던 ‘제이오토빈’(J.O.Tobin)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81년 킨랜드 6월 경매에서 ‘제이오토빈’ 자마의 평균가는 43만 8천 달러였던 데 반해, ‘시애틀슬루’ 자마 7두의 평균가는 38만 달러에 그쳤다. 하지만 그 7두 중 암말 ‘랜다루스’(Landaluce)가 2세 암말 상금왕에 올랐고 ‘슬루오골드’(Slew O`Gold), ‘아도어드’(Adored), ‘슬루피’(Slewpy) 등이 G1 챔피언에 오르면서 ‘시애틀슬루’는 씨수말로 재평가됐다. 84년 켄터키 더비에서 우승하며 3세 대표마에 선정된 ‘스웨일’(Swale), G1 우승마 ‘시애틀송’(Seattle Song), ‘쓰나미슬루’(Tsunami Slew)의 활약으로 ‘시애틀슬루’는 처음으로 리딩사이어에 등극한다.
이후 8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리딩사이어에 이름을 올린 ‘시애틀슬루’는 사망일까지 총 9백96두의 경주마를 생산했으며, 이중 6백86두(68.9%)가 경주에 나서 4백66두(46.8%)가 우승을 차지했고, 그중 1백2두(10.2%)가 스테익스에서, 56두(5.6%)가 그룹 혹은 그레이드(G) 경주에서, 26두(2.6%)가 G1 경주에서 각각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이 경주로에서 벌어들인 상금만 7천5백만 달러가 넘는다. 수많은 자마 중 92년 연도대표마에 선정되며 씨수말로도 좋은 활약을 보인 ‘에이피인디’(A P Indy), 83년 챔피언 3세수말, 84년 챔피언 4세 이상마에 선정된 ‘슬루오골드’, 84년 챔피언 3세마에 선정된 ‘스웨일’이 ‘시애틀슬루’의 3대 자마로 꼽힌다.
한편 블러드매어 사이어(외조부)로서도 뛰어난 성적을 올린 ‘시애틀슬루’는 이중 1천1백11두 출전, 7백95두의 우승마, 1백두의 스테익스 우승마를 배출하기도 했다. ‘시애틀슬루’의 외손자들은 총 1억 달러 이상의 상금을 벌여들였는데, 이중에는 연도대표마 출신 ‘시가’(Cigar)와 99년 벨몬트 스테익스에서 우승한 ‘레몬드롭키드’(Lemon Drop Kid) 등이 포함돼있다.
우리나라에도 ‘시애틀슬루’의 자마 ‘슬루오그린’(Slew O`Green, 송악목장), 손자 ‘아처시티슬루’(Archer City Slew, 페가수스 목장) 등이 씨수말로 활동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전세계에 퍼져있는 ‘시애틀슬루’ 자마들이 그의 신화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