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에서는 지난31호(98년 10월 24일자)부터 ‘출전마 작전공개’ 코너를 시작, 경마팬들로부터 열화와 같은 성원을 얻었다. 그간 작전공개는 경마종사자와 경마팬들 사이에 막혀있던 대화 창구를 열어준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지나치게 경마정보 시장이 폐쇄적인 한국 경마를 선진화하는데도 많은 역할을 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본지에서는 창간 5주년을 맞이해 그간의 ‘출전마 작전공개’를 되짚어 보고, 그 허와 실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 출전마 작전공개의 의의와 향후 추세
81년을 맞이한 한국경마에서 숙원 과제인 건전 경마문화 정착을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경마팬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정보의 활성화다.
경마정보는 팬들의 주 관심사라 할 수 있는 베팅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다. 마필의 습성, 채식상태, 훈련량, 최근 컨디션 등은 경주마가 실전에서 어떤 능력을 보일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지의 출전마 작전공개가 갖는 의의는 크다.
경마는 객관적인 전력대로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아닌, 의외의 변수가 예기치 못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익한 레저스포츠로서의 면모도 있지만 돈이 걸리는 일종의 도박이기도 하기 때문에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소한 요소라도 경마팬들은 알 권리가 있다.
그러한 경마정보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조교사, 기수, 관리사이고 그들 중에서도 총체적인 관리를 맏고 있는 조교사가 경마정보의 핵심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조교사의 입을 통해 직접 전달되는 출전마 작전공개는 정보에 목마른 독자들에게 단비와도 같으며 향후 정보시장 개방에 결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초기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출전마 작전공개는 경마 정보 시장의 개방화 측면과 경마팬들의 욕구 충족 해소가 맞물리면서 여타 경마 정보지들도 앞 다투어 다루기 시작, 현재는 각종 경마정보지 대부분이 취재후 기사화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점점 더 가속화될 전망이며 일부 취재에 응하지 않는 조교사들도 앞으로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취재에 응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 출전마 작전공개의 주역, 조교사들의 입장
목요일 오전 10시는 조교사들에겐 가장 바쁜 시간이다. 바로 주말에 열릴 경주에 출전할 마필들을 신청하는 출마투표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되면 54명의 조교사들은 이미 출전이 결정된 마필들을 놓고, 기수 선정과 경주 선정을 놓고 치열한 눈치 싸움과 신경전을 벌이게된다.
맘에 드는 기수를 선택해야함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강자가 피한 경주를 찾아 출전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바쁜 와중에 본지 출입 기자와 여타 예상 전문지 기자들이 경주마를 출전시킨 조교사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게된다.
따라서 경주 편성이 완전히 결정된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간혹 출전이 취소되는 마필을 인터뷰 할 수도 있고, 상대마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인터뷰를 하기 때문에 조교사들로선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작전공개 할 시간에는 분명히 좋았던 마필 컨디션이 경주 당일, 이상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동안 외부와의 접촉이 자유롭지 못했던 조교사들로선 경주마에 대한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질문공세와 노골적인 상태체크가 부담스러운 듯 처음에는 다소 거부 반응을 보이며 대답을 회피하거나 누구나 알 수 있는 표면적인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점차 자신의 마필에 대해 정확한 상태와 컨디션을 진단하는 조교사가 늘어났고 출전각오까지 당당히 밝히는 등 달라진 경향이 뚜렷했다.
이에 반해 아직도 출전마 작전공개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그것은 온전치 못한 경주마를 경주에 출전시킬 경우, 경마팬들의 시각은 어떠할 것이며 최상의 승부를 위해 작전까지 공개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할뿐더러 의외성이 많은 경마에서 우승을 자신하고도 그렇지 못했을 때 팬들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비난을 어떻게 감수할 수 있을 것인가 등등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여기에 “작전공개를 한 주는 이상하게 성적이 나쁘다”거나 “우승 유력마를 취재하면 김이 샌다” 등등의 징크스까지 생기게됐다.
물론 이러한 이유로 인해 앞으로 ‘출전마 작전공개’가 위축 되서는 곤란하다.
또한 이런 내용은 어디까지나 정보공개의 초보단계인 한국경마에서 과도기를 거쳐야만 정화 될 수 있는 것들로 경마팬들의 의식수준 향상과 함께 건전경마문화가 정착되면 서서히 불식될 수 있는 사항이다.

- 경마팬들에겐 새로운 욕구 충족의 계기 마련
본지 31호부터 시작된 출전마 작전공개는 매주 전체 54명의 조교사중 절반 내외에 해당하는 20명∼25명분을 취재, 그 중 출전이 취소되거나 출마투표에서 탈락한 마필들을 제외하면 20명 안팎을 게재하게 된다. 당초 1면으로 시작된 출전마 작전공개는 회를 더해갈수록 경마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 2면으로 증면됐고, 해당 조교사의 사진과 함께 마필의 컨디션과 훈련 상태, 출전 각오 등을 듣는다.
경마정보에 대한 독자들의 욕구가 커지는 것과 비례해 본지의 출전마 작전공개는 높은 호응 속에 매호 게재되고 있다. 특히 변변한 정보 없이 단순한 마필의 성적만을 가지고 베팅에 매달렸던 한국 경마팬들은 직전경주와는 판이하게 다른 성적이 나오는 경우를 놓고, 경마시행 관계자들의 승부 조작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이유로 “간다, 안간다” 따위의 소스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출전마 작전공개가 본지를 비롯해 여타 경마 전문지에 실리기 시작하면서 경마팬들은 그간 알 수 없었던 마필의 컨디션과 상태, 경주마의 특징과 조교사들의 출전 각오를 접함으로써 경주에 대한 이해를 높힘과 동시에 좀 더 과학적인 베팅 문화를 선도하게 된 것이다.
【김중회 기자ringo@krj.co.kr】

<인터뷰>
박진호 조교사-작전공개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일 뿐
경마팬들에게 소속조 마필의 컨디션과 능력을 공개함으로써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보고,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마팬들은 조교사의 작전공개와 실제 성적이 다르게 나와,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경우가 있고 그래서 일부 조교사들은 작전공개를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교사의 작전공개는 상대마가 어떤 마필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기대했던 마필이 상대가 강해지는 바람에 입상에 실패할 수도 있고, 상대가 약해지는 바람에 기대하지 못했던 마필이 입상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당일 레이스의 흐름에 따라서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런 이유로 간혹 작전공개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 것을 경마팬들이 이해해주기를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