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비켜! 4강은 우리가 간다!
-태극전사, 오늘 무적함대 스페인과 4강 길목 결투
-FIFA 랭킹 8위 스페인 개인기, 공격력 우세 승리 자신
-8강 신화 이룬 한국, 체력 바탕 강한 압박으로 승부해야

-8강 신화를 이뤄낸 태극전사가 오늘 4강 티켓을 놓고 무적함대 스페인과 운명의 대결을 펼친다. 스페인은 상승세에 있는 한국과의 승부가 부담스럽지만 우세한 개인기와 공격력을 바탕으로 유럽의 자존심을 세운다는 각오다. 반면 붉은악마의 열렬한 지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한국은 이미 FIFA 랭킹 5, 6위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를 연파한 바 있어 스페인도 문제없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라울과 모리엔테스의 환상투톱
스페인의 자랑은 화려한 공격축구. 그리고 그 핵심에는 바로 라울과 모리엔테스가 있다. 세계 최고의 명문 레알마드리드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이들은 눈빛만 봐도 서로 뜻이 통하는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이들은 16강전까지 4경기에서 스페인이 터뜨린 10골 중 6골(라울 3골, 모리엔테스 3골)을 합작해냈다.
미드필드까지 활동 반경이 넓은 라울의 최대장점은 천부적인 골감각. 일찌감치 스페인의 대표 스트라이커로 기대를 받았던 라울은 21살이던 지난 98년 월드컵부터 주전 스트라이커로 스페인 공격을 책임졌다.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지난 월드컵이 적응기였다면 그에게 이번 월드컵은 절정기인 셈. 경기장 전체를 휘집고 다니다 골 찬스를 포착, 독수리가 먹이를 낚아채듯 날카롭게 날리는 슈팅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라울의 파트너 모리엔테스도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던 선수. 하지만 동료 라울에 가려 그는 언제나 2인자였다. 더욱이 감독과의 불화로 유로 2000에서는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불운도 겪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트리스탄(데포르티보 라 코루냐)과 주전경쟁을 벌여야 했다. 하지만 전반까지 0-1로 뒤지며 고전했던 본선 두 번째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 연속 두 골을 몰아치며 그의 진가를 확인시켜줬다.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도 선취골을 기록, 우리 수비진을 긴장시켰다.
일단 라울과 모리엔테스의 투톱이 예상되지만, 장신에 뛰어난 헤딩력과 득점력을 갖춘 트리스탄도 언제든지 출전이 가능하다.
쓰리백을 쓰는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 4경기에서 2골을 허용, 게임당 0.5골만 실점하며 최고이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일단 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압박하고 수세시, 좌우 사이드의 이영표, 송종국 등이 빠르게 수비에 가담, 화이브백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페인전에서도 일자수비를 바탕으로 김태영, 최진철 등 장신 수비수가 라울과 모리엔테스를 적극 마크하고, 미드필드부터 압박을 가한다면 충분히 스페인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사이드 공격, 세트 플레이 위력적
센터링에 의한 헤딩슛, 힘을 바탕으로 한 킥 앤드 러쉬(Kick & Rush) 등 전통적인 유럽축구와 달리 스페인은 오래 전부터 정교한 개인기와 중앙돌파를 선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페인 역시 선이 굵은 유럽축구를 구사하며 사이드 돌파의 비율이 늘고 있다.
우선 좌우 윙백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푸욜(바르셀로나)과 엘게라(레알 마드리드)는 뛰어난 오버레핑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스피드가 뛰어나고 무엇보다 정확한 센터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미드필드의 루이스엔리케(바르셀로나), 발레론(데포르티보 라 코루냐) 등은 스피드는 뛰어나지 않지만 순간적인 돌파능력과 개인기가 탁월해 어시스트는 물론 스스로 득점을 노릴 수 있는 선수들이다.
중앙에 위치한 라울과 모리엔테스가 위치선정이 뛰어나고 헤딩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수비진은 이들의 측면돌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팀들과의 대결에서 보여준 우리의 수비력이라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지만, 송종국, 이영표 등 윙백들이 공격에 나섰을 때, 미드필드에서의 커버 플레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역습을 허용할 수도 있다.
스페인의 또다른 강점은 세트플레이가 강하다는 것. 특히 문전 가까운 곳에서 프리킥 상황이 발생하면 이는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이미 남아공과의 본선 마지막 경기에서 그림같은 프리킥 골을 성공시킨 오른발의 명수 멘디에타(라치오)와 왼발의 달인 데페드로(레알 소시에다드)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라울이나 수비수 이에로(레알 마드리드)도 강한 슈팅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이에로는 이번 대회 페널티킥으로만 두 골을 올리며 PK 100%를 기록 중이다. 우리 선수들은 우리진영에서 가급적 쓸 데 없는 반칙을 삼가야 하고, 문전에서도 반칙을 아낄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아킬레스 건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스페인은 상대적으로 수비에 약점이 있다. 특히 이에로, 나달(레알 마요르카) 등 중앙수비수들은 30대 중반을 넘긴 노장들이어서 체력의 약점을 드러내며 간간이 상대공격수를 놓쳐 득점찬스를 허용하곤 한다. 또한 수비전환도 느린 편이다. 우리로서는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부쳐 힘 대결에서 우위를 보인다면 체력이 약해진 스페인과 후반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다. 긴패스보다는 짧은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는 공격스타일도우리에게 유리하다. 우리의 강점이 체력우위를 바탕으로 한 강한 압박이기 때문에 미드필드부터의 강한 압박이 먹혀들어간다면 제풀에 지친 스페인이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
스페인 프로축구 1부리그인 프리메라 리가는 지단, 피구(이상 레알마드리드), 히바우두(바르셀로나) 등 스타들이 즐비한 세계최고의 리그다. 하지만 정작 스페인은 그동안 월드컵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역감정이 유난히 강해 어려운 상황에서 팀이 내분을 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스페인 대표팀은 대부분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로 이뤄져 있는데 바르셀로나가 위치한 카탈루니아 지방은 끊임없이 독립을 요구할 정도로 이들간의 지역감정은 좋지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하나의 팀이 아닌 두 개의 팀으로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훨씬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을 정도. 라틴민족 특유의 다혈질적 성격과 함께 어려운 상황에서 표출되는 응집력 약화를 이끌어낸다면 우리대표팀이 손쉽게 승리를 낚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