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진단-경마산업(競馬産業), 이젠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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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경마시행체,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라!”
Ⅱ. 마주, “성역(聖域)인가, 빛 좋은 개살구인가”
Ⅲ. 경주마생산, 우수 경주마 생산 없이 경마 발전은 없다
Ⅳ. 조교사·기수·관리사, 영역은 확실하게! 경쟁은 치열하게!

경마산업 전 분야가 사실상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미 국지적으로는 시작됐고 이겨내는 곳만 생존할 수 있는 서바이벌게임의 막이 오른 것이다.
경마산업의 전체적인 볼륨도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한국마사회와 마주, 경주마생산자, 조교사, 기수, 관리사, 그리고 경마전문지까지 전 부문 종사자들에게 경쟁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이들 각 부문의 경쟁력 배양과 발전적 경쟁관계가 결국 한국 경마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거듭 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본지에서는 경마산업 전 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누가·무엇을·어떻게·왜’해야하는 지 총 4회에 걸쳐 진단해 보기로 했다.
【김대유 기자 dykim@krj.co.kr】

④ 조교사·기수·관리사, 영역은 확실하게! 경쟁은 치열하게!
-한국경마 발전의 화두는 “사랑 받는 경마”
우리의 경마 역사 앞에서 “베팅은 있되 문화는 없다”고들 한다.
마권발매규모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에 와있는데 경마에 대한 국민적 마인드는 ‘도박’과 ‘부정’이 전부다. 건전 레저, 스포츠와 갬블이 가미된 성인오락, 국민적으로 사랑 받는 종합산업, 고도의 두뇌 게임… 경마의 속성 내지는 한 단면임에 분명하지만 일반 국민도, 심지어 경마팬도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많은 경마팬들은 언젠가 경마에서 큰돈을 따게 되면 영영 경마를 끊을 것이라고까지 한다. 한(恨)이 많은 것이다.
왜 많은 사람들은 경마에 한을 품고 있을까. 이는 한국 경마가 80여 년의 시행역사 동안 그만큼 불신만을 안겨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짜고 치는 고스톱’만 같고, 서로와 서로가 믿지 못한채 ‘해먹기 식’ 경마를 시행해왔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마에는 스타가 없다. 누구도 스타가 되고 싶어하지 않았고, 또 일부러 만들어 주는 사람도 없었다. ‘박태종’이 아무리 잘 타도, ‘새강자’가 경마대회 7관왕의 대기록을 작성해도 자신이 안 사고 자신의 마권이 틀리면 그만이다. 기수도 조교사도 관리사도 그리고 경주마도 일종의 소모품 정도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경마산업이 온전히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경마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뒤바뀌어야 한다. 박태종, 김효섭의 다승 대결이 연일 스포츠 뉴스에 보도되고 배대선 조교사의 9개월 연속 상금 1억 원 돌파가 국민들의 일상 화제가 되며 ‘새강자’의 산통이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할 때, 비로소 경마의 위상은 정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경마를 직접 만들어 가는 조교사와 기수, 관리사 역할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경마의 감독 조교사, “책임만 있고 권리는 없는가!”
-마주와의 관계서 일방적 약자, 마주 수 늘리는 게 바람직
-현행 기승계약제 유명무실, 기수 기용 폭 제한한다
-더 나은 관리로 더 좋은 성적 거두느냐에 초점 맞춰 상금으로 보상해야
조교사는 프로야구나 축구의 감독과 비교될 수 있다. 경주마 관리와 육성, 경주 출전 스케줄과 기수 기용, 그리고 경주 성적에 대한 책임까지 총체적인 업무를 맡는 사람이 바로 경마에 있어 조교사다.
효율적인 경주마 관리를 위해 조교승인 자격증을 소지한 조교보와 일반 관리사를 고용하고 있으며 기수와는 1년 단위로 기승계약을 체결해 소속조 기수 기용을 원칙으로 삼는다. 경주마 위탁관리는 마주들과의 계약에 의해 이뤄지며 서울경마장 54개 마방의 평균 관리두수는 27두지만 어떤 조교사는 1년 내내 40여 두에 이르는 경주마를 관리하기도 한다.
조교사 업무의 전체적인 틀은 이렇게 짜여지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파생되고 있어 효율적인 경주마 관리와 경마시행을 어렵게 만든다.
첫째, 마주들과의 관계가 대등하지 못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매 달 위탁관리비를 지불하며 마필을 맡겨 놓고 있는 마주들은 조교사들에게 이런 저런 관리상의 불만, 경주성적에 대한 불만을 드러낼 수 있고, 극단적으로는 소속조를 옮길 수도 있기 때문에 조교사들은 마주의 요구와 불만, 태도 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경주 출전 스케줄이나 작전, 기수 기용 등 조교사 고유의 권한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간섭이 이뤄지게 마련이고 조교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기본적으로 관리 마필 수가 적어지면 경주를 통해 벌어들일 수 있는 상금 수득 기회도 자연히 줄게 돼 조교사들이 마주들과의 관계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 간의 관계는 지극히 대등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데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마주를 유치해 관리두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인가에 조교사들의 관심이 몰린다면, 마주들은 반대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마필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조교사를 만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상호 발전적인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 현행 기승계약제로 인한 기수 기용의 한계다.
마사회는 넘쳐 나는 기수 인원을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각 마방마다 무조건 1인 이상의 기수와 기승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교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원치 않는 기수와도 기승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때로는 관계 악화로 버젓이 소속 기수가 있음에도 다른 조의 기수를 물색하는 일이 다반사다.
조교사와 기수는 둘 다 개인사업자다. 서로의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경주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공통 관심사며, 조교사는 어떤 말에 어떤 기수가 가장 적임인지 판단하면서 기수 기용을 해야한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그렇지 못하다. 억지로 짝 맞추기를 해놓고 적임 기수 여부도 판단하지 않은채 경주에 투입한다면 경주마의 경주력과 경주성적이 극대화될 수 있겠는가.
셋째, 관리사 고용 문제다.
마필 훈련과 육성, 관리 등을 위해 관리사를 고용해야만 하는 조교사들은 개별고용이 어려운 관계로 그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협회에 고용돼 있는 관리사들은 각 마방에 추첨식으로 배치돼 원하는 수준의 원하는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조교사들 사이에서 팽배해 있다.
이런 제반 문제들이 산적한 상태에서는 조교사들이 경주시행에만 집중할 수 없다. 제도 정비 없이 소프트웨어만 선진경마시행국을 따라가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누가 더 우수한 경주마를 유치해 더 나은 관리로 더 훌륭한 성적을 거두느냐… 결국 여기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야 비로소 경주질은 향상될 수 있으며 조교사들 간 경쟁력도 배양될 수 있다. 마필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경주마들이 성적을 내지 못하면 상금도 벌지 못하게 되고 그러면 마주들도 자연히 관리를 맡기지 않게 됨으로써 자연히 도태될 조교사는 낙오하고 능력이 우수한 조교사는 더 인정 받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조교사들의 경쟁 시스템이 될 것이다.

기수, 국민적 스타★가 필요하다!
-수십억 짜리 CF보다 국민 기수 탄생이 더욱 절실
-프리기승제 도입 경쟁력 강화의 시발점
-공인으로서 책임감도 필요, 기수 스타화=경마 이미지 개선
우리에게는 스타가 없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한국 경마계에는 정신적 지주, 버팀목 이런 것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사회가 수십억 원짜리 CF를 제작해 방송 3사에서 무차별 방영한다해도 국민 누구 하나 귀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적 사랑을 받은 스포츠 스타의 위력과 파급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대활약을 펼칠 때 국내 유수 대기업들은 앞다퉈 그의 광고효과를 보기 위해 수십억 원의 모델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자사 광고에 내세웠다. 박찬호를 아끼는 야구매니아라면 그가 광고에서 속삭였던 코리아 퍼스트 카드를 사용했을테고, 손가락 부상으로 등판할 수 없다는 스포츠 신문 1면 톱기사를 보면서는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경마는 안 그렇다. 박태종 기수가 연일 전무후무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도, 국산마 ‘새강자’가 외국산마를 꺾고 그랑프리에서 우승했을 때도 국민과 언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실 박태종이 누구인지, ‘새강자’가 무슨 이름인지 알지 못하는 국민이 90%도 넘을 것이다.
경마이미지 개선은 경마산업 정착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그러한 경마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기수의 스타화다. 경마이미지 개선과 기수 스타화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따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것이 우선하는지 정의내리기 어렵지만 그 둘 사이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함수 관계임에 틀림없다.
기수들이 경쟁력을 확보해 스스로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경마의 이미지를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의 자질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기수들은 개인사업자다. 그런데도 기승계약제라는 틀에 얽매여 자유로운 기승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많이 기승해 좋은 성적을 거두게 되면 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받는 게 당연하지만 실상은 경마상금을 n분의 1로 ‘고르게’ 나눠 가지는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다.
이런 것들이 서로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따라서 부산경남경마장 개장 후 서울경마장 쪽에 기수 인력이 적정 선을 유지하게 되면 이때부터는 프리기승제를 바로 도입하는 게 시급하다. 경주 성적이 좋은 기수들은 마주와 조교사의 선호도가 높아져 더 많은 기승기회를 확보해야 하고 그러면서 또 경주 성적을 올리려는 노력이 가미되면서 결국 경주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 대신 이러한 경쟁을 이겨내지 못하고 낙오되는 기수가 혹 발생한다면 마필 기승의 전문성을 활용해 다른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훈련전담기수제 등을 신설해 인력 활용비율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1인 2두 관리, 주 5일 40시간 근무, 완전 월급제”
-우승열패＋근로자 신분 함께 감안해야
-경쟁력 강화에 고용불안 해소가 가장 큰 걸림돌
관리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의 신분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검토하고 규정짓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조교사나 기수가 개인사업자 신분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성과에 따라 급여 수준이 정해진다고 한다면 관리사들은 경주마들의 우열 여부와 관계없이 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질적으로는 경주 출전 전까지 모든 관리 업무를 끝낸 상태에서 경주 결과에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것도 이들을 조교사나 기수 등 개인사업자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다.
근본적으로 경마에 종사하는 인력들은 경쟁을 통해 수득한 상금으로 인건비를 지급 받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는 생산에서 시작해 자연스럽게 경주시행, 마권발매로 연결된 선진경마시행국의 경우고, 우리는 태동과 시행 환경부터 불안정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인력 인프라가 한정된 상황에서, 또 그동안 근로자 신분을 유지해왔던 것을 하루아침에 뒤집으며 개별 고용에 의한 상금 지급 시스템을 강요하는 것은 노동자 입장에서 불합리한 처사라고 받아들여 질 수 있다.
현재 관리사들은 1인 2두 관리체계, 주 5일 40시간 근무, 그리고 완전 월급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중 1인 2두 관리체계는 경주마 관리의 질을 높여 궁극적으로 경주질까지 향상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돼 마사회의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주 5일 40시간 근무 역시 내년부터 마사회가 주 5일 근무제를 전면 시행하게 되면 관리사들의 근무 환경이나 패턴도 이에 보조를 맞출 수 있게 될 것이다.
문제는 완전 월급제에 관한 부분이다. 이 같은 요구는 결국 노동 안정을 위해 생겨난 것인데 우리의 경마시행 환경이 특수하다는 점을 감안해 고용체계와 임금지급체계를 재조정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다. 기본급 개념과 인센티브 개념을 혼합해 적정한 기본급 수준을 관리사들과 합의한 상태에서 선을 그어 놓고 그 다음에 근로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끔 경주결과에 따른 메리트도 줘야 한다.
고용체계가 이렇게 마련된다면 이제 경주마 관리의 질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가 따라야 한다. 경주마 관리와 육성, 훈련 등은 체계적인 교육과 전문 기술을 습득한 전문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인적 자원을 충분히 마련해 놓고 질적인 부분을 논하는 게 순서다.
지금 마사회와 관리사노조가 겪고 있는 고용체계와 급여 수준에 관한 문제는 경쟁력 강화와 노동안정이라는 모순된 논리가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선에서 매듭지어져야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경마종사자의 경쟁력 배양, “당근과 채찍 함께 쓰자”
-매출 대비 상금 포션 높여야
-공정경마구현 경마 이미지 개선의 선행 작업
올 경마계의 이슈 중 하나는 바로 20조 배대선 조교사의 9개월 연속 마방 수득상금 1억 원 돌파다. 매달 1억 원 이상씩 상금을 획득했다고 하니 연간으로 따져 보면 12억 원이 넘는 액수다. 그런데 정작 배대선 조교사가 가져 간 상금은 어느 정도나 될까.
현행 경마상금 배분 기준에 의하면 배조교사의 연봉은 2억 원이 채 안 된다. 연간 매출액 6조 원의 서울경마장 규모를 감안할 때 경마종사자 중 최고 연봉자가 고작 2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조교사만 그런 게 아니다. 기수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의 이승엽 선수에 곧잘 비유되는 박태종 기수의 경우 한 해 수입이 2억 원 안팎이라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3년 계약에 80억 원 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승엽에 비교하면 실로 초라한 수치다.
경마종사자들의 몸값이 이처럼 낮은 것은 기본적으로 경마상금 규모가 작은 데서 첫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 경마상금이 작은 이유는 경마시행으로 발생한 이익금의 배분 구조 상의 문제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연간 발생하는 2조 원 가량의 수익 중 1조 3천 억 가량이 세금으로 빠져나가고 그나마 나머지 7천 억은 경마발전적립금, 특별적립금 등의 명목으로 할당돼 결국 경마상금을 위해서는 매출액의 1% 내외인 700∼800억 원 가량만 인정받고 있다. 이런 것이 바로 구조적인 문제점이다.
무조건 경마시행으로 발생하는 매출의 18%를 세금으로 공제하듯이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상금용도로도 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마상금은 경마산업 전체 사이즈를 재단하는 척도다. 상금의 확대라는 당근 없이 경마종사자들의 경쟁력 배양도 기대해선 안되는 것이며, 결국 경마시행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경마종사자들이 기본적으로 생활이 안정된 상태에서 더 많은 메리트를 획득하기 위해 스스로 경쟁에 뛰어들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이 배양된 후라야 비로소 구체화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자질과 인성을 함께 갖춘 경마전문인력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노력도 이뤄져야 한다. 결국 인력이 경마산업의 흥망을 좌우할 것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