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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산업 전 분야가 사실상 무한경쟁체제로 돌입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 이미 국지적으로는 시작됐고 이겨내는 곳만 생존할 수 있는 서바이벌게임의 막이 오른 것이다.
경마산업의 전체적인 볼륨도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한국마사회와 마주, 경주마생산자, 조교사, 기수, 관리사, 그리고 경마전문지까지 전 부문 종사자들에게 경쟁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분명한 것은 이들 각 부문의 경쟁력 배양과 발전적 경쟁관계가 결국 한국 경마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거듭 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본지에서는 경마산업 전 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누가·무엇을·어떻게·왜’해야하는 지 총 4회에 걸쳐 진단해 보기로 했다.
【김중회 기자 ringo@krj.co.kr】
◆ 경제난에 시름하는 민간 목장들
경마는 1차산업부터 4차산업적 요소까지 두루 갖춘 종합산업이다. 이중 1차산업격인 경주마 생산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경주마 생산이야말로 경마산업을 끌고 가는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막상 경주마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생산자들은 경제난과 경주마 적체로 위기를 맞고 있다. 경주마 생산은 시작단계부터 막대한 지출을 피할 수 없고, 투자대비 회수가 늦다. 넓은 초지를 비롯해 마방이나 패독 등의 기초 시설 외에도 씨암말 구입 등으로 많은 초기 비용이 드는데 비해서, 막상 이렇게 시작을 하면 경주마가 생산되기 전까지는 어떠한 수입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경주마가 생산으로 얻은 금액 역시 목장의 시설 투자나 씨암말 등에 재투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소득이 발생하기까지는 5년 이상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생산자들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이미 20%에 달하는 20여개의 목장이 수년 사이에 도산한 상태다. 생산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시설 투자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축산발전기금과 경주 성적에 따라서 지급되는 생산장려금 정도. 그러나 경마수익으로 발생하는 축산발전기금은 그 절차가 매우 까다로울뿐더러 대부분 경주마 생산이 아닌 소, 돼지, 닭 등의 다른 동물을 키우는 데만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생산장려금의 경우 01년 11억, 그리고 지난해 13억원에서 올해는 15억원 규모로 해마다 상승되고 있는 추세지만, 이것도 생산자들로서는 지급기준을 현행 3위(경마대회 5위)에서 5위까지로 늘어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외 한국마사회는 무료 교배 지원과 수의 지원을 하고 있지만, 교배 지원은 점차로 수를 줄여가고 있는 추세고 수의 지원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의 생산자들은 개업 수의사를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 국산마 적체, 해결책이 없다… 생산자 마주 확대가 그나마 대안
현재 국산마 생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과잉 생산이다.
실제로 올해까지는 국산마 비율을 무려 80% 가까이 올리며 생산마들을 억지로 경마장에 투입시킬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국산마 비율을 올릴 수 없는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에 생산한 경주마가 무려 914두인데 비해서, 서울 경마공원에서 내년에 수용할 수 있는 경주마 수는 600여두 내외로 현 상태대로라면 300두 이상은 갈 곳이 없어진다. 물론 2005년에 개장하는 부산 경마공원에서 일부 수용할 것으로 보여지지만 수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또한 생산농가가 보유한 씨암말 수가 점점 늘어나 현재 1608두인 점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부산 경마장이 개장한다고 하더라도 해마다 육성마 300두 이상의 경주마는 갈 곳이 없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생산 과잉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좋은 말은 팔리고, 나쁜 말은 도태되는 게 당연하다” 또한 “생산되는 말이 모두 경주마가 될 수는 없다”는 식의 경쟁성 논리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생산자들은 생산은 정상적인 패턴으로 진행됐지만, 한국마사회가 계획했던 제2경마장의 지연된 것을 현재 적체의 원인으로 풀이한다.
현재로서의 대안은 생산자 마주의 대폭적인 확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생산자들의 경우 팔리지 않은 경주마는 최소한 뛰어보고 도태시키기를 원하고 있지만, 기존 마주들의 반대로 인해 그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쨌든 지나치게 과잉생산 되고 있는 경주마들은 당장 내년부터 심각한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 경주마 수준 향상 언제 되나?
한국경마 지상최대의 과제중 하나는 경주마의 수준 향상이다.
특히 이미 수년 째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국산마의 수준 향상은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씨수말 수준이 매년 올라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혈통 불명의 ‘새강자’가 국산 최고의 경주마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씨수말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실제로 많은 경력을 지닌 대부분의 경마 관계자들은 경주마의 수준은 예전에 비해서 결코 올라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경주마의 수준 향상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역시 씨수말의 수준 향상을 꼽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다음으론 육성트레이닝과 사양기술의 개선 등 스포츠과학의 발전이다. 다행히도 한국마사회는 경주마의 수준 향상과 혈통 개선 등을 위해서 해마다 좀 더 우수한 씨수말 수입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민간목장도 우수한 씨수말 수입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곳도 많이 생겼다.
교배료의 유료화도 앞으로는 중요한 사안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로선 교배료 유료화가 실질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경주 상금이 증가되지 않는 상태에서 덜컥 교배료만 유료화 해버리면, 가뜩이나 어려운 생산농가에 경주마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만 상승시켜 생산농가는 물론이고 경주마를 구입하는 마주들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마사회는 물론이고, 생산자들 역시 교배료 유료화가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면서도,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 씨수말들의 격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료 교배란 원칙 때문에 ‘추첨식 교배’를 하다보니, 추첨 운에 의해서 경주마가 생산되고 있는 것은 반드시 앞으로는 뜯어 고쳐야할 것이다.
▲… 우수한 씨수말 도입과 혈통 개량 싸이클
경주마 수준이 향상되기 위해선 우수 씨수말 도입이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노던댄서’(Northern Dancer)에 집중돼 있는 씨수말을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다양한 혈통의 우수한 씨수말로 교체가 필요하다. 물론 씨수말 못지 않게 씨암말의 수준 향상도 필요한 대목이지만, 이 부분은 씨수말 교체 이후의 문제다.
일단 어느 정도 수준의 씨수말로 혈통이 개량되면 경주를 통해서 우수한 씨암말이 탄생할 것이고, 이 씨암말을 다시 생산에 투입시키는 싸이클을 거쳐서 전체적인 경주마의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도 ‘노던테스트’, ‘람타다’, ‘선데이사일런스’ 등의 우수한 씨수말 수입을 바탕으로 혈통 개량에 성공했으며, 비교적 짧은 시간에 세계 선진 경마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우리의 경우 당장에 이와 같이 초일류의 씨수말 수입은 불가능하겠지만 단계적으로라도 씨수말 수준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세계 최하위 경마 수준의 오명은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 경매 문화의 정착
국산마 경매가 시작된지도 이미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한국 경매는 해마다 최고가마가 경신되며 경매가가 상승해 분명 외형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지만, 그 내면인 경매문화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비싼 가격에 경주마를 파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매는 고작 경주마의 혈통과 보행검사시의 보행하는 모습 정도만을 놓고 구매를 결정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아직 경주마로 순치가 덜 된 이얼링세일은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경주마로 이미 완성된 2세마 경매는 최소한 일정한 거리에 대한 전력질주 모습 정도는 공개해야 한다. 또한 보행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도 경매장이나 예시장에서 잠시 보여주고 경매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 마방에 소비자가 직접 가서 마체를 살펴볼 수 있고 경매가 열리는 동안에도 경매장 밖에서 계속 보행검사를 지켜볼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하는 것 등이 필요하다.
또한 원활한 경매 일정이 이뤄지지 않아 걸핏하면 경매가 파행으로 치러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할 대목이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예정대로 3번의 제주경매와 1번의 내륙경매가 치러지긴 했지만, 제주1차 경매의 경우 마주들의 구매의욕 감소로 인해 20%도 낙찰되지 않는 최악의 경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또한 한국경마는 경매정착을 부르짖으면서도 사실 변변한 상설경매장 하나 없다. 제주의 경우 원형마장을 개조해 경매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나마 내륙은 서울 경마공원내 승마 교육원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얼링세일의 활성화도 앞으로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얼링세일은 경주마의 생산, 육성, 경주 투여 등 모든 사이클을 빨라지게 하고, 그만큼 경주마의 수준도 끌어올릴 수 있단 장점을 가지고 있다. 비록 올해는 관심부족과 위탁관리 문제가 쟁점으로 작용하며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제도적인 보완과 인식전환이 이뤄져 국내 경매시장도 활성화와 경주마 수준의 향상이 이뤄지길 기대해본다.
◆ 기반이 튼튼해야 생산이 바로 선다!
경주마 생산이야말로 경마산업을 끌고 가는 기반이다. 기반이 튼튼하면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반대로 기반이 약하면 아무리 공을 들여도 제대로 설 수가 없다. 생산 기반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밝힌 데로 우수 경주마 생산, 경매 문화의 정착, 민간목장의 경쟁성 강화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민간목장들의 노력이 눈에 띈다. 기업형 경영을 도입하고 전문 트레이닝 시설을 갖추며 차별화를 시도하는 목장도 늘고 있다. 목장장들 상당수가 혈통과 사양에 관한 지식을 중무장하고 있으며, 생산에 뛰어드는 젊은 2세 생산자들도 여럿 있다. 또한 마주들이 생산에 관심을 가지면서 과감한 투자로 활로를 모색하는 목장도 생겼다. 그러나 정부와 시행체의 지원 없이 민간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우선은 2005년으로 예정돼 있는 부산 경마장 개장에 더 이상 지연이 없어야하고, 제2내륙육성목장의 건설도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한다. 이러한 기반이 튼튼해지면 생산도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