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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피멍 드는 경마팬, 부정경마 근절 대책은 없나
Ⅲ. ‘부정에 울고, 세금에 울고’, 경마팬은 봉인가!
Ⅳ.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온 경쟁산업, 위기 의식 느껴라
Ⅴ. 경마산업 사양 추세, 한국적 색깔을 입히자
경마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매출액 감소라는 암초에 부딪친 이후 6개월 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서는 입장인원마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매출액과 입장인원이 동반하락하기는 지난 IMF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일일 1천억 원에 육박했던 경마 매출액이 5백억 원 선으로 ‘반 토막’ 났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던 한국마사회와 일부 경마관계자들까지도 입장인원 감소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 경마산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전망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제는 경마산업도 사회 전 부문과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야 할 때라는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경마부정사건, 저질의 경주 편성, 경마종사자의 프로의식 상실, 높은 세율과 낮은 환급률, 그리고 ‘타도 경마’를 외치며 부쩍 부쩍 성장하고 있는 경쟁산업 등 경마산업이 직면한 현실을 돌아보고 과감하게 개혁할 부분들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본지는 지난 4주간 총 4회에 걸쳐 한국 경마산업의 총체적인 문제점과 현주소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 타개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호에서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앞으로 한국 경마가 지향해야 할 바를 꼼꼼히 살펴보기로 하자.
【이희경 기자 eheek@krj.co.kr】
<경마산업 사양추세, 한국적 색깔을 입히자>
-고속 성장에 적신호, 사양화 접어드나 “우려”
-빈번히 발생하는 경마 부정, 경마장 떠나는 경마팬 는다
-환급률 인상으로 위기 정면 돌파, 선진경마국 사례 타산지석 삼아야
-승식 다양화, 구매상한선 폐지, 지방화, 인터넷 베팅 등 경쟁력 강화 요소 찾아라
-선진화·국제화, 경마산업 도약 가능케 할 주요 키워드
<제주 경마도 매출 부진 여파, 지방화는 발목 “사면초가”>
-경마에 대한 인식 전환 시급, 건전 성인레저산업으로 탈바꿈해야
올 들어 심화된 매출액과 입장객 감소세가 제주경마에까지 그 여파가 미쳐 매출액 급감에 시달리고 있다. 제주경마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무려 26%의 매출 감소 추세를 보여 전반적인 경마산업 침체 상황을 그대로 말해준다.
부산경남권 경마장 개장을 앞두고 이제부터 본격화되는 지방화 사업도 각 지자체 및 시민단체의 반발 움직임으로 발목이 묶여 경마산업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5일 근무로 성인들의 여가 시간이 늘어 종합레저산업이 활기를 띠어야 할 시점에서 여타 스포츠·레저·휴양산업 부문은 다양한 가족 상품과 이벤트로 눈길과 발길을 잡아끌고 있지만 가족 공원을 표방한 경마산업은 여전히 사행산업으로써의 오명을 벗지 못해 국민 일반의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점이 최근 6개월 간 매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물론 그동안 여러 악재들도 발생했던 게 사실이지만 펜션·휴양 시설과 같은 가족 단위 휴식 공간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카지노, 로또 등과 같은 유사 사행산업들이 불황을 타지 않는 점을 보면 소비자의 선호도를 이끌어낼 만한 호재가 경마산업에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경마 지방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결국은 시각의 문제다. 지금까지는 베팅과 관련한 부분만 과도하게 성장, “경마=도박”이라는 인식이 일반화돼 왔지만 지방재정에 기여, 고용창출효과 등 긍정적인 면과 부족한 성인레저산업의 한 축으로 경마가 인정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경마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시각과 인식을 바꾸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도박이라는 멍에를 진 채로는 더 이상의 성장도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경마부정 근본적인 봉쇄책을 찾아라>
-경주마 수준 향상 및 제도 개선
-심판의 전문성 및 기능 강화,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이 우선 과제
경마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고착된 가장 큰 유는 그동안 근절되지 못하고 빈번하게 발생해 온 경마 부정 사건들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지난 수십년간 경마부정의 고리는 계속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마의 승부 자체에 염증을 느끼고 떨어져 나가는 경마팬이 늘고 있다는 점은 모든 경마종사자들이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경마부정을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따라야 한다. 우선 경주마의 수준이 향상돼야 하며,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경마정보도 이제는 투명한 유리알처럼 모두에게 공개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는 자율과 개방에 대한 시행체 및 종사자의 의지도 큰 몫을 차지한다. 불필요한 통제와 규제보다는 경마팬의 입장에서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다 유연한 사고와 관점에서 경주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조교사·기수 등 관계자도 베팅할 수 있는 개방된 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현행 경마관련 제도의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군체계를 폐지하고 대신 연령, 상금, 성별, 나이, 우승회수에 의한 경주 편성을 이끌어내고 상금체계 역시 그 규모는 물론 경마의 기본 원리를 구현할 수 있도록 우승열패의 원칙에 입각해 최선승부를 하지 않으면 상금이 적어져 부정의 요소가 원천적으로 사라지게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도 부정이 적발될 시에는 보다 강력한 수위의 제재가 뒷받침돼야 한다.
해당 경주의 기수는 물론 조교사와 경주마에까지 제재를 가해 고의적인 승부회피나 조작이 완전히 사라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경마부정에 대한 근절 여부는 경마산업 성장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하루빨리 형성돼야 한다.
<세금 낮춰 매출 극대화한 외국 사례 본 따자>
-환급률 80% 수준까지 근접해야
지난 수십년 간 경마소비자들은 사회로부터 도박이라고 지탄받는 경마를 즐긴다는 이유만으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해왔다.
이런 저런 정부 정책상의 이유로, 또 지방 재정 및 세수 확보의 용도로 다양한 목적세가 가미되고 관련 세금이 인상될 때도 묵묵히 이를 부담해 왔다.
경마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여유 있고 또 돈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명분도 마땅치 않은데, 괜한 불만을 제기해 사회적으로 문제를 야기해봐야…’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경마 저변 인구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소비자들이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사회 공익에 기여하는 경마산업의 영향력을 깨닫고 있으며, 경마소비자를 죄인 취급하듯 하는 사회 분위기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의식도 갖춰져 가고 있다.
정부의 교육세 인상 및 기한 연장 방침이 알려지자 비록 소수긴 하지만 일부 경마소비자들은 국회와 정부 관련 부처에 항의를 하기도 했으며, 지난해에는 1백원짜리 마권구매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최근에는 환급률 인상을 위한 경마팬 서명운동까지 온·오프라인 상에서 활발히 펼쳐지기도 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여타 사행산업과 경마산업의 차별적 요소를 감안해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소비자들의 요구대로 세율 인하를 통한 환급률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매출액과 입장인원이 동반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좀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던 선진경마시행국들이 세율 인하를 통한 매출 확대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을 본 받아 우리 정부도 경마산업 육성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경마를 만들자>
-제도적 맹점에 경마팬만 피해, 보완책 마련하라
경마의 묘미는 다양한 변수 속에 경주마와 기수가 절묘한 인마호흡으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관을 지켜보는 것과 이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우승마를 골라 적중하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묘미를 좀 더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뻔한 경주마에 뻔한 경주편성을 두고 이미 많은 경마팬들은 식상할대로 식상했고, 새로운 볼거리와 재미가 따르지 않는한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산업과의 경쟁에서 더 이상 우위를 점하기란 어려운 상황에 달하고 있다. 특히 우리 경마는 제약과 규제가 많아 가뜩이나 경주마 자원이 빈약한 현실에서 경마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우리만의 환경은 인정하지 않고 서구 선진경마시행국의 제도를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도 허다해 이 역시 문제점으로 자주 대두되곤 한다.
경마의 묘미를 반감시키는 대표적 요소 중 하나가 복승식 위주의 마권 발매다. 쌍승식도 부분적으로 시행되곤 있지만 일일 3개 경주, 그것도 우열이 명확하게 드러난 경주편성에만 적용한다는 점이 시행 의의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게 하는 맹점이다. 지금 서울경마장의 경주마 가용 두수나 매출 규모를 감안할 때, 자신이 선택한 2두가 3위 내 입상하는 경우 배당금을 지급하는 복연승식이나 지정된 3개∼6개 경주의 우승마를 알아맞히는 연속단승식, 혹은 쌍승식의 전면 시행 등은 당장에 검토해야 할 승식 관련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사설경마를 부추기고 경마소비자의 불편을 야기하는 마권구매상한선제도 서둘러 폐지돼야 한다.
복수 경마장 운영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는 인터넷 베팅 및 실시간 경마실황 중계와 같은 사업 운영 인프라도 갖춰나가야 한다.
이밖에 수준 낮은 경주마와 열악한 경주로 및 시설 등으로 빈번히 발생하는 출발 직후 기수 낙마나 경주 불성립 사유에 대해서는 무조건 선진경마시행국의 모델만 추구할 게 아니라 우리만의 상황을 고려해 경마팬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최상의 시설, 최고의 경주마, 수준 높은 경주 운영… 선진경마를 시행하기 위한 필수조건임에 틀림없지만 지금 수준만으로도 얼마든지 더 재미있는 경마시행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할 만한 보다 넓은 관점과 시각이 필요한 때다.
<국제경주 유치 언제쯤 가능할까>
-선진 경마시행에 대한 기대감 고조
<국제경주 유치 언제쯤 가능할까>
-선진 경마시행에 대한 기대감 고조
-전환점 마련하는 계기 될 것
우리 경마가 질적으로나 내용 면에서 성숙하기 위해서는 국제화라는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하는 것도 이제는 생각해 볼 문제다.
국제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더욱이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외형적으로나마 단일 경마장으로는 세계 최상급 경마를 시행한다는 자부심이 팽배해 있었던 경마관계자들이 국제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시급한 과제로 정해 계획을 세워 진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외형적인 성장도 멈췄다. 저질의 경주마와 경주질, 수준 낮은 경마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세계 무대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인정받아왔던 우리 경마가 이제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동안 말로만 외쳐왔던 국제화, 국제경주 유치가 이제 구체화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우수 경주마 육성 및 도입을 통한 경주질 향상이 될 것이다. 외산마의 경우 점진적인 능력 향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산마는 최근 2∼3년 새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큰 고심 거리다.
국제 수준에 준하는 경마 인프라도 서둘러 확충돼야 한다. 마방·경주로·훈련 시설 등 경주마 관리 시설이 우선 개선돼야 하며, 국제 검역 마사나 검역 관련 기준도 마련·협정 체결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당장 하위급이라도 국제 교류 경주에 모습을 드러내는 작업이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경주마가 어렵다면 기수 등 인적 교류라도 해야 한다.
상금규모가 확대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마산업 전 분야가 이런 작업에 동참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절실하게 그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듯 보인다. 인력도, 인식도 절대 부족한 게 냉정한 현실이다.
하지만 국제화 작업, 이는 곧 우리 경마산업의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며 경마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전환될 수 있는 극적인 계기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